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를 이틀 남겨둔 27일 상시 청문회가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한 것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 원칙 중 하나가 ‘법은 불가능을 명령할 수 없다’는 것인데 지금 박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불가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회의 재의가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온 거부권 행사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국회 재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원천무효”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에 이송돼 온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이의가 있을 때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거부권 행사의 경우 19대 국회 임기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응해 주말에 국회가 소집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국회 임시회를 소집하기 위해서는 3일 전에 공고하도록 국회법(제5조제1항)으로 정하고 있어 법적으로도 19대 국회 임기 안에 재의 절차를 밟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은 19대 국회와 20대 국회는 단절된다는 ‘회의불계속의 원칙’을 들어 19대 국회 임기 안에 재의하지 않는다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교수는 “재의 자체가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를 안게 되는 것”이라며 “이 재의 요구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률안 폐지권 가지려는 박 대통령, 입법권 침해”
한 교수는 국회의 재의가 불가능한 시기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법률안 폐기를 노리는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거부권은 법률안 자체를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국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달라’고 요청하는 일종의 소극적인 권한”이라며 “그런데 재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의 요구를 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합법적인 재의가 아니라 입법기관이 가지는 법률안 폐지권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게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며 “그런데 이 재의 요구로 (대통령에게) 법을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저는 정부가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20대 국회에 다시 재의 요구를 하든지, 아니면 이번 재의 요구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재의를 하면 좋겠다고 정부가 입장을 내놓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순방 중 거부권 행사, 대통령 직무유기”
“입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박 대통령, 탄핵감”
“입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박 대통령, 탄핵감”
한 교수는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하는 중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한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심판 청구를 결정할 때도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었지만 위헌 정당 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권한이었다”며 “그런데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박 대통령이 그 논의 과정을 들어보고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총리가 회의를 주재하니 (대통령이) 그걸 들을 기회가 없었다. 자기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셈”이라며 “일종의 대통령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만약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로 국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입법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입법권에 대한 정면 침해이자 도전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고 대통령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내가 보기에는 탄핵소추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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