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정규(성남)기자]‘꼬마아가씨’가 비키니를 입고 파닥이며 물장구를 친다.가족과 연인이 텐트를 치고 한가롭게 캠핑을 즐긴다. 여행지에서 볼 수있는 풍경이 아니다. 성남시청사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성남시처럼 시청사를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사는 늘 5일장이 열리는 시골장터처럼 분주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19일 오전 9시50분. 성남시청사 1층 로비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가 정겹다. 한 아이가 뛰어다니자 선생님이 맹추격을 한다. 제자리에 앉히면 또 다른 아이가 대열을 이탈해 즐겁게 돌아다닌다. 권위적이고 엄숙한 국내 다른 시청사와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풍경이 성남 시청사에서 매일 펼쳐지고있다.
이날 아이들은 어린이 성교육을 받았다. 성남시는 회의때만 사용해 평상시 놀리던 대ㆍ소 회의실 5곳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주차장에는 성남 곳곳에서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노란차’가 쉴새없이 들락거린다. 아이들은 시장실을 찾아가 이재명 성남시장 무릎에 앉아 사진 촬영을 졸라대고 멋진 포즈도 잡는다.
이 시장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아이들이 몰려오면 함께 사진도 찍고 미래 희망을 담은 종이에 의미있는 말을 담은 사인도 해준다. 한쪽에서는 시장이 집무를 보고, 한쪽에서는 시민이나 어린이들이 시장실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일은 성남시에서 이젠 흔한일이다.
외국인들도 시장실을 구경하러 아무때나 온다.
성남시청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호화 시청사로 논란을 빚었던 성남시청사가 공무원이 주인이 아닌 시민들이 주인인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여름에는 시청사 광장 너른못 음악분수와 바닥분수에서 시원한 워터파크가 펼쳐진다. 공짜로 자전거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보드로 묘기를 뽐낸다. 밤에는 젊은 연인들의 19금(?) 데이트코스로 소문나있다. ‘취사 빼고 다된다’는 시청사 잔디밭에는 수많은 텐트가 펼쳐지고 시민들은 캠핑을 즐긴다. 아이들은 무료게임존에서 게임을 즐기고 장난감 도서관에서 시간 가는줄 모른다. 한달에 한번씩 주차장에서는 직거래장터가 열린다. 어린이들도 어엿한 소규모 점포 사장이 되보는 어린이 벼룩시장은 인기 만점이다. 무료 시민 결혼식은 기본이다. 성남종합홍보관에서 성남의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있고, 갤러리 공감에서는 시민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매일 시민 400명이 ‘몸짱’이 되기위해 체력단련실을 찾는다. 쇼핑센터에서 볼수 있는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청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할 수 있다. 헌구두를 수선해주는 구두수선점과 모유수유실, 여성휴게실, 화장실 비데도 필수다. 무궁화 3호 위성으로 송출받은 독도의 실시간 모습도 볼 수 도 있다. 하늘북카페(9층)에는 365일 출근(?)하는 고시생도 있고,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제공된다. 영화 드라마 촬영 섭외도 쉬워 시민들이 연예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청 구내식당도 시민들이 자주 찾는곳이다. 가격은 공무원과 시민 모두 동일하다. 인터넷방송국에서 예쁜 아나운서의 얼굴도 볼 수있다.
시청사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보면서 일본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뒤집어진 세월호 조각배’ 추모조형물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
시장으로 당선된 이재명 성남시장은 호화청사로 지탄받던 성남시청사를 시민사랑방 청사로 확 바꿨다. 9층 시장 ‘펜트하우스’를 내주고 2층으로 옮겼다. 2층 시장 집무실은 햇빛이 들지않는 곳이다. 펜트하우스는 ‘북카페 아이사랑 놀이터’로 변신해 아이들이 점령(?)해 버렸다.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성남시청사를 시민 품으로 돌려주는데 성공한 이 시장의 시민 청사 개방 능력은 전국 지자체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오는 21일에는 성남시청사를 구경하기위한 러시아 관광객 25명이 방문한다. 시청사가 외국처럼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자 성남시 오상수 홍보기획팀장은 “북한빼고 전세계에서 다 구경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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