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과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김신혜 사건'등의 형사 재심 결정이 사회적 관심을 환기 시키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형사재심 결정이 눈길을 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서다. 대한항공이 자격이 없는 조종사를 고용해 운항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무자격자라고 지목됐던 기장 가운데 한 명은 지금도 대형여객기를 몰고 있는 중이다.
법원도 이 같은 점을 감안했는지 “대한항공 역시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도 묵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생명 신체에 직결되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서 재심을 결정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결정한 형사 재심사건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사재심 결정을 받아낸 전 대한항공 부기장 출신인 이채문(67)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6월 25일과 7월 15일 두 차례를 통해 이루어졌다.
-형사 재심결정은 언제 이루어졌는가?
“지난 1월 6일 서울남부지방법원(형사 13단독 서영효)은 ‘대한항공이 무자격자인 조종사를 고용해 운항하고 있다’며 주장하다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등으로 처벌을 받은 원심 사건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재심이 결정된 사건은 무엇인가
“2006년 제가 캐나다로 가서 시위를 하면서 주장한 내용과 <일요신문>에 제보한 내용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2010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기판력이 있다면서 확인도 안하고 캐나다에서 시위하면서 밝힌 내용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징역 2개월에 집유 1년 그리고 <일요신문>에 제보한 내용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의 형을 선고했다.”
-재심 사건의 원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다는 건가?
“제가 대한항공이 무자격조종사를 사용했다며 시위를 하니까 대한항공은 무자격자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이라며 고소했다.
제가 무자격자의 요건 가운데 문제를 삼았던 것은 ▲비행시간 1500시간 미달자 ▲헬리콥터조종사가 면허를 달리해 여객용 비행기의 조종사를 맡는 것 ▲ 계기비행 비행시간이 부족한 무자격자 등 이었다.
이 가운데 계기비행 시간이 부족한 무자격자는 내 스스로 동료들과 시간을 조작해서 제출하고 실기시험을 면제받고 필기시험만 본 당사자라고 자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심 사건의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 처벌할 수 없으니 묵살하고는 '대한항공은 무자격자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제 주장이 허위사실이라며 구속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증거로 채택하고 계기비행 시간 조작사실이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대한항공이 무자격자를 사용한 것이 입증되었다는 이유로 재심개시 결정이 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항공이 무자격자를 사용한 것을 내 스스로 자수를 했는데도 원심사건의 판사는 이 같은 명백한 사실을 묵살하고 구속시킨 것이다. 비유하자면 살인했다고 자수를 했는데도 묵살하고 옆에서 저 사람이 살인했다고 하니 그 사람을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며 명예훼손으로 구속한 것과 똑 같은 것이다."
-재심을 결정한 재판부의 결정 이유를 말해달라.
"재심을 결정한 서영효 판사는 이 같은 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서 판사는 ‘육군에서의 계기비행시간이 부족했던 피고인과 유00 윤00은 물론 계기비행훈련을 이수하지 않은 김00 까지 대한항공의 묵인 하에 50시간 이상 이수한 것처럼 비행경력증명서를 위 변조한 후 사업용조종사 자격증명을 신청한 것이라는 주장이 인정된다’고 재심사유를 들었다.
이와 함께 ‘1988년 11월 15일경 이래 대한항공에 소속된 비행기 조종사로 근무 중인 김00등은 육군 출신의 비행기 조종사들이 소정의 계기비행경력을 갖추지 못하자 육군참모총장 또는 육군항공학교장 명의의 비행경력증명서등을 위 변조 한 후 사업용조종사 기능증명을 받았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대한항공 역시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도 묵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재심 사유를 밝혔다.
서 판사는 이 같이 밝힌 후 ‘계기비행 부자격자 부분에 한해서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설득력 있는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났다’면서, ‘대한항공이 계기비행 부자격자를 고용. 사용하여 운항해 왔다는 점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 신체에 직결되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계기비행 부적격자가 어떻게 해서 자격을 취득했던 것인가?
“육군항공부대 출신 저를 포함한 5명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지상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나가던 1988년 4~5월경 초 대한항공 인사과장은 계기비행시간이 50시간이 있는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계기비행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입사당시 육군에서의 계기비행시간이 저는 43시간, 유 아무개는 46시간 윤 아무개는 45시간밖에 안됐다. 심지어 김 아무개는 계기비행시간이 아예 없었다.
공군 해군 해병대 출신들은 요구하는대로 각 본부에서 그대로 발급을 해주었으나 육군은 안해주면서 문제가 되자 인사과장은 만들어서라도 제출하라고 했다. 그래서 '왜 비행을 안시켜주고 우리보고 범법자가 되라고 하느냐'라고 따져묻자 '싫으면 나가면 된다. 들어오려는 사람은 줄을 섰다. 선배들도 지금까지 다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 다섯 사람은 영등포의 한 인장 업자에게 육군참모총장 직인을 새기게 한 후 원장을 위조해 회사에 제출했다. 실기시험은 면제받고 필기시험만으로 계기비행자격을 받았다.
하지만 제가 1998년 회사를 나오면서 회사 내부 전산망 '기종별 총비행시간 현황'을 출력해 보니 입사 당시 사실대로 제출했던 군에서의 '계기비행'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저는 43시간 김 아무개 기장은 0시간이었다. 또 이 출력물을 1989년 계기비행 시간을 스스로 위조했다는 그 증거로 재심 재판부에 제출했던 것이다.
