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에 썼던 글이 굉장히 많이 퍼져나갔던 모양입니다. 글을 썼던 다음날 15만명 정도가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셨습니다.
문재인의 선택은 옳았다 - 천하삼분지계를 막아선 김종인 - 2016. 3.15
그런데 사실 작년에 썼던 글이나, 3월15일에 썼던글이나 내용이나 논조모두 별로 변한건 없습니다. 그러니까 변한게 있다면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이 변한것이겠지요. 그만큼 진실에 목마르고 세상의 변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제 기능을 잃고 여론의 중심을 잡아주어야할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하자 한적한 제 블로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것이겠지요. 보통은 한달에 한번 정도 정치적 주제로 글을 올려왔지만 요번에 2주만에 다시 새글을 업데이트 해드리는 이유도 그러합니다. 언론이나 다른 글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굳이 제가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글제목을 '대선은 김종인과 MB의 싸움이다'라고 썼더니 매우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이 그러합니다.
여러분이 보는 시각으로는 총선이 안철수와 김종인이 맞붙어서 싸우고 있는것 같고 김무성의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김종인이 맞서는 구도로 보이시겠지만, 제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1. 이번 총선의 핵심은 대선구도이다
이번 20대 총선의 핵심은 대선구도입니다. 총선의 결과 재편될 여야의 모습이 대선의 구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작년부터 써온 글에서 MB(이명박)는 3자구도를 생존의 카드로 계획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그 3자구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새누리당 - 더민주당에 이은 제3당인 '안철수당(국민의당)'의 출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성공했느냐 하면 반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문재인이 김종인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종인이 분열되던 민주당을 틀어쥐고 안철수당을 견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안철수당이 완전히 망해버렸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흔히 의문을 갖는것이 왜 안철수당(국민의당)은 야권연대를 안하는가? 인데 이건 전제가 잘못됐습니다. 안철수당은 야권연대를 할 수 가 없습니다. 왜냐면 야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야를 나눌때 단순히 집권세력과 그렇지 않은세력으로만 나눈다면 안철수당도 당연히 야당인게 맞습니다. 그러나 정체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안철수당은 여당세력에 가깝고 그중에서도 친이계에 가깝다고 제가 평가했습니다.
원래는 안철수당이 높은 지지율을 획득하면서 안착했더라면 탈당한 친이계의 대부분은 무소속이 되지않고 안철수당에 합류해서 총선을 치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낮은 지지율, 특히나 수도권에서 무의미한 정당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에 친이계들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철수당이 야권연대를 안하는 이유는 민주당,정의당등 야당들과 정체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그걸 바탕으로 해서 제3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말거나 그것은 신경쓸일이 아닐겁니다.
마치 이전글에서 안철수당에 붙었던 동교동세력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지거나 말거나와 상관없이 공천권과 국회의원뱃지에만 관심이 있던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죽이 잘 맞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안철수당은 총선을 통해서 여당을 패배시키거나 여당의 180석 개헌선을 저지한다 하는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당이 이겨도 상관없습니다. 정체성이 같으니까 말입니다.
왜 정체성이 같다고 계속 이야기하느냐하면 안철수당의 이념은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전에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는 '건국과 헌법의 뿌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출처 : 더불어민주당홈피
김종인 "대한민국 건국·헌법 뿌리 임시정부에 있어" - 2016.03.24 뉴스토마토기사중
이렇게 김종인대표가 더민주의 정체성을 '임시정부에 있다'고 뜬금없이 밝힌 이유는, 바로 그것이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가장 큰 차이점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여야 세력의 구분을 김종인대표는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는자들'과 '임시정부를 법통으로 삼는자들'로 나눈것입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더민주는 좌우대립의 좌측에서 가운데로 이동하고, 보수정당이 됩니다.
또 더민주가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는 새누리당과 안철수당은 점잖게 표현해서 '극우정당'으로 되겠지요. 헌법의 임시정부계승을 부인하는것이 되니까 말입니다.
국민의 당은 야당을 헐어서 3당의 지분을 차지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애시당초 야당을 무너뜨려서 3당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당을 친노만 빼놓고 모두 흡수해서 사실상 궤멸시키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할수만 있다면 양당구도를 바랬겠지요. 그게 여의치 않으니까 3당구도로 만들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계에 3당의 존재는 진보정당빼고는 의미가 없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사이에 낀 정당이라면 그것은 그냥 '회색정당'일 뿐입니다.
정말 3당체제가 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새누리당 - 민주당 - 정의당 정도로 판이 정리되어야 하겠지요. 좌우가 극명하게 구분이 되고 가운데에 보수정당이 들어가는 구도 말입니다.
자 이렇게 생각을 하면 국민의당의 포지션이 좀 더 정확하게 보일겁니다.
새누리당을 둘로 나누는겁니다. 친박과 친이계로 나누어서 보는겁니다. 이 둘은 공존할 수 없을 만큼 적대적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번 공천에서도 친박계는 이재오를 공천학살하려고 하다가 김무성이 옥새를 들고 튀는 바람에 살았습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친이계와 영 다르게 보는 시각이 여러분에게 있어서 인지부조화를 가져오는겁니다. 국민의 당은 MB가 그린 큰 판에서 나온 정당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친이계를 충분히 흡수할수있고, 또 거기에 보태서 이원집정부제를 매개로 야당의 일부(동교동)와도 손잡을 수 있는 정당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보면 상당히 스팩트럼이 커집니다.
