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출근하는 특조위원. 그리고 그들을 격려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출처 : <한겨레> 김성광 기자
정부는 지난 6월30일 이후 모든 지원을 끊었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7월 월급을 받지 못했다. 예산이 없어 출장비 지급은 물론 비품 구매조차 불가능하다. 문서를 출력할 프린터 토너가 떨어져 회의나 토론회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
직원들을 제외한 특조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들에게는 월급이 나왔지만 이 돈은 거부하기로 했다. 정상적인 특조위 활동을 보장하지 않은 채 위원장 등에게만 월급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7월1일, 텅 빈 특조위 사무실
출처 : 포커스뉴스
7월부터 정부의 맞춤형 보육 정책이 시작됐다. 맞벌이 부부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다. 종일반 신청을 하려면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파견 공무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특조위 행정지원실은 조사관들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조사관들이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월급도 못 받는 조사관들이 출근 뒤 아이를 맡길 곳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쌓여온 피로도가 임계를 넘어선 것이다. 민간인 출신 특조위 별정직 공무원58명 중 7명이 결국 일을 그만뒀다.
“실제로 몸이 아픈 사람도 많고 당장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사람도 많아 그만둔 조사관을 마냥 원망하기도 어렵다.” (한 조사관)
6월30일 이후 정부 부처는 특조위 조사 활동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조사 권한이 없는 기구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청해진해운 직원 등 현재 구속 상태인 제소자들도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그 전에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조사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조위 관계자)
지난 7월29일 선수들기에 성공한 세월호
출처 : 국토교통부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면 활동 기간 보장을 넘어 세월호 선체 조사를 위한 시간까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세로 특조위의 미래는 더 어두워졌다.
특조위 활동을 달가워하지 않는 청와대의 입김이 친박 핵심인 이 의원을 매개로 여당에 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방송법 위반)로 특조위가 검찰에 고발한 인물이다. 특조위가 9월1~2일로 계획한 세월호 3차 청문회에서도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 의원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끝까지 막아설 것으로 보인다.
“(활동 기간 보장과 관련해) 협상으로 안 되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야겠다. … 내가 순둥이인데, 건드리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1일 이석태 위원장이 단식 중인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그 뒤 열흘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무서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특조위는 국회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과 정부의 조직적 방해라는 거대한 절망 사이를 표류하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 단식농성을 이어가며 9월 초로 예정된 청문회 준비를 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청문회에 증인들이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끊임없이 특조위 권한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30일(정부 입장에 따른 종합보고서 작성 만료 시점) 이후에는 더 큰 곤란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특조위 사무실을 비우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사관들이 모여서 조사하고 논의를 이어갈 토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조위 내부에서도 9월30일 이후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조사를 이어나가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 이후 진상 조사를 그만둔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제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사라는 것이 흐름이 중요한데 정부가 고비 고비마다 모든 흐름을 끊고 있다.” (특조위 조사관)
7월29일 인양의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인 선수 들기가 성공했다. 해양수산부는 최종 인양 시기를 9월 말로 예상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구성된 기구가선체 조사도 못한 채 사라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많은 목숨이 사라진 참사에 이어 진상 규명 실패라는 또 다른 비극이 싹트고 있다. 여전히 이 비극을 구조할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글 / 정환봉 기자
편집 및 제작 / 강남규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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