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일시금 2000만원과 월 급여 20%를 내놓겠다며 자발적 가입을 호소한 ‘청년희망펀드’가 금융권 일선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준조세와 다를 바 없는 펀드 가입 요구에 현장의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언론은 희망펀드 띄우기에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반강제적으로 임직원 펀드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1일 오후 전임직원에게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독려하는 단체 이메일을 보냈고 일부 영업점에서는 ‘1인당 1좌’ 원칙으로 가입토록 해 논란을 빚고 있다. (관련기사 : 하나은행 “청년펀드 가입” 직원 압박)
타 은행 직원인 박아무개씨는 “나오자마자 가입했다”며 “겉으로 말하진 않아도 너도나도 ‘그냥 가입하자’는 반강제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황당하다”며 “국민한테 이런 방식으로 돈 뜯어가면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것은 누구 발상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증권가를 다니는 김아무개씨는 “우리 부부도 1만 원짜리로 가입했다”며 “아내는 은행을 다니는 데 증권 쪽보다 압박이 아무래도 더 심하다. 규제를 받는 은행권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종료 직후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 청와대 | ||
김씨는 “이런 방식의 펀드 가입 요구는 시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증권계에서는 먹힐 리 만무하다”며 “역사상 유례가 있나 싶고, 사실상 세금을 다른 방식으로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서민들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을 사례로 들며 “기존 공익신탁과 뭐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금리 메리트를 준다고 하면 금융 시장을 왜곡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계 인사 이아무개씨는 “0%로 향하는 저금리 추세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계속되고 있고 우리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붙잡고만 있지 돈을 돌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정부 입장에서는 그나마 소비를 하게 되는 청년층을 목표로 펀드라도 돌려 보려는 것 같다”며 “어차피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펴도 비판받을 텐데 ‘뭐라도 해야 경제가 살지 않겠냐’는 식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 서울신문 23일자 사설. | ||
청년희망펀드는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모인 기부금은 청년 구직자 지원, 민간 일자리 창출 등에 쓰일 예정이다.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은 지난 21일부터 모금을 개시했다. 여타 은행들은 22일부터 시작했다.
언론 가운데서는 정부가 지분 33%를 가지고 있는 서울신문이 적극 띄우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 사설을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 재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독려했고, “청년펀드에는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의 불씨를 살려 청년 고용절벽 해소와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정부 예산이나 관제 펀드를 활용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박성원 논설위원은 “대통령은 자발적일지 모르지만 공무원과 기업들이 사실상 준조세 내는 격으로 팔을 비틀리다시피 해서 모은 돈을 갖고 관(官)이 시혜 베풀 듯 주물러서 무슨 일자리를 만들겠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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