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영화 다이빙벨을 비난하는 집회 시위에 탈북자를 동원한 것으로 나왔다.
정권 비판적인 사안에 대해 돈을 주고 탈북자를 동원해 전방위적인 집회 시위를 벌여온 어버이연합은 영화 다이빙벨도 타깃으로 삼았다.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 팽목항에서 취재한 이상호 기자가 구조 현장에 다이빙벨을 투입하지 않은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의 구조 의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이빙벨은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부터 성능 논란이 일었고, 보수 세력은 다이빙벨의 효능이 유언비언에 가깝다며 영화 다이빙벨이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영화라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도 영화 다이빙벨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4년 10월 24일 영화 다이빙벨은 서울극장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었다. 어버이연합은 이날 서울극장 앞에서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예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2014년 10월 24일 고발뉴스 방송 화면. 어버이연합 주최로 영화 다이빙벨 반대 집회가 서울극장 앞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
예고한대로 집회를 개최한 이들은 "이 영화의 내용은 결코 팩트도 진실도 아닌 선전선동을 위한 왜곡과 음모일 뿐"이라며 "음모를 위해 제작된 거짓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즉각 중지하고 제작자는 검은 속내와 제작 의도를 밝히고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악용해 나라를 뒤흔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참사의 아픔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이크를 잡은 집회 사회자는 세월호 참사를 "민간 해양 교통사고였다"면서 "이런 터무니없는 사기극이 영화로까지 제작돼서 이 극장에서 버젓이 상영이 되는 것이 우리는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본 이상호 기자는 "어르신들 직접 영화를 보고 말하라"고 항의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집회를 기록한 영상을 보면 이상호 기자는 "영화를 보시면 이분들이 거짓말하고 있는 걸 아실 수 있다. 어르신들 속지 마라"며 영화표까지 전달했다.
어버이연합의 극장 상영 반대 집회로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집회의 실상은 탈북자를 동원한 집회였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회 회장이 어버이연합 주최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들의 입출금 내역, 집회 참석 명단과 숫자 기록물 등을 교차 확인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24일 영화 다이빙벨 반대 집회에 어버이연합은 11명의 탈북자를 2만원씩을 주고 동원한 것으로 나온다. 11명 명단엔 탈북자의 이름과 지급액수가 나온다. 8명에게 2만원씩 지급한 것으로 나오고 3명은 웃돈을 얹어 모두 7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온다.
이상호 기자는 25일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대규모 3대 체인 극장에서 영화를 틀어주지 않았고 그나마 서울극장에서 상영을 결정해줬는데 어버이연합이 서울극장 앞으로 몰려갔고 당시 사람이 열댓명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때 집회를 보니 어떤 내용을 지시받은대로 선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권력에 의해 조작된 여론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여론을 조작해 집권한 부정한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여 여론을 왜곡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놓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이상호 기자가 어버이연합 주최 집회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 |
어버이연합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반대 집회와 새누리당 특정 의원 주최의 토론회에도 탈북자들을 동원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 2014년 10월 2일 어버이연합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을 찾았다. 이날은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았던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었다. 이 사건에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연루되면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세력은 국회의원의 권력을 이용한 폭행 사건으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폈다.
이날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세월호 유족 3명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어버이연합은 법원 앞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탈북자 동원 기록이 담긴 자료에 따르면 이날 어버이연합은 15명의 탈북자를 동원했다.
지난 2월 결국 법원은 "대리기사를 공동폭행하거나 업무방해한 증거가 없다"며 김 의원에 무죄를 선고했고, 세월호 유족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형, 무죄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CCTV로 폭행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고, 폭행 시작의 발단이 됐다는 김현 의원의 "명함 뺏어"라는 발언도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버이연합은 설훈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언도 문제삼아 2014년 9월부터 10월 연달아 규탄 집회를 열었는데 이 집회에도 탈북자들을 동원한 것으로 나왔다. 설훈 의원은 2014년 9월 여야 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부재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 했느냐"라며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거짓말이)아니라면 더 심각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이 지난 2014년 10월 22일 '새민련 설훈 막말'이라고 적힌 집회 리스트에 15명의 탈북자들을 동원했다고 기록했다.
야당 정치인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었던 어버이연합은 집권 여당의 토론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해 정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월 1일 어버이연합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바른시민사회, 헌법을위한변호사모임 주최로 열린 '대공수사력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토론회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시 반대‧기권‧무효표를 던진 것에 대한 색깔론, 간첩 조작으로 드러난 유우성씨, 홍아무개씨 사건을 무죄 선고한 판사 등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자리에서 패널들의 발언에 박수를 쳤던 사람은 어버이연합과 탈북자단체 회원들이었다. 탈북자 동원 기록 자료에는 이날 탈북자 23명이 동원됐다. 2014년 10월 한 달간 동원된 탈북자는 172명이었고, 일당 2만원씩, 월별 정산 금액까지 합해 탈북자들에게 모두 480여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온다.
한창권 회장은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집회 시위에 참가한 탈북자들의 증언도 확보돼 있다"면서 "추선희 사무총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관련 자료 일체를 전부 제출하겠다. 어버이연합 등의 계좌에서 들고 나간 내역과 해당 자료와 일치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수사가 축소된 행태로 나오면 탈북자들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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