재심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은 이 부분이다. 1987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육군항공부대 출신들은 부조종사 자격 요건 가운데 하나인 ‘계기비행시간 50시간’과 관련 이를 충족하기 위해 서류를 위조해 자격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 해고무효등 소송 제기 했지만 모두 패소
-대한항공은 언제 입사했고 회사와 갈등은 어떻게 일어났는지.
“1970년 임관된 후 18년간 복무한 후 1987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11년간이나 부기장을 했지만 기장 승진이 계속 안 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1998년 10월경 당시 조양호 사장에게 항의성 탄원서를 제출했다.
요지는, ‘대한항공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군용기등 비행시간 1,500시간 이상인자 임에도 200~300시간 소유자들을 불법으로 합격시켜 무자격 조종사를 양산했으며 입사 후 4~5년 만에 기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비행시간 2,500시간을 보유한 상태에서 입사를 했고 또 대한항공에 입사해 1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장승진에 계속해서 불합격을 당하는 것은 큰 모순’이라며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3개월 이상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또 한 번 항의성 탄원서와 함께 면담요구용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회사 측은 회장 면담은 기피한 채 곧 바로 사표만 수리했다.”
-사표가 수리된 후 억울하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심판청구’를 했으나 결국은 패소했다. 2002년 3월부터는 회장집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나는 1인 시위를 통해 회사 측이 무자격조종사를 투입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1인 시위과정에서 주장한 이 같은 내용이 허위라고 기소함으로서 재판과정에서 허위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형사재판에서 여객기 조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있어야 하는데도 시간이 훨씬 못 미치는 공군 중. 대위 출신이나 육군 ROTC출신으로 200~300시간 보유자를 모집하여 교육 없이 곧 바로 조종간을 맡겼는가 하면 심지어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비행기 운항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법원에 ‘채용당시의 항공법규는 비행기와 회전익(헬리콥터)은 자격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며 공문을 보냈다. 또한 두 명의 조종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서 대한항공과 똑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항공법은 1961년 제정 당시부터 비행기 자격과 회전익 자격이 구분되어 있다. 이는 국제 항공법에서도 공히 똑 같이 적용되는 부분이다.
판사는 회사 측에게 ‘이것은 판결을 못 하겠으니 서로 합의하고 소를 취하 하라’고 종용하기도 했으나 회사 측에서 듣지 않았다. 그러자 2005년 6월 1일 10시에 판결한다고 공판을 종결한 후 판결 하루 전날 전화로 재판을 연기하더니 다음해인 2006년 2월 15일 징역 1년을 선고하고는 법정구속 했다.”
-그 재판 이후 캐나다로 망명을 한 것인가?
“영등포구치소에 갇혀 생각해 보니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진실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있는 캐나다와 세계 언론이 모이는 미국으로 건너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결심했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보호관찰 2년의 형을 선고 받고 풀려난 후 나는 캐나다로 출국 해 난민신청을 한 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고발하는 한편 유엔본부앞 등의 1인 시위를 통해 대한항공의 무자격조종사 문제를 알렸다."
-국제기구에 호소한 후 그 이후 활동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그렇게 3년여가 넘게 세계의 양심에 호소하면서 활동하던 중 2010년 1월경 캐나다 정부로부터 난민자격 부여가 거절당한 후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국내로 강제귀국 당한 후 보호관찰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취소 되면서 재수감 되어 10개월의 잔여형기를 마쳐야만 했다.“
-지난 1월 재심 결정 이후 대한항공이 가재도구 등에 대해 압류를 먼저 해제 했다는 건가?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경 시위금지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결정된 법원판결문을 근거로 가재도구 압류, 통장 압류, 자동차 압류 등을 취한바 있다. 그러던 대한항공이 예금통장은 재심결정 직후인 지난해 말, 가재도구는 지난 3월경, 자동차는 5월 7일경 각각 해제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은?
“나는 거짓말이 아니고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군대 생활 18년 동안 국가에 애국과 충성을 다한 저를 전과자로 만들었다. 어차피 재심사건에서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무죄를 확신한다.
지난 18년간 진실을 외쳤지만 사법부는 물론이고 언론도 사회단체도 외면했다. OECD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법부 신뢰도는 27%에 그친다. 국민 열명중 일곱명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물론 사회단체 또한 뒤 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사법부는 이제라도 깨어나서 대다수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부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
형사 사건에서의 재심을 전담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 않는가 한다. 사법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명백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형사재심 결정을 한사코 피하고 있는데 사법안정성이라는 미명하에 이 같은 국가의 잘못이 덮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항공 “재심사건 성실히 임하겠다”
약관의 나이로 임관된 후 군에서 18년간 조국에 목숨을 걸고 충성을 했다. 군에서 나온 후에는 11년간 대한항공에서 5대양 6대주를 누볐던 대한항공 전 부기장 출신의 이채문씨. 그가 1998년 기장승진 누락에 항의하기 위해 조양호 당시 사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 사연은 이제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지난 18년간의 그의 투쟁이 결코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씨는 “지금은 대한항공이 무자격자를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이 씨의 지적에 자정 노력을 기울 인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조종간을 잡던 1998년 당시 보다는 지금 현재 대한항공의 항공기 운항이 더 안전해졌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재심재판은 두 차례의 공판기일을 거친 후 오는 8월 12일 세 번째 공판기일이 지정되어 있다.
이채문 전 부기장의 형사 재심 결정에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항공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니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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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ly 18, 2016
“대한항공 무자격 조종사 고용 주장 허위 아니다" 법원 “대한항공이 무자격 조종사 고용' 주장은 허위 아니다" 형사 재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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