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시행된 대테러방지법이 계엄 상황에서나 가능한 활동을 시행령에서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놔 위헌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위인 법령에서도 불가능한 초헌법적인 규정을 하위법인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규정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발행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의 쟁점과 과제’를 다룬 정보소식지 이슈와 논점에서 “법률에 규정해도 문제가 될 것인데 형식상 시행령에 규정돼 있어 향후 위헌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헌 논란이 인 것은 시행령 18조제4항이다. 해당 조항은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의 출동 및 진압잔적은 군사시설 안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에 대해 수행한다. 다만 경찰력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해 대책본부의 장(국무총리)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군사시설 밖에서도 경찰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대테러대책본부장인 국무총리가 ‘경찰력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군에 요청하면 군 소속의 대테러특공대가 민간에 대한 대테러 작전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외에 출동해 대테러 작선을 수행하는 것은 계엄시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사실상 계엄규정을 넘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경고했다.
입법조사처는 국무조정실은 ‘경찰력 한계’, ‘긴급한 지원 필요성’, ‘대책본부장 요청’ 등 군 대테러특공대 투입을 허용하는 조건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에 대한 군 투입이 헌법상 비상계엄 시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할 때 관련 규정을 시행령에 둔 것도 문제”라며 “군사지역 외에 대테러특공대가 출동하는 경우에 대한 사항은 초헌법적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위헌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입법조사처는 대테러대응조직과 체계가 시행령에서 모호하고 규정된 점을 지적하며 “시행령으로 국정원 권한을 확대하면서 통제 장치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 국가정보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테러방지법 시행령은 국정원 권한을 과도하게 강화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야당은 최초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테러방지법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 민주적 통제 속에서 운영해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시행령은 이런 야당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테러대책협의회장을 관할 지역 국정원 지부장이 맡도록 한 것(시행령 12조) △국가테러대책위원장 대신 위원인 국정원장이 ‘공항 ·항만 테러대책협의회 의장을 지명하도록 한 것(시행령 13조) △국가정보원장이 테러정보통합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한 것(시행령 20조) 등을 문제 삼았다.
이밖에도 시행령은 대테러센터 정원 32명 중 4분의1인 8명을 국정원 직원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한 점과 국무조정실에 설치해 대테러활동 사무를 총괄하도록 했고 국무조정실에 설치하도록 한 대테러센터의 실질적 책임자인 대테러정책관 자리도 고위공무원단에 상응하는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국정원 고위간부가 대테러센터를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시행령을 통해 대테러활동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원장의 막강한 권한을 시행령으로 보장하게 된 것”이라며 “국정원 고위직원에게 직함을 만들어주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시행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소속 19대 국회의원 20명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독소조항의 악용 우려를 불식시켜 줄 것을 기대했으나 지난 15일 발표된 시행령은 오히려 본 법안 내용보다 국정원 권한을 강화시켜 박근혜 정부의 국민 사찰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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