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노수석.’
1996년 3월29일, 연세대 법대생 2학년 노수석씨(당시 20세)가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당시 또래 대학생들에게 ‘노수석 열사’로 불린 그가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잠든 지 20년이 흘렀다. 노수석은 1999년 95학번 동기들과 함께 연세대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고, 2003년 9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그 노수석이 20년 만에 반값등록금 운동으로 ‘부활’하고 있다. 20년 전 노수석이 거리에서 외친 구호는 ‘교육재정 확보와 등록금 인하’였다.
노수석을 통해 지난 20년의 대학 변화를 짚어보는 자리가 31일 마련됐다.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와 참여연대 등은 이날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노수석 열사 20주기를 맞아 ‘응답하라 1996-대학, 20년의 변화’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1996년 3월29일 대선공약 사항이던 교육재정 확보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에 노수석 학생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였다”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6년 오늘, 여전히 수많은 청년들이 등록금 때문에 소모적인 아르바이트와 학점경쟁으로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노수석이 외친 등록금 인하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은 20년이 지났지만 요원한 현실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대교연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20년 전에 비해 최대 20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고등교육을 민간에 위임하고, 사립대는 대학 운영의 대부분을 ‘수익자 부담 논리’에 따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온 결과다.
같은 기간 교육부 예산은 15조6000억원에서 2015년 51조2000억원으로 3.3배 증가했지만, 2015년 기준 한국은 대학 교육비의 70.7%를 민간이 부담하고 정부 부담 비율은 29.3%에 불과하다. 69.7%를 정부가 부담하고 민간부담 비율은 30.3%에 불과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학자금 대출자 수(누적)는 150만명에 달하고, 대출금도 9조5623억원에 이른다. 학생 1인당 평균 640만원을 대출한 셈이다.
대교연 이수연 연구원은 “반값등록금은 지금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니 반값을 부과하자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재정부담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국가에 있다는 정부 부담 원칙으로 전환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OECD 평균 수준(GDP 대비 1.2%)으로 확대한다면 약 4조10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으며, 반값등록금 전면 시행은 물론 저소득층 무상교육을 위한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노수석 열사가 외친 구호는 여전히 실현돼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를 따라 고등교육 정부지원 OECD 수준으로 확대, 반값등록금 전면 시행,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내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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