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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2, 2016

[최광희의 레드카펫] 최승호 감독 “세상 바꿀 수 있다는 공감 나누고 싶다” <자백> 개봉 이틀 앞두고 스크린 100개 이상 확보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 <자백>이 13일 개봉한다. 작은 규모의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으고 전국 대규모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적극적으로 알려 왔다. 그 덕분인지, 개봉을 이틀 앞둔 11일까지 전국 100여 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사회 고발적인 다큐멘터리로선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자백>의 최승호 감독(뉴스타파 피디)을 만나 개봉 전의 소감을 들었다.

- 부산영화제에 가셨더라고요?
영화제 부대행사인 아시안 필름 마켓에서 마켓 시사를 했어요. 김동호 위원장과 강수연 위원장이 우리 영화를 봤어요. 아주 좋다고 하더라고요. 강수연 위원장은 초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른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는 초대하지 않는다는 프로그래밍의 룰 때문에 마켓 시사만 하게 된 것이죠. 우리는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상까지 받았으니까.

- 부산에서 따로 일반 시사를 하셨죠?
남포동 메가박스에서 했어요. 몇 백 명의 관객이 오셨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보고 갔습니다.
  
▲ <사진출처=최승호 감독 페이스북>
- 본격적으로 전국 대규모 시사를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죠?
크라우드 펀딩은 8월말까지 끝냈고, 9월 초부터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시작했죠.

- 거의 매일 하시는 것 같던데요? 어떤 날은 두 세 개 하시기도 하고. 전국 일주 다 하셨겠네요?
강원도 빼고는 다 돌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1만 5천여 명 관람하셨어요. 후원자들 가운데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예매권으로 돌렸으니까 개봉 이후에 보시겠죠.

-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영화 홍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은가요?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봐야죠. 개봉일인 13과 14일 예매가 열려 있는 상영관수가 52개예요. 오늘 내일 중으로 많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배급사는 200개 상영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1일 현재 <자백>을 상영하는 스크린 수는 100개를 넘어섰다.)

- 10일까지 예매 점유율은 9위를 달리고 있더군요. 조금 더 탄력을 받으려면 상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할 텐데요.
올라갈 겁니다. 올라가고 있어요. 어제 13위에서 오늘 9위가 됐으니까 앞으로도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초기에는 멀티플렉스가 이 정도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전달이 되면 불이 붙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앞으로 더 빨리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예매권을 다 보내드렸기 때문에 예매 점유율 올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충분히 기대해도 괜찮을 겁니다.

- 3대 멀티플렉스의 상영관이 다 열렸죠?
다 열렸어요. 다만 상영관이 100석 안팎의 작은 상영관들이라는 건데, 어쨌든 좌석 점유율을 올리면 좀 더 큰 관들이 열리게 될 테니까.
이런 규모, 이런 주제의 영화가 100개 이상 스크린을 잡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단한 겁니다. 다행히 스크린 경쟁이 치열할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아주 센 영화가 많은 상황보다는 유리하죠.
작은 영화들과 달리 광범위하게 광고를 집행한 것도 스크린 수 확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일단 지하철역에 했습니다. jTBC 뉴스룸에 2주 연속 매일 광고했습니다. 극장 내외부에 포스터도 붙였습니다. 벽걸이 화면에 돌아가는 광고도 했고요. 상영전 스크린 광고도 지금까지는 거부당했는데, 상영이 확정됐으니까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어쨌든 스토리 펀딩으로 모은 4억 3천 5백만 원 안에서 광고 집행을 다 하신건가요?
사실 그것보다 더 썼어요. 다음 스토리 펀딩으로 모든 돈에서 세금, 수수료 등 제하고 3억 6천 만 원 받았습니다. 그걸로 시사회도 하고 나머지는 광고로 돌렸는데, 그 액수보다 더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최종적인 것은 배급사와 따져 봐야 알 것 같습니다.

