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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16, 2016

임우재 “이건희 회장이 결혼하라고 해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한겨레>와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 허재현 기자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한겨레>와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 허재현 기자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 심경고백
“이건희 회장 경호하다 이부진 경호
처음엔 결혼 제안받고 거절…
아내 때렸으면 사람들 몰랐겠나”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임우재(46) 삼성전기 고문은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부진 사장 쪽에서 아들이 날 만나기 싫어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가 돈만 밝히고 아내에게 폭행을 일삼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 4월부터 임 고문과 여러 차례 만나 이부진 사장과의 이혼소송 배경 등에 대해 들었다. 임 고문은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비보도를 전제로 만났던 한 언론사 기자가 자신의 기사를 이날 보도하자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혀달라”며 이날 <한겨레>의 보도요청에 응했다.
임 고문은 자신이 이부진 사장의 경호원이었다고 말했다. 삼성 쪽은 그동안 임 고문이 삼성물산 전산실에 근무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다 이부진 사장과 만나게 됐다고 설명해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경호원으로 일하다 이부진 사장 경호를 맡았다. 이 사장이 몸이 약해서 내게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장이 결혼하자고 했을 때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거절했다. 집안 배경이 너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연애를 허락했지만, 나는 결혼만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께서 결혼을 하라고 직접 말씀하셨다. 회장님께 감히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결혼 배경을 설명했다.
결혼 뒤 미국으로 유학 가는 과정은 생지옥과 같았다고 임 고문은 밝혔다. 그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장인어른(이건희 회장)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라고 말씀했다. 삼성에서 장인어른의 말씀은 헌법이나 다름없다. 유학 준비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내(이부진 사장)와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임 고문은 “이부진 사장의 변호인들은 내가 미국에서 공부는 안 하고 술 마시고 아내를 폭행까지 했다고 하고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고문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얘기를 할 땐 여러 차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들을 마음껏 볼 수 없었고, 이부진 사장 쪽에 의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한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고문의 아들은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의 얼굴을 10년 가까이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지난해 3월 법원의 면접교섭 사전처분 판결을 받고 나서야 손자의 얼굴을 처음으로 봤다. 어머니는 돌 때 한 번 본 게 전부다. 내가 전화를 해도 아들을 만날 수가 없다. 아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아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통화만 하자고 하소연해도 안 된다. 아들을 보는 걸 스스로 포기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임 고문은 최근까지도 아들을 만나면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이기 전에 직장 상사(이부진 사장)의 아들이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임 고문은 지난 11~12일 춘천의 한 캠핑장에서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제는 아들과 편한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 쪽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아들이 임 고문을 싫어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고문은 “어른들이 애를 두고 싸우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저쪽(이부진 사장 변호인)은 나를 돈을 요구하고 아내를 폭행하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다. 아내와 같이 살 때 작은 빌라에서 살았다. 거기 왔다갔다한 근무자만 18명이었다. 그 작은 집에서 술 먹고 행패 부리면 근무자들이 당연히 볼 수 있다. 당시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 쪽의 윤재윤 변호사(세종)는 “임 고문의 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임 고문이 신청한 면접교섭권을 애초 한 달에 두 차례에서 한 차례로 줄인 것은, 아들이 임 고문을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고문은 항소심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인인 남기춘 변호사는 이날 임 고문 관련 언론 보도로 ‘소송 수행이 부담스럽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2014년 10월 이부진 사장이 이혼 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2단독 주진오 판사는 지난 1월14일 이부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임 고문은 항소했고, 항소심 2차 변론준비기일은 오는 29일 열린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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