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3월 3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4·18기념관에서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아 ‘국가가 묻은 진실, 세월호 유가족이 다시 묻다’는 이름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학생회와 학내 언론 등 학생들이 주최하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뜻밖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었다.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1일 <주간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선관위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선거 감시 차 방문해야 할 리스트에 고려대에서 열리는 이날 행사가 포함돼 방문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측은 “세월호 간담회는 선거와 상관없는 행사”라고 선관위 직원들의 참관을 불허했고, 선관위 직원들은 돌아갔다고 학생회 측은 전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교육·주거 등 청년 이슈와 관련한 대응 모임인 총선청년네트워크와 총선대학생네트워크에 참여한다. 박 총학생회장은 “고려대가 총선 관련 활동을 하기 때문에 착오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도 “선관위가 자발적인 여러 소모임에 다니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선관위 측은 “고려대 유가족 간담회에 찾아간 사실이 있다”며 “선거 기간에 혹시 선거법 위반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어 이런 일들을 알려주고 정황 파악차 간 것이지 간담회 자체가 선거법 위반행위라고 판단해서 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관위 측은 간담회 내용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된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가 세월호 간담회에 찾아간 것은 선관위 권한 내의 활동이다. 3월 31일은 선거운동 기간 첫날이다. 공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규정한다. 무엇이 선거운동이며 적법한지 여부는 선관위에서 판단하도록 돼 있다. 선거법에 명시된 바로는 선거 자체에 대한 의견개진이나 투표참여 독려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특정 정당에 대한 비판은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해석돼 선거법 위반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이 조항은 정치토론이 활발해야 할 선거 기간에 오히려 시민사회의 정치권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선관위의 개입은 국가가 시민의 정치활동을 위에서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관 주도 계몽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3월 30일부터 서울 구로 등 일부 지역에서 오는 9일 마감하는 것으로 예정된 투표용지가 사전 인쇄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단일화를 방해하려는 시도 아닌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선관위는 인쇄시설 차원에서 행한 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민주는 그러면서도 국민의당과 단일화를 할 경우 ‘야권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써도 되는지 여부 등이 모두 선관위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선거사무 개입이나 공정선거 관리를 넘어서 선거의 ‘판’ 자체를 지배하는 기관으로 권한이 커져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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