친이계의 지지기반인 수도권과 영남을 포함하고 만약 신당을 통해서 호남을 공략할 수 있다면 이것은 아직까지 민정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으로 이어져오는 현재의 여당세력이 한번도 가져본적이 없는 넓은 지지층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단지 총선구도를 보고 만든게 아닙니다. 안철수 신당이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야권이 아닌, 여권의 일부라는 정체성때문이라고 저는 본다는 겁니다. 또 총선이후에도 그렇게 자리매김해서 대선까지 그 구도를 가져가려는 것입니다. 3자구도 말입니다.
아까 처음에 제가 문재인이 김종인을 영입함으로써 MB의 천하삼분지계가 절반만 성공했다(또는 절반만 실패했다)라고 표현했는데 바로 이것때문입니다. 총선이후에도 3자구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아직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발빠른 MB의 대구경북공략
과거 대선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수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대선에서는 그 법칙이 깨어졌습니다. 아래 그림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2012년의 승부를 좌우한것은 수도권보다는 영남(그중에서도 대구경북)이었습니다. 호남의 3백만이 아무리 똘똘뭉쳐도 대선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반면에 영남은 7백만으로 이들 지역이 똘똘뭉치자 지금의 야당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친이계의 3당이 수도권과 영호남을 아우른다면 (물론 지지하는 호남사람들은 정체도 모른체 지지하겠지만) 대선에서는 해볼만한 게임이됩니다. 그래서 김종인 대표가 안철수대표를 향해서 '대선밖에 안중에 없다'라고 이야기한것입니다.
친이계에서 어떤식으로 대구경북에 접근하고 있는지 한번 봅시다.
정의화 의장 "악랄한 사천...새누리로 돌아갈 생각 사라져" - 2016. 3.27 뷰스앤뉴스
정의화+유승민…'非朴 결사체' 탄생하나 - 2016. 3.27 서울경제
위의 기사글에서 정의화 의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도 "당선돼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건 옛날 방식 아니냐"면서 "차라리 밖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친이계입니다. 그가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정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정당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탈당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소속 이재오 “유승민 같은 처지…서로 도와야” "김무성 할 만큼 했다" - 2016. 3.28 경향신문
역시 똑같이 유승민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승민은 원래 친박이었습니다. 서로 물과 기름처럼 맞지않을 텐데도 그들은 유승민을 영입하는데 매우 관심이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과 유승민계 국회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생환할 경우 대구경북은 둘로 쪼개집니다. 친박계와 유승민계가 그렇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이 유승민에게 너무 가혹하게 했다는 동정론도 대구경북에는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생환확률은 매우 높다고 보여집니다.
애시당초 안철수신당의 계획안에는 이러한 낙과(落果)를 줍는것도 포함되어 있었을 겁니다.
“안철수-유승민 손잡으면 ‘태풍’ 분다” 안철수 측 유승민에 ‘러브콜’…유승민 측은 일단 손사래 - 2015.12.31
이쯤 되니까 별생각 없이 봤던 작년 12월말 안철수측의 유승민 러브콜 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이들은 모두 유승민을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승민의원이 친이계로 가는가 하는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러브콜의 배후에 저는 MB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선까지 큰 판을 그리고 호남을 공략하고, 대구경북까지를 끌어들일만한 머리는 저쪽에는 MB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MB를 아주 우습게 보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정치역사에서 가장 똑똑한(혹은 사악한)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 MB를 한손안에 꼽아줄것입니다.
3. 대선은 김종인과 MB의 싸움이다
그래서 대선은 김종인과 MB의 싸움이라고 한것입니다. 김종인이 당의 정체성을 우측으로 이동시키고 보수화 하면서 얻으려고 했던것은 유승민, 아니 대구경북이라고 저는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똘똘뭉친 대구경북의 지지층에 균열이 생겨났고, 어느쪽이든 유승민을 포용하는 쪽이 대선에서 수백만표를 얻게 될것입니다.
문제는 유승민이라는 인물을 새누리당이 다시 받아줄 것이냐인데, 이것은 원유철 원내총무가 받아주지 않겠다고 먼저 선을 그었습니다. 적어도 친박계 내에서는 유승민과 유승민계 그리고 이재오등을 새누리당에 받아줄 생각은 없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총선이후 이들은 살길을 찾아서 어딘가로 들어가야하고 이재오야 안철수신당으로 가면 될일이지만, 유승민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그는 제가 볼때 새누리당안에서 가장 가능성있는 정치인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유승민이 보는것이 단지 금뱃지를 오래달고 계파를 유지하는 수준이냐, 그렇지 않으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냐에 따라서 그의 행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가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긋고도 대선에 출마하여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면 그는 당연히 말을 갈아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총선을 전후해서 안철수신당이 무력화된다면 남은 선택지는 야당인 민주당뿐입니다.
김종인대표가 여기까지 내다보고 있었을까요? 저는 진영의원이 탈당할것을 예상하고 지역구를 비워뒀다는데에서 아마도 김종인대표도 MB가 보는데까지는 보고 있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대선은 MB가 그리는 천하삼분지계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막고 김종인이 대구경북을 손에 넣느냐에 따라서 승자가 결정될것입니다.
대통령이외에는 뚜렷한 내세울 주자가 없는 친박계는 이 게임에서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할것입니다. 물론 반기문을 영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대선주자로 옹립되는데에는 훨씬 험난한 검증과정이 있을것이고 저는 그 과정을 그가 통과하기 어려울것이라고 보는 쪽입니다.
작금의 정치판에서 여기까지 내다보고 판을 그리고 있는 책사들이 MB와 김종인이외에 누가있을까요 선뜻 더 떠오르지 않는군요. 아무튼 총선이후의 그림은 이정도로만 보고 있어도 잘 보일것입니다.
<총선기간이니까 출마자에 대한 비방,험담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혹시나 선거법에 저촉될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반영하여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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