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는 조금 특별한 학우가 있다.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했다는데 입학할 때부터 어딘가 수상하더라는 ‘카더라’가 돌던 친구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지만 함께 수업을 듣기는커녕 마주치기도 쉽지 않은 친구였다. 밤새 레포트를 작성하고 시험 준비를 해야하며 그렇게 얻은 점수 1점에도 예민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우리와는 달리, 학교의 특별 관리를 받고 쉽게 학점을 받았다고 알려진 친구. 최근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이야기다.
14일 이화여대 학생들에 따르면 정유라 씨가 입학하던 당시부터 학내에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시 커뮤니티에는 정씨가 입학할 때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학사에서도 학교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인 A씨 역시 “입학 당시부터 학내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왔었다. 정윤회 딸이 입학하는데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정도의 이야기는 있었는데 지금처럼 확실한 증거는 없어서 그때는 카더라 식으로만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 이화여대 학내에 붙은 최순실씨 딸 관련 자보. 사진=차현아 기자. |
사회과학대학 소속의 한 4학년 학생 C씨도 “지난해에 풍문으로 ‘말타고 입학한 애’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명확하게 그 사람이 누군지까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이화여대에서 불거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사태 이후 최경희 총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학생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던 가운데, 최순실씨 딸인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도 불거지자 학생 일각에서는 “고구마를 캐다가 무령왕릉이 나왔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다른 대학에 비해 이화여대는 특별 전형을 통한 연예인의 입학도 거의 없을 정도로 입학 관리가 엄격해, 특례입학 의혹은 이전까지 이화여대에서는 불거지지 않았던 이례적인 이슈였다는 것.
사회과학대학 소속의 3학년 학생 D씨는 “최경희 총장이 이명박 정부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쪽 사람이라고 하는 최순실 씨의 딸에 대해서 학교가 후하게 해준 것 같다며 의아해하고 있다”면서도 “교수님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정씨’, ‘최씨’ 등으로 불리며 교수님들 사이에서 유명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 이화여대 학내에 붙은 최순실씨 딸 관련 자보. 사진=차현아 기자. |
C씨는 “관련 기사가 뜨고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학생들은 크게 분노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뿐만아니라 최근 각 대학들은 성적과 출결 등 학사관리 요건을 엄격하게 개정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가 부실 대학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로 진행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도 학사관리는 평가 항목 중 하나다. 교육부는 이 외에도 학점포기제를 없애는 등 학생들의 성적관리를 엄격히 할 것을 각 대학에 요구하기도 했다. 상대평가이면서도 A학점을 받는 학생의 비율은 줄어들어 학생들 간의 성적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일련의 언론보도와 여러 의원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과제물에 크게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과제물에서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여러 차례 틀렸다. 그럼에도 해당 과목의 교수는 과제물의 띄어쓰기와 맞춤법까지 꼼꼼하게 첨삭해주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 정유라씨의 과제에 대한 이화여대 교수의 첨삭지도. 출처=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D씨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 “친구들과 (정씨가 냈다던) 레포트 얘기도 했었는데, 수준이 너무 낮았다.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도 B학점을 받았구나 싶었다. 우리는 다들 열심히 해서 내도 (이 정도) 성적을 잘 못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D씨는 “주변에 의류학과 친구가 있는데, 정유라씨와 함께 (계절학기 수업의 일환으로)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수업 중에 정유라씨는 거의 본 적 없고 중국 가기 위한 준비를 학생들이 함께 할 때도 정씨는 부르지 않았다. 따로 담당 조교가 정유라씨를 챙겼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C씨 역시 “학생들 대다수에게 성적과 출석 문제는 예민하다. 조금이라도 좋은 점수 받으려고 다들 애를 쓰고 있고, 그렇게 해도 학사 규정이 워낙 빡빡해서 점수 받기가 쉽지 않다. 6번 출석 안하면 바로 F학점을 받는다.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학교가 빡빡하게) 하는데 최순실씨 딸 정씨는 아무 것도 안하고 학점 받은 사실에 대해 (다들) 분노와 박탈감이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강행으로 인한 충돌 사태 전후로 이미 최경희 총장 등 학교 측의 불통 행보에 이미 뿔이 나있는 상황이다. 정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학생들은 또 다시 학교에 대한 의혹 규명과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C씨는 “학생들은 이사회가 총장의 비리를 밝히고 총장은 퇴임해야 한다고 서명운동을 했는데 일주일만에 5000명이 서명했다. 학부생이 1만5000명인데 서명에 참여한 이들은 전체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인원”이라며 “학교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이화여대 본관 앞 나무에 학생들이 걸어놓은 쪽지. 사진=차현아 기자. |
현재 정씨와 관련해 이화여대는 정씨의 입학부터 출석, 학점관리까지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화여대가 승마선수인 정씨를 뽑기 위해 체육특기생 종목을 23개로 늘렸고, 입학처장이 면접 평가위원들에게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는 말을 해 사실상 정씨를 뽑으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외에도 정씨가 훈련 등을 이유로 출석을 하지 않자 학칙을 변경해 훈련에 참가한 경우 출석을 인정해주는 학칙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나온 상황이다. 이화여대 측은 이러한 의혹 제기에 “특정 학생에 대해 특혜를 부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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