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로 기운 듯하던 공화당 대선 경선이 위스콘신 경선을 계기로 큰 변곡점을 맞았다.
5일 미국 공화당 위스콘신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은 득표율 48.3%로 35.1%에 그친 도널드 트럼프(70)를 훌쩍 제쳤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는 14.1%를 얻었다. 이날 패배로 과반수 대의원(1237명)을 확보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공화당은 7월 중재 전당대회를 개최해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NN은 중재 전대가 열릴 가능성이 77%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위스콘신은 대의원 42명이 걸린 중형 선거주로 승자가 대부분의 대의원을 가져가게 돼 트럼프는 지금까지 최소 743명, 크루즈는 510명을 챙겼다. 위스콘신은 백인 중산층 이하 노동자가 많아 지난달만 해도 트럼프의 낙승이 예상된 곳이어서 트럼프의 패배는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돌풍을 일으켰던 트럼프식 노이즈 마케팅이 이제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피로감’이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가 최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용인 및 주한미군·주일미군 철수 가능성, 무역협정 전면 개정 등 국제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함부로 발언하고 좌충우돌한 행태가 패착이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으로서 결격 사유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CNN 앵커 울프 블리처는 “트럼프가 미 외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사람들이 트럼프에 대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설익은 주장이자 괴팍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미-멕시코 국경에 세우려는 장벽 설치비용을 멕시코가 내지 않으면 미국에서 멕시코로의 송금을 금지하겠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특별좌담회에서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용인론에 대해 “아무리 선거철이라 해도 국익을 위해 복무하는 군인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막가파식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낙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취재 여기자를 폭행한 선거대책본부장을 두둔한 것도 여성들의 표를 깎아먹은 것으로 보인다. CNN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는 모든 연령층의 여성 유권자층에서 크루즈에게 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까지 트럼프는 사실상 1인 선대위 체제였다. 처음엔 신선하게 보였지만 경선이 진행되면서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대의원 과반수 확보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관심은 공화당이 1948년 토머스 듀이 뉴욕주지사를 대선후보로 선출한 이후 68년 만의 중재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지에 쏠린다. 중재 전대가 열리면 경선에서 선발된 대의원 2472명을 대상으로 1차 투표를 한다. 전체 대의원 중 95%는 경선 결과대로 투표하지만 5%는 경선 결과와 무관하게 자유투표를 할 수 있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를 하는데 이때부턴 전체 대의원의 59%가 자유투표를 할 수 있다. 그래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3차 투표에선 80%가 자유투표를 한다. 당내 조직이 부족한 트럼프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공화당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후보를 갈아 치울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대 분위기와 지도부의 조직표에 따라 트럼프가 얼마든지 낙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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