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또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했단 말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1일 밝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필요성에 대한 한국전력 관계자의 반응이다.
전기요금을 인하해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산업계의 주장과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한전과 정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요국에 비해 어떤 수준인지 짚어봤다.
3일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산업용 전력 판매단가를 전년대비 3% 인하했다. 대만 역시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평균 전력 판매단가를 내렸다. 중국도 올해 1월부터 산업용 전력 판매단가를 인하했다.
전경련은 미국의 산업용 전력판매 단가가 한국의 약 73% 수준이고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의 한전에 해당하는 대만전력 창립 이후 최대폭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전기요금 인하로 연간 약 12조원 규모의 원가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주요국들이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기업의 원가절감을 돕고 있다"며 "정부는 침체된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전기요금을 내렸으나 나라별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산유국과 한국의 전기요금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과 노르웨이다. 2014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으로 했을 때 이들 국가는 74~75 수준이다. 이 외에 일본 199, 독일 184, 영국 151, 프랑스 137, 이탈리아 350 등으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과 노르웨이가 우리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이유는 산유국이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10년 동안 전기요금을 70% 이상 올린 결과가 원가보상률 약 95%"라고 밝혔다. 국내 산업계가 그 동안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사실 전경련이 주장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배경에는 한전의 실적이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1조3467억원의 영업이익, 13조41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6조원, 당기순이익은 약 11조원 늘어난 수준이다.
조선,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등 상당수 주력기업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전의 사상 최대 실적이 화근이 된 셈이다. 시쳇말로 돈을 많이 벌어 여력이 생겼으니 전기요금을 인하해 도와달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지난해 이익의 경우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10조5500억원) 이익이 반영된 금액이고 과거 2008~2013년 원가미만 요금으로 누적된 부족액 31조원에 따른 부채 상환과 에너지 신산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력산업에 연관된 전문가들은 전경련의 주장이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압력이 수십조원"이라며 "신기후체제 아래 저탄소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에너지 신산업의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는 기업의 전기소비 패턴을 바꾸는 동시에 에너지 신산업 투자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