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신문, PC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이제 뉴스를 보지 않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대중은 여전히 뉴스에 목마르다. 다만 그들이 뉴스를 보는 장소가 달라졌을 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전통적인 뉴스 플랫폼 이용률이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동형 인터넷을 이용한 뉴스 소비는 홀로 증가세였다. 즉, 사람들은 점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해가니, 공급자들도 변화를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강세를 보였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들은 새로운 뉴스서비스를 출시했다. PC 시대를 양분했던 네이버와 다음도 모바일 맞춤형 콘텐츠 플랫폼을 출시했다. 그 중심엔 뉴스가 있다. 모바일 시대에 돌입하면서 사람들은 누워서도, 화장실에서도 뉴스를 본다. 하지만 정작 뉴스 생산자인 언론은 생존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이 신문과 방송뉴스에서 PC기반의 인터넷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뉴스 소비패턴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리고 모바일 이주민들을 붙잡으려는 콘텐츠 플랫폼들 사이의, 언론 사이의, 플랫폼과 언론 사이의 소리 없는 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플랫폼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시장의 패권 전쟁, 그 상황을 2주 간 연재한다.<편집자 주>
  
▲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이미지. 사진=페이스북
 
지난 3일,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의 한국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5월부터 미국에서 시험사업을 벌려왔고 점차 전 세계로 확대중이다. 이 서비스의 목표는 간단하다. 페이스북에서 기사 링크를 클릭하면 걸리는 로딩 속도를 파격적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트위터도 지난 10월부터 모멘트(Moments)라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위터 유저들이 어느 정도 팔로워가 쌓이기 까지 정보를 받아보기 어려우니, 아예 트위터에서 뉴스를 골라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하자는 취지다. 다만 뉴스의 제‧가공을 제휴 언론에게 맡기는 페이스북과는 달리 트위터는 내부 담당자가 직접 큐레이션을 한다.

국내 포털도 모바일 시대에 맞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일 제휴 언론사들을 초청해 1boon 서비스 출시 계획을 알렸다. 다양한 형식으로 1분 만에 소비할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피키캐스트와 비슷한 개념인데, 카카오의 특성을 살려 SNS는 물론 카카오톡과 연결하고, 소셜커머스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지난달 17일 ‘네이버 커넥트 2015’ 행사를 열고 모바일 서비스 강화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대신 ‘검색’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용자의 위치나 정보, 아울러 현 검색의 트렌드 까지 반영한 맞춤형 검색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단말기, 플랫폼 업체들도 뉴스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애플은 지난 9월부터 ‘애플뉴스’ 앱을 기본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앱을 일일이 열지 않고도 검색창에서 바로 뉴스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은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와 함께 ‘업데이(Upday)’ 뉴스 큐레이션 앱을 제작했다.
구글 역시 트위터와 함께 AMP(Accelerated Mobile Page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로딩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시스템이다. 11월 까지 4500여개 콘텐츠 제공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KAKAO의 1boon
 
더 빠르게, 더 가까이

모바일 중심 플랫폼 구축의 핵심은 속도다. 구글의 AMP는 콘텐츠 내용을 미리 캐싱해 모바일 단말기에서 지연 없이 이용자가 해당 페이지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도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페이스북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가 월 1600만명에 이르는데, 이중 1500만명이 모바일 이용자들이다. 따라서 인스턴트 아티클은 PC에서 작동하지 않고 모바일 이용자만 겨냥한다. 인스턴트 아티클 제휴사 페이지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페이지로 넘어가던 것이 페이스북 내부 링크로 넘어간다. 이렇게 해서 걸리는 시간은 채 1초가 안된다.

만약 사진이 많은 기사라면 언론사 페이지로 넘어가는 로딩속도는 최대 8초까지 걸린다. 페이스북이나 전문가들은 모바일 시대 대중들은 3초 이상의 로딩시간을 잘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별도 창도 뜨지 않으니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편의가 크게 개선된 셈이다.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 팀장은 “2016년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이유로 내세운 것도 역시 ‘속도’다. 김 팀장은 “인스턴트 아티클은 0.8초 만에 열린다. 들어오는 유입자들을 잡아두려면 2초안에 열려야한다”며 “이용자들은 0.8초를 경험하고 나면 몇 초를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출시되는 모바일 플랫폼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용자 중심이다. 웹도 마찬가지지만 SNS를 중심으로 한 많은 모바일 플랫폼이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관계망을 기반으로 지인들이 큐레이션하는 뉴스를 볼 수 있고, 구글은 이용자의 인터넷 활동을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언론이 각 닷컴 페이지를 통해, 또는 포털이 뉴스 편집을 통해 자의적으로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검색을 통해 제공되는 뉴스에는 ‘낚시질’이 빈번하다. 이런 혼탁해진 언론환경에 지친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친구들이 제공하는 맞춤형 뉴스를 소비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SNS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2011년에 비해 세 배나 늘었다.

