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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ne 13, 2016

외국생활 하면 보인다, ‘황당 코리아’ 프랑스 유학생의 박 대통령 파리 방문 후기로 돌아본 이해불가 한국문화

“대통령이 오는 데 (통역인) 나는 왜 예뻐야 하나”
“한식 세계화. 해외시장 소비자 성향 조사를 조금이라도 하고 진행했으면”
“소녀들의 교육권을 위한 캠페인의 홍보대사가 시장논리 때문에 교육권을 박탈당한 소녀들(아이오아이)이라니”
엘로디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엘로디김은 ‘better life for girls’라는 문구와 미성년자인 아이오아이 친구들의 모습이 모순적임을 표현하기 위해 올린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엘로디김 페이스북
지난 6일 ‘KCON 2016 France’에 통역으로 참가한 파리 유학생 엘로디 김(Elodie KIM)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나온 구절이다.
김씨는 이 글에서 행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과 한국인의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찬반 논란도 있었지만 1,00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6,000건이 넘게 공유됐으며, 2만4,000여명의 공감을 받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 페이스북 글 바로가기 )
비단 이번 사례뿐 아니라 낯선 시선으로 봤을 때 한국의 국민정서와 질서의식, 조직문화 속에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꽤 있다. 같은 날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한국문화’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외국인 출연자들은 봇물 터지듯 의견을 쏟아냈다. 어리거나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태도, 성공에 대해 획일화된 사회적 기준, 양보가 실종된 일상 문화 등등이 거론됐다.
이런 문화를 선진과 후진, 문명과 미개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단죄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나 생활환경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효율을 떨어뜨리는 관습들마저 ‘차이’로 포장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외국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의아해 하는 한국 문화라면 한번 돌아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외국 유학생과 이민자들에게 물어봤다. “당신을 가장 당혹하게 했던 한국 문화는 무엇입니까?”

숫자에 불과한 나이, 왜 그렇게 따지는 걸까요?

“이봐요. 그런 게 아니지.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부족한 모양인데…”
러시아에 살고 있는 김하영(가명ㆍ31)씨는 한국 업체와 회의할 때 느꼈던 불쾌함을 잊을 수 없다. 의견이 잘 맞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의견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일이 벌어졌다. 각자의 회사를 대표해 만난 공적인 자리, 당연히 서로 존중해야 할 자리지만 의견이 맞지 않자 어느 샌가 말을 놓기 시작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는 경험이 되고 경험은 옳은 것으로 둔갑한다. 나이가 논리와 이성을 삼켜버리는 순간이었다. 경험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항상 옳은 것이란 전제는 나이로 군림하는 문화를 방조한다.
“너 몇 살이야?”
한국에선 시비가 붙으면 으레 따지는 게 나이다. 행위의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나이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싸우다 밀릴 것 같으면 꺼내 드는 비장의 카드다. ‘어린 게 위아래가 없다’는, 시비의 본질과 전혀 상관 없는 논리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러시아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타일러 라쉬는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유교의 장유유서와 권위주의는 다르다”고 말했다. JTBC ‘비정상회담’ 방송 캡처
‘비정상회담’의 타일러 라쉬는 “삼강오륜의 장유유서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어른이 무조건 옳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예의 바르게 항의하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권위를 내세우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 관계 형성의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기도 한다. 김씨는 “사람 만나자마자 나이 물어보는 게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러시아에선 사람을 사귈 때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주 친해지기 전까진 서로 궁금해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아요. 선입견 없이 그 사람의 됨됨이만으로 판단해서 친구가 되는 거죠. 자기 스스로도 나이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상대방을 대할 수 있고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만나서 인사하고 바로 물어보는 게 나이에요.”
일단 나이를 확인하면 태도가 바뀐다. 상대가 굳이 자신의 나이를 밝히지 않더라도 태도 변화를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지 적은 지 알 수 있다. 나이가 많을 경우 보통 전개되는 상황은 이렇다. 먼저 말을 놓는다. 그리고 가르치려 든다. 다음엔 관계를 리드하려고 한다. 때론 챙겨주려고 한다. 그리고 대접받으려고 한다.
김씨는 “한국 대학문화 중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러시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이를 앞세우는 문화가 빚은 악습”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남의 눈만 의식하며 살텐가

