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원고를 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고 국가권력으로서 강력한 힘을 구가하고 있다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언급되던 사실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언론과 검찰, 심지어 박근혜를 지지했던 일부 정치세력까지 거리를 두면서 하이에나처럼 덤벼들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최순실과 그 주변 세력의 국정농단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공범인지 따져봐야 한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권력, 최순실에 충성한 사람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선출하고, 국회에서는 법을 만들어 국가권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어떤 기관에 얼마만큼의 권한을 줄 것인가, 그러한 권한의 행사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게 된다. 이른바 법치주의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가 만든 법률의 범위 내에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순실 게이트(이른바 최-박 게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국가권력의 행사에 있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사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미다. 생각해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전제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 이외의 누구도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부수적인 권리행사는 법률에 근거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줄 수 있고, 그 경우에도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권한 행사가 허용된다.
그런데 최순실은? 최순실이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비서관이 최순실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인 흔적마저 드러난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최순실이 법에서 정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파괴고 법치주의의 말살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무너트린 데 대하여 공범으로 처벌받아야 할 이유다.
▲ 최순실, 얼굴 가린 채 검찰 출석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의 질문에 얼굴을 가린 채 답변하고 있다. | |
ⓒ 유성호 |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 특히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지시와 간섭을 벗어날 수 없다 하더라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진언(盡言)하는 것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서진들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더욱이 그들은 대통령 개인을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관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세금으로 활동하는 그들에게 국가와 국민이 맡긴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소명감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은 장관급인 대통령비서실장과 차관급인 10명의 수석비서관(정책조정·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인사)으로 구성되었으며, 대통령비서실장 밑에 총무비서관, 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을 두고 있다. 현재 비서실에는 일반직·별정직 공무원을 포함하여 총 443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예산과 권한이 막대하다. 책임 또한 엄중한 이유다.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하면서 청와대 비서진을 이용했다면 당연히 해당 비서진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순실씨는 어느 경우에도 권한을 부여받은 지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비선라인이었기 때문에 그 지시를 따라서는 안된다.
특히 민정수석비서관은 밑에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 및 민원비서관을 두고,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동향 점검 등 공직기강, 부패근절, 국민권익 증진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비선 실세가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정을 농단하는 경우 1차적으로는 민정수석 비서관실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 어떤 법률적 근거에서 그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 비서진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함께 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최순실이라는 존재, 그녀가 법률적 근거 없는 비선라인이라는 사실, 법에서 정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한 사실을 알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자시에 따라서 이를 묵인한 잘못이 있다. 당연히 박근혜의 공범이다.
새누리당, 장관, 검찰·경찰, 대기업, 언론... 전부 공범이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지도부 사태 문제에 대해 "먼저 위기를 극복하고 머지 않아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 유성호 |
▲ 검찰, 승마협회 관계자 조사 방침 검찰은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육성 명분으로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 모녀의 독일 내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35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독일에서 정유라씨의 훈련을 돕고 말 구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을 지난 2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승마협회,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불러 정유라씨가 수혜자인 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한 배경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 |
ⓒ 연합뉴스 |
더 나아가서 살펴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정계에 입문하여 4.2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녀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나라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실질적으로 한나라당(후에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다.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층의 리더라는 이야기다.
리더는 무엇인가?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의 달성이나 방향에 따라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단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집단과 외부와의 조정 기능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리더란 어떤 정치적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최종 목적을 선택하고, 정책을 좌우하는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보수층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리더가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충분한 검증을 해서 선택해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다. 정당은 일반 사설단체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인 단체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리더가 미래의 국가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지, 무리를 이끌어 나가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는지 당연히 검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 대통령의 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의 지도자로 내세웠다면 리더의 잘못에 대하여도 당연히 공범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해서 함께 내각을 구성한 각부 장관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이 선발해서 대통령과 함께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각부 수장으로 상당한 권한을 갖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지시,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사항에 대해서 무조건 따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더욱이 대통령을 호가호위 하는 비선실세의 입김에 좌우된다는 것은 자신들의 막중한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과 막강한 비선실세의 잘못된 권한남용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수수방관한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더욱이 각부 장관들이 부서의 현안에 대해서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업무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비록 대통령이 그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준이 되지 않아서 대면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조직과 검찰조직 또한 국민들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을 위한 충성심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력을 충실히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면서 행동한다. 경찰은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시위현장에서 과거와 현재에 사뭇 다른 모양새를 보인다. 정권이 서슬 퍼럴 때는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아부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정권이 힘을 잃고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질 때는 국민들을 향해 한껏 자세를 낮춘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하나인 검찰은 어떠한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권을 행사해야 하는 검찰은 권력의 향배에 따라서 방향이 달라진다. 힘을 잃은 권력에 대해서는 냉엄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꼬리를 흔들면서 아부하는 모양새다. 그런 검찰에게 국민들이 막강한 수사권을 줘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눈치를 보지 말고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것이 국민적 명령인데도 말이다.
그 이외에도 박근혜의 부역자(附逆者)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면서 권력의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따른다. 완벽한 범죄행위고 권력과 공모한 것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의 뜻은 아랑곳없다. 수십억 원의 기부금을 내면서 기업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수단을 무시한다. 더 큰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자신감인가?
대학은 자신들의 이익을 얻어내려는 수단으로 입학 시 특혜를 주고 학사관리도 엉망으로 한다. 대한민국의 지성이 불의와 혼탁에 물들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체육단체도 특정인을 위해서 모든 규정을 바꿔가면서 특혜를 제공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미리 부복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대학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부하면서도 정권의 눈치를 본다. 상식에 어긋나는 진단서를 발부하면서도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다른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자신을 한번쯤은 되돌아봐야 하는데도 물러서지 않는다. 권력으로부터 얻을 이익을 미리 계산하는 것이다.
박근혜의 가장 확실한 공범은 언론이다. 언론기관은 저널리즘과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다. 그러나 도덕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한 언론기관들은 그러한 주장을 할 입장이 아니다. 미리 권력의 향배에 눈을 돌리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의 사명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탄생에서부터 갖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도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수많은 언론인들이 청와대를 기웃거리면서 권력의 단맛을 좇았다. 국민적 저항이 극에 달해 권력이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자 정론직필을 내세우면서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나서는 언론사들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하다. 누가 뭐라 해도 박근혜의 최대 부역자는 언론이고 회피할 수 없는 공범임은 분명하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