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진실공방 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한변협 법조윤리협의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변호를 맡은 최교일 전 서울지검장이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을 수임했다며 징계 개시를 청구한 바 있다.

상대방 몰래 전관예우의 대표적인 행태인 전화변론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동시에 최 전 지검장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에 나오면서 공천권을 얻기 위해 김 대표의 사위 사건을 맡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최 전 지검장은 김무성 대표 사위 사건과 관련해 선임계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서울동부지검 측도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대표의 사위 이아무개씨의 첫 공소장에 변호인 선임 신고서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계자는 '재판장에서 공개 변론활동을 했느냐'는 질문에 "당사자의 변론 활동에 대해서 변론권이 침해될 수 있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과 최 전 지검장 측은 변협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히면서 선임계를 제출했으니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전관예우 의혹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와 친분에 대해서도 최 전 지검장은 사건 수임 시기 이씨가 김 대표의 사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변협 측은 최 전 지검장이 말을 바꿨다며 그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한변협 측 관계자에 따르면 공직 재직 후 퇴임한 변호사는 2년 동안 6개월마다 사건 심의 내역을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최 전 지검장이 제출한 문서상 실제 사건을 수임한 내역과 변호사 선임계 목록이 일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김무성 대표 사위 이씨의 사건을 검색해도 최 전 지검장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한변협은 이에 대한 소명을 하라고 했고 최 전 지검장은 법무법인 ㄷ과 같이 공동 변론활동을 했기 때문에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본인이 직접 대한변협 측에 변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관련 보도가 나가고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최 전 지검장이 말을 바꿨다는 것이 대한변협 측 주장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내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당시 제출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자기가 선임계를 내놓고 깜빡했다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공소 제기 당시 사건 의뢰인이 신라개발의 아들이었고 사건 수임료가 5천만원에 이를 정도여서 변호인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었는데 선임계 제출 여부를 잊어버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한변협의 입장이다. 

이씨의 사건을 검색하면 애초 최 전 지검장이 법무법인 ㄷ과 공동변론을 해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는데 법무법인 ㄷ은 2014년 12월 22일 소송대리인해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당일 다른 법무법인 4명의 변호인이 선임계를 제출했다.   

법조윤리협의회가 징계를 전제로 소명을 하라고 했는데 다른 법무법인과 공동 변론활동을 했기 때문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착각했다고 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관계자는 "서울동부지검과 최 전 지검장이 선임계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사후에 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진실게임이 되고 있는데 선임계를 냈다면 소득신고가 돼야 하므로 30일까지 제출할 소명자료를 보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제출했는데도 착각을 선임계를 내지 않은 것으로 잘못 알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혹시라도 제출하지 않는 선임계를 조작해 냈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크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면 변호사법 위반과 함께 조세포탈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선임계 없이 변론활동을 할 때 전화변론을 하게 되는데 상대방 측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어 대응을 할 수 없고 결국 형사 체계가 망가진다. 고위직 검찰 출신이 이 같은 전화변론을 하다 발각될 경우 사건을 기소한 검사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대한변협은 최 전 지검장이 맡은 나머지 6건의 사건도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사건을 수임했고 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번 일을 계기로 최교일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변협은 고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내지 않고 형사 사건을 수임해 변론 행위를 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하는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관련법 위반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또한 검사 출신 변호사의 선임계 제출 없이 변론 행위를 한 것을 담당 검사가 묵인할 경우 대검찰청 감찰위원회에 신고해 감찰을 요구하기로 했다.

선임계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최 전 지검장이 김무성 대표 사위의 변호를 맡은 게 드러나면서 김 대표가 재판 당시에도 크게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최 전 지검장이 고향에서 내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 사위의 사건 수임을 곱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