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5일 대선출마 선언은 정가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반 총장이 '큰 꿈'을 꾸고 있다는 건 정가의 상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은 수년 전부터 노골적으로 '반기문 영입'에 공을 들여왔고 반 총장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라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친박핵심 홍문종 의원 입에서 흘러나왔을 정도다. 숱한 억측을 가라앉히려면 "나는 대권에 뜻이 없다"는 단 한마디만 했으면 됐으나 반 총장은 끝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25일부터 시작된 방한때도 반 총장은 마찬가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달랐다. 반 총장은 25일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던 관훈클럽 간담회를 '공개'로 돌렸다. 그러고는 작심한듯 거침없이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 26일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발 물러서는듯 보이나, 그의 대선 도전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뒤이다.
정가는 지금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 총장이 지금 이 시점에 왜 이런 승부수를 던졌냐는 거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충청 출신으로 '충청 대망론'을 펴온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조차 "연말까지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언급에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권 도전 선언이 너무 빨랐다는 거다.
이제부터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검증에 나설 것이다. 아직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놓은 상태에서 퇴임후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힌 반 총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냉랭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그동안 친박진영에서도 반 총장의 등장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연말에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귀국하지 말고 일정 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반기문 재단' 같은 싱크탱크를 만들어 대선 준비를 하다가 막판에 대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그래야 검증에서 최대한 상처를 입지 않고 신비감을 유지한 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노회한 반 총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25일 예상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 왜 그랬을까.
답은 친박진영의 반응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친박진영은 그의 대권 도전에 환호하고 있다. 4.13 총선 참패후 박 대통령과 친박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안팎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고, 보수신문들은 "자폐증 걸린 좀비" "나치스" "북한 정권"에 비유하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설상가상으로 비박의 선상반란으로 20대 국회에서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 각종 권력형 의혹이 줄줄이 청문회에 설 위기에 직면했다. 종전에는 접할 수 없던 각종 고급정보가 야당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도 정가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권력기관 멤버들도 줄을 갈아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대로 가다간 '식물대통령', '식물정당'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친박진영에겐 극적인 '국면 전환'이 절실했다.
반 총장 입장에서 봐도 친박의 몰락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25일 관훈토론에서 박 대통령 등 친박이 자신을 '친박 대선후보'로 옹립하려 한다는 관측에 "기가 막힌다"고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지금 친박진영에는 대선후보가 없는 반면, 비박진영에는 지지율이 낮긴 하나 유승민, 김무성, 남경필, 원희룡 등 숱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친박이 궤멸하면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이같은 친박과 반 총장의 '교집합'은 다름아닌 '조기 대선체제'로의 국면 전환이고,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바로 결정적 '방아쇠'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가에서는 "반 총장의 선언 때문에 총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선 국면에 진입하게 된 양상"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친박은 이같은 대선 국면 진입이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견제장치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우리에게도 차기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가 있다"는 것만큼 권력 누수를 확실히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반 총장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으나, 새누리당 후보가 확실히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반 총장과 친박의 속내가 무엇이었든 간에 반 총장의 출마선언으로 이제 정국은 아직까지 대선을 1년 반이나 남겨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할 게 확실하다. 또한 박 대통령과 친박은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역공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STX 법정관리가 말하듯 기간산업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고 그 여파로 민생경제는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나, 집권세력은 레임덕 방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게임에 올인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온갖 정략과 정치공학을 무력화시킨 '무서운 4.13 민심'을 불과 한달여전에 경험하고도 그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은 모양새다.
반 총장이 '큰 꿈'을 꾸고 있다는 건 정가의 상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은 수년 전부터 노골적으로 '반기문 영입'에 공을 들여왔고 반 총장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라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친박핵심 홍문종 의원 입에서 흘러나왔을 정도다. 숱한 억측을 가라앉히려면 "나는 대권에 뜻이 없다"는 단 한마디만 했으면 됐으나 반 총장은 끝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25일부터 시작된 방한때도 반 총장은 마찬가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달랐다. 반 총장은 25일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던 관훈클럽 간담회를 '공개'로 돌렸다. 그러고는 작심한듯 거침없이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 26일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발 물러서는듯 보이나, 그의 대선 도전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뒤이다.
정가는 지금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 총장이 지금 이 시점에 왜 이런 승부수를 던졌냐는 거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충청 출신으로 '충청 대망론'을 펴온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조차 "연말까지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언급에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권 도전 선언이 너무 빨랐다는 거다.
이제부터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검증에 나설 것이다. 아직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놓은 상태에서 퇴임후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힌 반 총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냉랭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그동안 친박진영에서도 반 총장의 등장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연말에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귀국하지 말고 일정 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반기문 재단' 같은 싱크탱크를 만들어 대선 준비를 하다가 막판에 대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그래야 검증에서 최대한 상처를 입지 않고 신비감을 유지한 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노회한 반 총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25일 예상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 왜 그랬을까.
답은 친박진영의 반응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친박진영은 그의 대권 도전에 환호하고 있다. 4.13 총선 참패후 박 대통령과 친박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안팎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고, 보수신문들은 "자폐증 걸린 좀비" "나치스" "북한 정권"에 비유하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설상가상으로 비박의 선상반란으로 20대 국회에서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 각종 권력형 의혹이 줄줄이 청문회에 설 위기에 직면했다. 종전에는 접할 수 없던 각종 고급정보가 야당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도 정가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권력기관 멤버들도 줄을 갈아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대로 가다간 '식물대통령', '식물정당'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친박진영에겐 극적인 '국면 전환'이 절실했다.
반 총장 입장에서 봐도 친박의 몰락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25일 관훈토론에서 박 대통령 등 친박이 자신을 '친박 대선후보'로 옹립하려 한다는 관측에 "기가 막힌다"고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지금 친박진영에는 대선후보가 없는 반면, 비박진영에는 지지율이 낮긴 하나 유승민, 김무성, 남경필, 원희룡 등 숱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친박이 궤멸하면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이같은 친박과 반 총장의 '교집합'은 다름아닌 '조기 대선체제'로의 국면 전환이고,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바로 결정적 '방아쇠'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가에서는 "반 총장의 선언 때문에 총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선 국면에 진입하게 된 양상"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친박은 이같은 대선 국면 진입이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견제장치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우리에게도 차기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가 있다"는 것만큼 권력 누수를 확실히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반 총장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으나, 새누리당 후보가 확실히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반 총장과 친박의 속내가 무엇이었든 간에 반 총장의 출마선언으로 이제 정국은 아직까지 대선을 1년 반이나 남겨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할 게 확실하다. 또한 박 대통령과 친박은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역공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STX 법정관리가 말하듯 기간산업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고 그 여파로 민생경제는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나, 집권세력은 레임덕 방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게임에 올인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온갖 정략과 정치공학을 무력화시킨 '무서운 4.13 민심'을 불과 한달여전에 경험하고도 그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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