국민의당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인쇄업체 B사와 20억9000만원짜리 계약을 맺고 선계약금으로 2억원만 지급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국민의당이 B사에 리베이트(사례금)로 2억원을 요구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민의당은 B사에 2억원을 주고 다시 리베이트로 2억원을 요구한 게 된다. 특히 B사는 국민의당으로부터 2억원을 입금받은 날 곧바로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원을 건넸다.
국민의당은 지난 3월 15일 B사와 계약을 맺고 이틀 뒤인 17일 2억원을 보냈다. 본지가 입수한 국민의당과 B사 간 계약서에는 "갑(국민의당)은 납품 전 선금 2억원을 을(B사)에 지급한다. 갑은 잔금 18억9000만원을 선관위 보전료가 나온 후 3일 이내에 지급한다"고 돼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대표, B사 이모 대표가 해당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B사는 국민의당으로부터 선계약금 2억원을 입금받은 당일,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원을 보냈다. 선관위는 "B사가 '2억원을 리베이트로 달라'는 국민의당 왕주현 사무부총장 요구에 따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고 김 의원의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원을 보냈다"고 했다. 이 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민의당은 계약 관계에서 '을'인 B사에 무상으로 일을 맡기고 추후 정산하겠다고 한 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호텔만 돈을 번 것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리베이트 요구 자체를 부인하고 "브랜드호텔이 B사와 정당하게 계약하고 일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홍보영상업체 S사와의 11억2000만원짜리 계약에서도 4억778만원을 먼저 줬고, S사는 김 의원 요구에 따라 선거가 끝난 5월 3일 1억2820만원을 브랜드호텔 등에 건넸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뒤 선관위 보전을 받아 업체에 돈을 주는 건 선거철 정치권 관행"이라며 "다른 정당들도 선거 전후로 나눠서 계약금을 1대9로 계산해 정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디자인협회 관계자는 "20억원짜리 계약을 하는 데 선금으로 받은 2억원을 하청업체에 주는 관행은 우리 업계에는 없다"며 "2억원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인데 말이 되느냐. 국민의당 계약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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