카카오의 루빅스도 ‘이용자 맞춤’이 핵심이다. 미디어다음의 뉴스 큐레이션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아예 모바일에서 이용자 뉴스 소비습관에 맞춰 다음 첫 화면 뉴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도 PC가 아닌 모바일에서만 작동한다. PC는 사용자가 여럿일 수 있지만, 모바일은 보다 철저하게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보다 쉬운 뉴스’를 향한 움직임도 이어진다.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 피키캐스트 등은 텍스트보다 영상과 이미지로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피키캐스트의 경우 국내에서 10~20대를 중심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카카오의 1boon뉴스도 자체 CMS 툴을 개발해 콘텐츠 제공자가 쉽게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유통시킨다는 계획이다.
  
▲ 구글 AMP 소개 페이지
 
공격하는 페이스북, 방어하는 구글
현 상황을 대략 정리하면, 모바일시대에 최적화된 SNS가 강자로 떠오르면서 PC시대 강자로 군림한 포털이나 구글 같은 검색엔진 등이 수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내놓는 공세적 플랫폼이다. 이왕 보는 뉴스, 더욱 빠르게 이용자들이 링크로 넘어가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발을 붙잡아두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14일 5주년 설명회에서 “SBS와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고, 내년에는 대부분의 언론에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아이폰에서만 적용되고 몇 개 언론사만 시범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다수 언론이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공급할 경우, 뉴스 소비 환경이 훨씬 쾌적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언론사들의 PV(Page View)를 빼앗아오는 대신 보상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언론사들도 적극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언론사가 직접 광고를 수주할 경우 100% 이익을 제공하기로 했고, 페이스북이 영업으로 수주한 광고도 언론사에 30%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니, 뉴스 서비스에 있어 포털, 검색엔진들은 수세적으로 보인다. 구글 AMP도 색다른 시도라기 보다는 속도향상 정도에 초점을 맞췄고 네이버 포스트나 V앱, 카카오의 1boon뉴스는 피키캐스트나 아프리카TV 등과 큰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페이스북을 이용한 뉴스소비의 증가세는 좀처럼 막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사람들은 SNS 쪽에서 뉴스를 많이 보는데, 로딩속도가 빨라진다고 구글로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느린 로딩속도 등 구글을 통해 했던 불쾌한 경험을 일정부분 해소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 뉴스에 신경 쓰는 것은 공세적 전략 보단 수비를 위한 방어 전략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검색 전문 사이트 서치엔진랜드 창업자 대니 설리반도 “구글과 트위터는 언론사 등이 페이스북에서 특화된 어떤 것을 만들면서 자신들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몸값 올라가는 뉴스, 몸값 떨어지는 언론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SNS든 포털이든, 단말기 업체든 모두 뉴스 콘텐츠를 잡으려 시도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용자를 붙잡아두는데 뉴스만한 것이 없다는 의미다.

김익현 소장은 11월 신문과 방송 기고를 통해 “그동안 뉴스는 언론사들에겐 제구실 못하는 자식과 비슷했다. 돈을 벌어오는 상품으로 어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모바일과 소셜 시대가 되면서 갑자기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직접 돈을 버는 재주는 없지만, 사람들을 모으는 덴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 매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뉴스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언론은 매력적인 유통마켓이 아니다. 포털과 SNS에는 온갖 종류의 기사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넘쳐흐르는데, 언론사 닷컴의 페이지는 이용자에게 관심 있는 뉴스를 뽑아서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언론은 포털에 기생해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가 됐고, 모바일 시대가 열려도 이는 크게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각 언론이 추진했던 유료화 사업이 사실상 대부분 중단된 것도 독자들이 굳이 관심사가 아닌 뉴스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언론사는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의 관계 속에서 이용자 파악도 미흡하고 신뢰도도 떨어져있다”며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자생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스턴트 아티클의 합류는 문제의 수준을 넘어 무조건 합류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이들(플랫폼)과 생산적인 제휴 모델을 만들어가면서 내부적으로 독자를 파악하고 독자와의 관계 수준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모바일 시대가 열려도 언론이 할 일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페이스북, 포털 등 여러 플랫폼에서 빠른 로딩속도와 디자인을 위해 뉴스를 다시 가두리 양식장에 넣고 있는데, 정작 콘텐츠 생산자인 언론이 할 수 있는 것은 전재료를 조금 더 달라고 조르는 것뿐이다. 언론의 독자생존은, 모바일 시대에도 어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