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동산시장 ‘큰손’으로 불리던 군인공제회가 지난해에만 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31일 “지난해 회계결산보고를 통해 부동산 투자 등으로 232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며 “4월1일 기업공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공제조합 성격의 국방부 산하기관이다.
공제회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개발사업(PF)과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2조원대 수익을 창출하는 등 부동산 투자 신화를 만들며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실적은 곤두박질쳤고, 이후 5차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 1117억원, 2010년 2428억원, 2011년 3537억원, 2013년 548억원, 지난해 2320억원 적자를 낸 것이다. 흑자를 기록한 건 2009년 199억원, 2012년 350억원, 2014년 134억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에 투자한 사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것이다.
공제회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는 에너지 및 선박, 해운, 유선방송 업계 불황으로 막대한 대손충당금 및 평가 손실이 발생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회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 폭이 큰 것은 2007∼2011년 PF사업 중 사업성이 악화한 자산과 장기보유 실적부진 주식 처분으로 1509억원, 2004∼2012년 집중 투자했던 에너지 및 선박, 해운, 유선방송 등 관련 펀드의 지분가치 하락으로 발생한 1695억원의 평가손실이 반영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널뛰기경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와 해외투자 감소 여파를 감안하면 예상된 피해라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조직 개편을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시장 대응능력을 키우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적자폭이 크지만 잠재적 부실을 털어내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부실에 따른 위기극복을 위해 임원 연봉 삭감과 직원 연봉 동결 등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회 수익성 악화로 돈을 맡긴 군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공제회는 군 전체 장교(부사관 포함)를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000원에서 75만원까지 낼 수 있는 퇴직급여저축을 운용 중이다.
국방부 군인연금과에서 관리하는 ‘군인연금’과는 별개 상품이다. 공제회 측은 경영실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나 2000년대 초·중반 7∼10%였던 이자율이 해마다 하향 조정돼 올해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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