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알리바이 만들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말씀입니다.
"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 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내년(2016년)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 (…) 내년 초반에 일시적인 내수 정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총선 일정으로 기업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나흘 전인 10일, 최경환 부총리는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선방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 봐도 (IMF 사태와 같은 위기는) 전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큰 위기"와 "대량 실업"을 얘기하고 경제부총리는 "전혀 아니"라고 합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박 대통령은 18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오찬에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내년도 경제 여건도 쉽지 않다. (…) 따라서 "[위의 7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서, 내년의 각종 악재들을 이겨내기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 위기의 조짐이 있지만 이미 발표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만 제대로 실행되면 각종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서비스 시장 규제 완화와 기업 인수 합병을 간편화하기 위한 "경제 활성화 2법", 그리고 일반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확대를 목표로 하는 "노동 개혁 5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3권 분립을 무시하고 정무수석을 보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하라고 을러대기까지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대통령과 부총리는 국회가 법만 제대로 통과시켜 주면 위기를 막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위기가 온다고 국회를 협박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원샷법"과 일반 해고 자유가 "선제적 구조 조정의 무기"입니다. 이들은 내년에 경제 위기가 온다면 그건 국회 책임이라고 열심히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김무성 대표 이하 새누리당의 '박근혜 키드'들이 날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라도 내년 초에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면 그건 야당 때문이라고 선전하려는 거죠. 요즘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1997년 외환 위기의 원인을 1996년 노동 악법이나 금융 개혁안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요, 히틀러의 괴벨스가 한국에 다시 태어난 게 틀림없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과연 그런지 내년도 경제 전망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지난 16일에 관계 부처 합동의 이름으로 발표한 '2016년 경제 정책 방향'의 부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과 구체화"입니다.
이 정부의 "경제 혁신"은 "구조 개혁" 또는 "구조 조정"에 다름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구제 금융의 대가로 요구했던 대내외 평가 절하가 바로 그것이다, 자국 통화의 절하(외부 평가 절하) 그리고 임금 인하, 기업 구조 조정, 긴축 정책을 통한 내부 평가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 등. 요즘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니는 "선제적 구조 개혁"이 바로 그겁니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1999년엔 두 자릿수 수출 증가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메커니즘에 의한 경제 회복은 이번에도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다는 건 확률 0라고 봐야 할 테니까요.
16일에 '정책 방향'과 함께 공개된 <2016년 경제 전망>을 보면 내년 수출 증가율을 2.1%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위 표에서 보듯이 지난 세 분기 동안 수출 증가율은 –3.0%, -7.2%, -9.5%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그 폭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수출이 2.1% 증가로 뒤바뀔 수 있을까요?
정부는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무역량도 늘 것이라는 IMF의 전망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지만, '완만한 회복'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되풀이 된 얘기고 실적치는 매년 1%포인트 가량 낮았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률(한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이 극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 증가율이 현재의 추세대로 –10% 정도라면 국내 총생산이 5%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수입 증가율이 더 많이 떨어져서 대외 부문에서는 흑자가 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제조업 경기가 극히 나쁠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죠.
정부는 매년 소비가 3% 정도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고 실적치는 언제나 1% 포인트 이상 낮았습니다. 그래서 경제 성장률 전망도 약 0.5% 정도 틀렸죠. 다행히 금년에는 2.4%로 낮춰 잡았습니다만 위 표를 보면 매 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1% 후반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가계 부채는 최경환 부총리 재임 1년 6개월여 동안 급증해서 지금은 약 1200조 원에 달할 겁니다. 최 부총리가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한 바로 그 정책의 결과입니다. 부동산 공급을 늘리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저금리였으니까요. (☞관련 자료 : 금융 안정 보고서(2015년))
그 결과 가계가 뜻대로 쓸 수 있는 '처분 가능 소득' 대비 부채는 143%(3/4분기 기준)에 이르렀고, 처분 가능 소득 증가율은 4.3%인데 가계 부채 증가율은 10.4%로 두 배가 넘기 때문에 이 부채 비율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가계는 처분 가능 소득 중 무려 41.4%를 부채 상환에 쓰고 있고([그림 3] 왼쪽 막대 그래프), 급기야 가계 지출 증가율은 –0.5%를 기록했습니다([그림 3] 오른쪽 그림 푸른 선). 즉 정부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소비는 기껏해야 제 자리 걸음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기서 1% 가량 성장률을 부풀린 겁니다.