- 한 달여 동안 시사회 도시느라고 체력적으로 피곤하지 않으셨어요?
피곤해요. 진짜 힘들어요. 개봉 되면 좀 괜찮을까 했는데, 개봉 되면 더 다닌다고 하던데? 게다가 이 영화는 다른 배우들이 없잖아요. 김기춘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나 혼자서 다니니까 더 힘든 거야. 할 수 없죠. 뭐. 이런 영화일수록 감독이 가면 사람들이 더 온다고 하니까 안갈 수가 없죠. 가야죠.

- 시사회 하시면서 이전과 다른 자신감이 좀 붙으셨어요?
굉장히 열정적인 반응이 느껴지죠. 어제도 창원에서 시사하고 왔는데 끝나고 난 뒤에 제가 들어가니까 관객 분들이 기립 박수를 치시더군요. 울고 계신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개봉하면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 영화 <자백> 스틸컷
- 시사회 반응 중에 인상적인 경험이 있으셨다면요?
가족 단위로 자녀들과 함께 오신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아이들이 질문을 많이 해요. 어제도 중학교 1학년생이 질문을 했는데, 우리나라 정보기관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간데요. 그걸 좀 얘기해달라고 해서 한참 설명을 해줬습니다. 젊은 친구들일수록 와서 보면 충격을 더 받아요. 대구에서도 대학생들이 왔는데, 그 친구들이 계속 질문을 하더군요. 그런 느낌이죠. 저도 대학교 1학년 처음 들어갔을 때 선배들의 180도 다른 생각을 듣고 인식에 있어서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게 됐는데, 그 친구들도 아마 그런 비슷한 체험을 하는 것 같아요.

- 이 영화에 어느 정도 관객이 들었을 때 의미 있는 흥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런 사회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고 기록이 <두개의 문>이 동원한 7만 5천 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기록은 상영관이 이렇게 많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그 이상 된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고맙다고 말할 상황이긴 하죠. 그런데 지금은 사실 상영관이 더 많이 열렸거든요. 그러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겠죠. 제 생각에 한 100만? 그 정도 되면 그래도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임팩트가 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죠. 적어도 게으른 국회를 자극해서 내년에 대선인데 국정원에 대해서 주목을 하고, 이 자들이 또 무슨 짓을 하지 않을지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 만약 이 영화가 기대만큼 흥행을 하고 여론 몰이가 이뤄지면 국정원 개혁을 하는 데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게 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일단은 전면적인 개혁을 하는 것은 지금 상태에서 쉽지 않을 거예요. 정부 자체가 저항을 어마어마하게 할 테니까. 다만 국회가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사실 국회가 지금 있는 법적 토대를 충분히 활용해서 더 강력하게 견제를 하려한다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안하거든요. 국회 정보위에 들어가 계신 분들 중에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무슨 야당의 경로당 같은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다고요. 그런 부분들이 참 문제라고 생각하죠. 일반 국민들이 국정원에 대해 느끼는 공포심이란 건 굉장합니다. 사찰에 대한 걱정, 이런 것들을 일상적으로 느끼거든요. 거의 모든 분들이 이거 나 도청당하는 거 아냐? 이런 말 해도 돼? 하는 걱정을 일상적으로 하며 사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는 그렇게 국정원을 가만 놔두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사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도 공포심이 있는 거예요. 의지가 없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겁을 먹기 때문이에요. 극우세력이 국정원 개혁 얘기 하면 빨갱이니, 종북이니 하니까 선거에서 떨어질까봐. 그렇게 걱정을 해서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자들도 있고, 입 밖에 꺼내더라도 트위터로 날리기나 하지, 실제로 구체적인 개혁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추진한 게 지금까지 뭐가 있었어요? 그런 한심한 국회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국회를 압박해서 개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 영화 <자백>을 관람하려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요.
재미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시고 블랙 코미디처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봄으로써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같이 좀 느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국회도 공포심과 게으름과 나태, 특권 의식에 빠져서 국정원은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져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바꿀 수 있고, 우리가 결정함에 따라서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고, 개혁함에 따라서 우리가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아가고 우리 자식들도 공포의 통제 속에서 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데 대해 같이 공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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