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사진)가 새누리당이 4·13 국회의원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양적완화에 대해 “미국이 재미를 보았으니 우리도 따라 해보자는 안일한 생각에서 그런 거라면 당장 그 카드를 내려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 무책임한 실험이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우리 경제에 또다른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게될 것 같아 심히 걱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으로, 최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시중에 돈을 푸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교수는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경색을 푸는데에 양적완화가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은 미국의 정보통신, 제약, 바이오 산업 등 경쟁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이나 일본도 미국처럼 돈을 푸는 정책을 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것은 미국처럼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돈을 푸는 것은 달리고 있는 사람의 등을 밀어줘 더 힘차게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달릴 생각도 않는 사람의 등을 떠민다고 해서 그 사람이 우샤인 볼트처럼 달릴 리 만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이나 일본 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에서 돈을 푸는 것의 효과는 훨씬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내부자금을 깔고 앉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며 “투자를 해서 돈을 벌 자신이 없으니까 투자를 않는 것이지, 투자에 쓸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 집권세력은 입으로만 창조경제를 부르짖을 뿐 장기적 성장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해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양적완화로 인해 대대적으로 풀린 돈이 우리 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게 될지 심각한 고민이나 해보고 그런 정책을 제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8년 전 이명박(MB) 정부가 부자감세라는 부질없는 미국 따라하기로 공연히 경제에 주름만 가게 만든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보수세력의 어설픈 미국 따라하기는 그렇지 않아도 쇠약한 경제에 더욱 심한 병을 안겨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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