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중인 27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활성화법)에 대한 거부권을 의결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부는 27일 청문회 활성화법(국회법 개정안)을 재의 요구하면서 ‘위헌 소지’와 ‘행정부의 과도한 부담’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한겨레>가 헌법학자 8명에게 물어보니, 6명이 “위헌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 청문회가 헌법에 없는 국회 권한?
정부가 첫째로 든 이유는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통제수단을 벗어나 새로운 수단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청문회는 헌법에 규정돼 있진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헌법이 각 기관의 고유권한은 정하지만 나머지는 일일이 정하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헌법에서 정하는 행정 각부가 아닌 국정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관한 조항이 전혀 없는데 이런 기관의 설치 근거도 없는 셈이다.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청문회 규정은 이미 국회법에 있다. 청문회 대상에 기존 ‘중요한 안건 심사’에다 ‘소관 현안 조사’를 추가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둘째로 “상임위 청문회가 헌법에 규정한 국정조사를 대체해 이를 형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조사 청문회를 감시 청문회로 오해하는 것”이라며 “조사 청문회는 국정조사처럼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입법 과정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다. 일반 기업이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의원에게 설명하는 비공식 과정을 공식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또 “‘소관 현안’이라는 말이 포괄적이어서 국정 및 기업 등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한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국회가 현안 조사에 필요하면 각 기업이나 기관 등 국민을 수시로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국회가 헌법에 없는 국민의 의무를 규정해 입법하는 것으로 국회의 입법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국정 현안의 해결보다 국가기관·기업의 부담을 우선시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영수 교수는 “청문회를 적게 하면 할수록 좋다는 전제는 적절치 않다. 정부 입장에서 옳다 그르다고 할 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정부 견제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어차피 상임위 청문회도 여야 합의를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행정·사법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열린다는 건 기우”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정감사가 없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이중 삼중의 통제”라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1년간 수시로 청문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을 국정감사로 한번에 몰아서 하니 행정 마비가 생기는 것이다. 국정감사 대상을 줄이고 상임위 청문회를 하면 국회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행정부도 오히려 수월해진다”고 했다.
■ 20대 국회에서 재의결 가능한가?
19대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는 게 가능한지를 두고는 4 대 4로 의견이 팽팽했다. 신평 경북대 교수는 “국회가 법률을 통과시켜 의사를 표출했다면 그것은 소속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의 의사다. 19대든 20대든 동일한 국회로 존속된다.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대통령령은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보름 안에 거부 또는 공표를 해야 하므로 국회가 19대 국회 만료 보름 전에 법을 넘겨줘야 했다”며 “그 책임을 대통령이 지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국회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을 19대 만료 엿새 전인 지난 23일 정부로 이송한 것 자체가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이경미 성연철 송경화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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