정부의 전망에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 항목은 투자 부문(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입니다. 건설은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는데 SOC 예산을 10.4% 증가시켰고 주택 쪽 건설이 여전히 활황을 보일 거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림 4] 오른쪽 그림에서 나타나듯이 과연 건물 건설은 증가세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계 상태에서 주택 공급이 이런 식으로 증가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18년부터는 자산을 축적하는 인구보다 줄이는 고령 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라도 정부는 내년 건설투자를 현재 전망 이상으로 늘릴 겁니다.
기업의 설비 투자는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대로 동물적 본능으로 결정하는 일이니까요. [그림 5]에서 보듯이 2014년 이래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비 5% 가량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푸른 선).
하지만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데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할까요? [그림 6]은 부정적인 대답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림 6]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재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 투자를 늘린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수출과 설비 투자 증가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다만 2014년 말부터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결국 정부의 내년 경제 전망 3.1%는 매년 그랬듯이 또 하향 수정될 겁니다. 수출과 소비, 그리고 설비 투자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또는 총선용 조작이 이런 수치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겠죠. 특별한 내외부 쇼크가 없다 해도 내년 경제 성장률은 1% 후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돼도 "경제 위기"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새로 임명된 유일호 부총리 역시 최경환호의 경제 정책, 즉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계속 밀어 붙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이들의 뜻대로 "선제적 구조 조정"이 일어나면, 위기를 맞지 않은 기업도 모두 정리 해고에 돌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산인프라코어나 삼성의 예에서 보듯이 대기업들은 지금 "7법" 없이도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구조 조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건, 그로 인해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때뿐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이 이뤄진다면 내수마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투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됩니다. 즉 바로 대통령 때문에 내년에 경제 위기가 올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수 확대형 사회적 대타협"이지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아닙니다. 금년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부동산 경기 부양도 내년엔 오직 건설 부문의 과잉 투자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다시 승리한다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10년쯤 더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말,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말씀입니다.
"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 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내년(2016년)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 (…) 내년 초반에 일시적인 내수 정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총선 일정으로 기업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나흘 전인 10일, 최경환 부총리는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선방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 봐도 (IMF 사태와 같은 위기는) 전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큰 위기"와 "대량 실업"을 얘기하고 경제부총리는 "전혀 아니"라고 합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박 대통령은 18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오찬에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내년도 경제 여건도 쉽지 않다. (…) 따라서 "[위의 7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서, 내년의 각종 악재들을 이겨내기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 위기의 조짐이 있지만 이미 발표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만 제대로 실행되면 각종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서비스 시장 규제 완화와 기업 인수 합병을 간편화하기 위한 "경제 활성화 2법", 그리고 일반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확대를 목표로 하는 "노동 개혁 5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3권 분립을 무시하고 정무수석을 보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하라고 을러대기까지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대통령과 부총리는 국회가 법만 제대로 통과시켜 주면 위기를 막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위기가 온다고 국회를 협박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원샷법"과 일반 해고 자유가 "선제적 구조 조정의 무기"입니다. 이들은 내년에 경제 위기가 온다면 그건 국회 책임이라고 열심히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김무성 대표 이하 새누리당의 '박근혜 키드'들이 날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라도 내년 초에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면 그건 야당 때문이라고 선전하려는 거죠. 요즘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1997년 외환 위기의 원인을 1996년 노동 악법이나 금융 개혁안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요, 히틀러의 괴벨스가 한국에 다시 태어난 게 틀림없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과연 그런지 내년도 경제 전망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지난 16일에 관계 부처 합동의 이름으로 발표한 '2016년 경제 정책 방향'의 부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과 구체화"입니다.
이 정부의 "경제 혁신"은 "구조 개혁" 또는 "구조 조정"에 다름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구제 금융의 대가로 요구했던 대내외 평가 절하가 바로 그것이다, 자국 통화의 절하(외부 평가 절하) 그리고 임금 인하, 기업 구조 조정, 긴축 정책을 통한 내부 평가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 등. 요즘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니는 "선제적 구조 개혁"이 바로 그겁니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1999년엔 두 자릿수 수출 증가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메커니즘에 의한 경제 회복은 이번에도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다는 건 확률 0라고 봐야 할 테니까요.