오스트리아에서 9년 동안 공부한 권지현(가명ㆍ32)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 약 2년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오스트리아에 있을 땐 내가 뭘 입든, 살이 찌든 빠지든 주변에서 얘기하는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친척들의 첫 인사가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나’에 대한 것들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요.”
오랜 만에 만난 친구가 만나서 처음 한 얘기는 “어머, 예뻐졌네? 살은 좀 찐 것 같은데” 등의 외모 평가였다. 반면에 우연히 한국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친구는 달랐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한국에서 일은 잘 구했니’처럼 근황을 묻는 질문들이었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3월 31일 서울 상암동 CGV 본사 앞에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나친 용모 단정을 요구하고 외모평가까지 하는 CGV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CGV는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윤기 나는 붉은 입술, 생기 있는 피부와 옅은 눈화장 등을 강요하고 이를 어길 시 벌점을 매기는 이른바 ‘꼬질이 제도’를 운영해 빈축을 샀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권씨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평가를 인사처럼 주고받다 보니 옷차림이나 외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되더라”며 “한국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외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적인 것 혹은 내적인 것에 두는 게 오히려 불편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은 곧잘 사회의 기준으로 확장된다. 외모 평가가 끝나면 직업과 연봉으로 잣대가 옮겨가듯이 말이다.
“남들이 보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묻지 않았는데도 자기 직업이 뭐고, 얼마 벌고, 차는 얼마짜리고, 어디 살고 등등 얘기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그 반대인 경우는 숨기고요. 명절이 불편한 이유도 자신의 취직, 결혼, 출산 등의 상황이 사회에서 정해둔 틀과 기준에서 벗어나면 친척들로부터 무능력자 취급을 받기 때문 아닐까요?”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사회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해 산다. 단순히 취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신체를 단련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다. 격투기마저 다이어트 마케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 와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권씨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타인과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줄 모른다”고 했다. 학창시절을 획일화된 잣대의 경쟁 속에서 보내다 보니, 그런 기준 아래서 상대적 성취감을 느낄 순 있을지언정 그 기준이 사라져버리면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모른단 얘기다.
“이제는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에서 벗어나 행복과 기쁨, 즐거운 삶 등 삶의 질에 만족으로 삶의 지향점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게 한국인의 국민적 특성일 수도 있어요.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나 자신만이라도 나를 보는 시선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는 거죠. 외모나 경제력을 향한 시선이 행복과 내적 만족으로 변화한다면 좋지 않을까요?”

다수결의 폭력, 그리고 술에 찌든 집단문화

“제가 절대 술을 싫어하는 게 아닌데, 한국에선 정말 술 마시는 게 힘들어요. 중국에선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경우도 드문데, 술을 새벽까지 마시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요.”
최학빈(24)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지난해 학회 활동을 시작한 최씨는 한국인 특유의 ‘올빼미 라이프’에 적응하는 데 지금까지도 애를 먹고 있다.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학회 활동은 보통 오후 10시나 돼야 끝난다. 중국에선 낮에 했던 일들을 밤에 하다 보니 생활 패턴 자체가 꼬일 수밖에 없다.
방송인 샘 해밍턴이 방송에서 한국과 호주의 음주문화를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 방송캡처
그래도 학회 활동은 양호한 편이다.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감당이 안 된다. 그렇게 술을 들이붓고 난 다음날 공부가 잘 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술자리에 안 가거나 중간에 나오는 것도 맘처럼 쉽지 않다. 한국 친구들에게 술자리는 의리를 확인하는 자리고, 그걸 박차고 나오는 건 배신이 되기 때문이다.
집단문화는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좋게 말하면 효율적, 나쁘게 말하면 강압적인 의사결정 방식인 다수결이 대표적이다. 김하영씨는 “이미 다수결에 따라서 회식 장소가 정해진 뒤에 다른 데 가고 싶다고 하면 왜 다된 밥에 재 뿌리냐는 식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걸 말하는 데 익숙한데, 한국 사람들은 그걸 조직의 단합을 저해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 소극적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망설여지는 게 한국문화란 얘기다.
“러시아를 비롯해 서구에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보통이에요. 물론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고요. 일상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때론 설득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이상하게 보진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리기 십상이에요.”
지난해 8월 11일 서울 도봉산 등산로에선 어깨 때문에 발생한 시비가 칼부림으로 이어졌다. MBC 뉴스 화면 캡처
이 밖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대부분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들이 외국 문화의 시선으론 불편하고 황당한 경험이 됐다.
사이판에서 13년을 거주한 김민솔(26)씨는 연애사를 비롯한 남의 개인사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이 불편하다.
나유진(23)씨는 영국 등 해외에서 3년 이상 살다 고1 때 한국에 왔다.
“대부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부딪치면 그냥 눈 흘기고 가더라고요. 저 혼자 ‘엇! 죄송해요!’를 연발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옆에 있던 친구가 ‘넌 왜 항상 미안해하냐’며 짜증을 내더군요. 나와 부딪쳐서 불쾌할 수 있는 사람에게 미안해하지도 말라니요.”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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