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근혜 탄핵소추안이라는 제목의 벽보로 화제를 모았던 김수근 후보가 선거 사무실을 철거당할 처지에 놓였다. 서초구청이 서울지하철 2호선 10번 출구 부근에 설치된 천막 선거사무소 철거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성 선거 벽보가 주목을 받자 행정기관을 동원해 합법적으로 설치된 선거사무실을 철거하려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김수근 후보는 지난달 25일 서초구선거관리위원회에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천막 선거사무실을 설치하겠다고 신고했고, 서초구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위반 내용이 없어 설치를 승인했다.
서초구선관위는 "저희 쪽에서 천막 선거사무소를 신고했을 때 이례적이긴 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며 "사무실 안에 포스터 등이 노출되면 선거벽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노출시키지 마라고 주의를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제작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를 적은 탄핵 소추안 선거벽보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언론 보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4월 1일 서초구 가로정비팀은 김 후보의 천막 선거사무실이 도로법을 위반했다면 천막이 설치된 현장에 나와 철거를 통보하고 자진정비를 촉구했다. 김 후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 중구 시의원을 출마했을 당시에도 천막 선거사무실을 개설한 바 있다.
서초구 가로수정비팀은 자체 인지를 통해 도로법 위반 사항이라고 판단하고 자진정비를 촉구 중이라는 입장이다.
도로법 61조 1항에 따르면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사유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도로점용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비팀 관계자는 "도로의 기능과 유지 관리를 위한 차원으로 전신주나, 변압기 등은 다중이 이용하는 생활 필수 장치로 도로 점용 대상이 되지만 천막은 해당이 안돼 도로법 위반이라고 판단해서 서초구청이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뒤에 설치된 무소속 김수근 후보 천막 선거사무실. |
서초구청에 따르면 김수근 후보의 선거벽보 언론 보도를 보긴 했지만 행정지도 기간 순찰 도중 김 후보의 천막을 발견했고, 민원신고가 두번 들어와 검토 끝에 도로법 위반으로 보고 자진정비를 촉구했다.
서초구청은 논란을 예상한 듯 서초구선관위에도 천막 설치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천막 사무실을 철거한 사례를 모았다. 서초구청은 지난 3월 11일 전북 익산 지역에 설치된 천막 사무실을 놓고 10일 동안 행정지도 끝에 자진철거를 한 예와 부산 중구 지역 천막 사무실에 대해 철거를 강제 처분한 예를 들었다.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하려는 지도자층이 질서를 위반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모범적으로 솔선수범해 자진정비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김수근 후보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문구를 의식했느냐는 질문에 "문구나 이런 것에 여의치 않는다. 선거벽보가 화제가 된 후 공교롭게도 철거 시도가 들어가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저희도 곤란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선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막이 10번 출구 뒤쪽 주민 이동이 전혀 없어 통행 불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공간에 설치됐다는 점, 선관위 허가 뒤 닷새동안 큰 문제 없었던 점 등을 봤을 때 천막 철거는 무리한 행정지도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선거벽보가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 노출된 김수근 후보의 정치적 표현을 막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자진철거 시도가 논란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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