16일에 '정책 방향'과 함께 공개된 <2016년 경제 전망>을 보면 내년 수출 증가율을 2.1%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위 표에서 보듯이 지난 세 분기 동안 수출 증가율은 –3.0%, -7.2%, -9.5%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그 폭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수출이 2.1% 증가로 뒤바뀔 수 있을까요?
정부는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무역량도 늘 것이라는 IMF의 전망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지만, '완만한 회복'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되풀이 된 얘기고 실적치는 매년 1%포인트 가량 낮았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률(한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이 극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 증가율이 현재의 추세대로 –10% 정도라면 국내 총생산이 5%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수입 증가율이 더 많이 떨어져서 대외 부문에서는 흑자가 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제조업 경기가 극히 나쁠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죠.
정부는 매년 소비가 3% 정도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고 실적치는 언제나 1% 포인트 이상 낮았습니다. 그래서 경제 성장률 전망도 약 0.5% 정도 틀렸죠. 다행히 금년에는 2.4%로 낮춰 잡았습니다만 위 표를 보면 매 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1% 후반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가계 부채는 최경환 부총리 재임 1년 6개월여 동안 급증해서 지금은 약 1200조 원에 달할 겁니다. 최 부총리가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한 바로 그 정책의 결과입니다. 부동산 공급을 늘리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저금리였으니까요. (☞관련 자료 : 금융 안정 보고서(2015년))
그 결과 가계가 뜻대로 쓸 수 있는 '처분 가능 소득' 대비 부채는 143%(3/4분기 기준)에 이르렀고, 처분 가능 소득 증가율은 4.3%인데 가계 부채 증가율은 10.4%로 두 배가 넘기 때문에 이 부채 비율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가계는 처분 가능 소득 중 무려 41.4%를 부채 상환에 쓰고 있고([그림 3] 왼쪽 막대 그래프), 급기야 가계 지출 증가율은 –0.5%를 기록했습니다([그림 3] 오른쪽 그림 푸른 선). 즉 정부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소비는 기껏해야 제 자리 걸음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기서 1% 가량 성장률을 부풀린 겁니다.
정부의 전망에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 항목은 투자 부문(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입니다. 건설은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는데 SOC 예산을 10.4% 증가시켰고 주택 쪽 건설이 여전히 활황을 보일 거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림 4] 오른쪽 그림에서 나타나듯이 과연 건물 건설은 증가세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계 상태에서 주택 공급이 이런 식으로 증가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18년부터는 자산을 축적하는 인구보다 줄이는 고령 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라도 정부는 내년 건설투자를 현재 전망 이상으로 늘릴 겁니다.
기업의 설비 투자는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대로 동물적 본능으로 결정하는 일이니까요. [그림 5]에서 보듯이 2014년 이래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비 5% 가량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푸른 선).
하지만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데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할까요? [그림 6]은 부정적인 대답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림 6]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재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 투자를 늘린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수출과 설비 투자 증가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다만 2014년 말부터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결국 정부의 내년 경제 전망 3.1%는 매년 그랬듯이 또 하향 수정될 겁니다. 수출과 소비, 그리고 설비 투자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또는 총선용 조작이 이런 수치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겠죠. 특별한 내외부 쇼크가 없다 해도 내년 경제 성장률은 1% 후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돼도 "경제 위기"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새로 임명된 유일호 부총리 역시 최경환호의 경제 정책, 즉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계속 밀어 붙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이들의 뜻대로 "선제적 구조 조정"이 일어나면, 위기를 맞지 않은 기업도 모두 정리 해고에 돌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산인프라코어나 삼성의 예에서 보듯이 대기업들은 지금 "7법" 없이도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구조 조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건, 그로 인해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때뿐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이 이뤄진다면 내수마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투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됩니다. 즉 바로 대통령 때문에 내년에 경제 위기가 올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수 확대형 사회적 대타협"이지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아닙니다. 금년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부동산 경기 부양도 내년엔 오직 건설 부문의 과잉 투자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다시 승리한다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10년쯤 더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말,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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