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고위 간부가 2012년 하반기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 과정에서 박승춘 보훈처장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처장은 지난 20일 <한겨레>가 익명으로 보도한 중진공 채용 청탁 의혹 정·관계 인사 8명 가운데 한명이다.
중진공의 한 전직 이사는 지난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2년 말) 평소 잘 아는 최완근 (당시) 서울지방보훈청장이 사무실에 찾아와 ‘보훈처장 아들인 ○○○에 대한 합격 동향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그해 면접평가에도 직접 참여했다. 중진공의 한 직원은 “당시 이사님한테서 최 청장의 부탁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의 아들은 중진공에 합격했고, 최 청장은 2013년 5월 보훈처 차장으로 승진했다. <한겨레>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 차장에게 십여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보훈처 홍보실 관계자는 “보훈 대상자 채용을 독려하는 것은 보훈처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당시 중진공에 지원한 입사지원자 10여명의 채용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처장 아들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처장 아들에 대한 보훈처의 채용 청탁은 다른 경로로도 이뤄졌다.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감사원 특별조사국 조사경과 보고’ 문건을 보면, 2014년 11월6일 중진공 채용비리를 조사하던 감사원 감사관이 “박○○는 현 보훈처장 아들로 알고 있다. 외부 청탁이 있었는지 말하라”고 중진공 직원에게 물었다. 이에 중진공 인사팀장이었던 신아무개씨는 “2012년 신입직원 채용 원서접수가 끝날 무렵 서울지방보훈청 취업담당관이 사무실에 방문했다.
보훈 관련 채용 점검을 하는 것처럼 말하다가, 도중에 ‘보훈처장 아들이 원서를 접수했으니, 공식 발표 전에 합격 여부를 알려줄 수 없겠느냐’고 했으며, 일상적인 부탁의 말을 하고 갔다”고 답변했다.
이 문건에서 신씨는 “이사장 등 상부에 보고해 ‘원칙대로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2012년 하반기 중진공 서류전형과 최종합격자 명단을 보면, 박 처장 아들의 이름 옆에 각각 ‘박승춘 보훈처장 자(子)’와 ‘보훈처장’이라고 두차례 적혀 있다. 중진공 인사팀이 만든 이 명단에는 ‘보고용’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중진공 고위 임원들이 회람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 문건에는 박 처장 외에 송종호 전 중소기업청장도 취업 청탁자로 등장한다. 감사원 감사관이 “○○○, ○○○는 송종호 전 이사장으로 여러 군데 걸쳐 적혀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송 전 청장은 전직 중진공 이사장이었다. 실제 송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탁한 지원자가 성적 조작으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청탁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합격자는 송 전 청장과 동서 사이인 전직 국회의원의 친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원 사실을 알아보려고 연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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