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 백의종군, 결초보은과 관련될 것들을 고민중이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내 중진들의 총선 관련 거취를 압박하는 내용임을 짐작하게 한다. 21일 <한겨레티브이(TV)> ‘정치토크 돌직구’(성한용·임석규 진행, www.hanitv.com)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해 퇴진을 요구하는 방안이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내에선 김한길, 박지원, 이해찬 의원 등 중진들의 불출마는 물론,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부산 출마를 요구할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공천제·시스템 혁신으론 부족
‘새 술 새 부대’ 인적쇄신 의지
“민심은 상상 이상으로 이반”
당내 박지원·이해찬 등 불출마
문재인·안철수 부산 출마 거론
이와 관련해 혁신위는 22일 인적쇄신 요구의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23일 회견에 앞서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와 안철수 의원의 ‘혁신 실패론’이 부각되면서 막판에 혁신안의 빛이 바랬다는 혁신위 내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 같다.
김상곤 위원장은 공천 제도와 시스템 혁신만으론 부족하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당이 국민과 당원의 사랑을 더 받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제안이나 언급을 한두 가지 할 거다. 공천 제도개혁을 넘어 보완할 점이 뭔지 얘기하려 한다.”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새로운 혁신이 이뤄지면 거기에 맞는 인물들이 배치돼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출마 선언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게 이상하다’는 어느 언론의 보도가 큰 울림을 준다. 혁신안이 잘 실천만 되면 상당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
조국, 최인호 혁신위원이 각각 제기한 문재인 대표 이선 후퇴론과 이해찬 전 총리 불출마론에 대해선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혁신위도 선당후사, 백의종군을 요구해왔다. 문재인 대표도 그런 면을 감안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조국 교수가 당에 대한 충정으로 한 발언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당의 원로이고 최다선 의원인데, 그동안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해온 분이니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다시 한번 희생의 리더십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가 아닌가 이해하고 있다.”
1심 무죄, 2심 유죄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의 공천 적격성에 대해선 “그건 후보자 검증과 관련된 문제”라며 “후보자 검증 때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 게 가장 적절할지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선 “정치적 판결이 곁들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 당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는 다시 한번 숙고를 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답했다.
혁신안이 실패했다고 규정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섭섭함을 털어놨다. “혁신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혁신이 끝났을 때 느닷없이 실패했다고 단정을 짓는 것은 아니란 생각에서 몇마디 했다. 평소 그러신 분이 아니라고 봤는데 과도하게 예단하고 규정을 해서 당혹스러웠다.”
직접 경험한 제1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론 당의 시스템 부재를 꼽았다. “당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고 있고, 만들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현장에 다니다 보니 상상 이상으로 당에 대한 민심이 이반돼 있다. 참으로 위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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