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행보를 앞두고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올 것이냐 반대로 반문 정서를 자극해 역풍이 불 것이냐를 놓고서다.
문재인 의원실은 문 전 대표가 8일과 9일 호남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호남 방문은 특정후보 지원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 '사과' 경청' 목적"이라고 밝혔다.
선거 막판 승부수로 볼 수 있는 결정이지만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이 중앙당 결정이 아니라는 점, 김종인 대표가 호남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또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일단 문 전 대표 측은 호남행에 개별 후보 측의 요청이 있었다기보다 자체 판단에 따라 호남 민심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호남행 컨셉도 정권심판이나 경제실정 비판 프레임을 내세우기보다 호남 민심을 겸허히 경청하겠다는 ‘자숙’ 모드에 맞춰져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듣고 거침없는 질타를 들어가며 민심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는 계획"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조심스런 접근을 통해 민심을 바꿔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문 정서는 호남에서 50~60대 계층에 강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를 놓고 세대별 투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문정서가 강한 중장년층의 표심이 국민의당으로 갈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중장년층이 반문 정서를 바탕으로 국민의당을 전폭 지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후 광주에 출마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강함에도 더불어민주당을 비토하고 '변화'의 선택지로 국민의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문 전 대표의 정면돌파 움직임이 대권후보 주자로서 호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종인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반대하고 언론에서도 호남의 반문 정서를 부각시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수세적으로 호남 방문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전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도 엿보인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호남에서 안정적인 지지세가 확보돼야 한다. 영남권 공략도 호남 지지가 안정화될 때 가능한 일이다.
영남 지역의 표심을 확장하기 위해 ‘호남에서 지지를 잃어버린 문재인 전 대표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가 이번 호남 방문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방문하지 않고 선거 결과 패배하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문 전 대표는 입지는 좁아진다.
친노패권의 존재 및 청산 문제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문 전 대표는 자신의 대표직을 맡았을 때 당내 갈등 문제와 야권의 무기력함 등을 꺼내놓고 광주 민심에 호소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은 치밀한 전략에 따라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는 것도 득실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광주 동남갑 최진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는 왜 광주에 와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문 전 대표가 이번에 광주에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답변과 같다"면서 "만약 이번에 문 전 대표가 광주에 오지 못하면 광주시민과 문 전 대표간의 장벽은 되돌릴 수 없고 내년 정권교체는 영영 물건너 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는 반문 정서와 관련해서도 "우리 호남사람들이 분열주의자들, 수구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과감히 깨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각각 지원했던 후보자 이름 SNS 언급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월등히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로 인한 후보자 이름 SNS 언급량이 많은 것으로 나오면서 그의 호남행이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리서치뷰는 지난 3월 1일부터 4월 4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지원유세한 16명의 후보자 이름 SNS 언급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원 유세 당일 문재인 전 대표는 연관어 순위가 대부분 1~2위로 상위순위를 기록했으나 김종인 대표는 지원 유세 당일 연관어 순위가 김춘진, 이병훈 후보를 제외하고 상위권에도 위치하지 못했다.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는 각 후보의 SNS상 인지도가 낮은 후보에대한 인지도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SNS상 인지도가 높은 후보 또한 언급량 상승에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대통령출마포기 선언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했던 정준호 후보(광주 북구갑)는 5. 18 묘역에서 문 전 대표의 단식을 제안하면서 광주 방문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후보는 "이 정도의 각오와 의지 없이 광주를 방문하시는 것은 광주지역 후보들과 총선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의 호남행 '타이밍'이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A씨는 "이미 호남행을 놓고 불쏘시개가 됐는데 일부러 내려올 필요가 있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전직 대표가 올 수 있지만 왜 지금 타이밍인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모든 것을 던진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선거에 지더라도 호남을 가는 등 할만큼 했다는 면죄부를 받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최근 더민주당이 고전하고 있는 분석때문에 부랴부랴 호남에 나타난 것은 면피하겠다는 것이고 멀리보면 대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반노 정서에 더해 김종인 대표의 발언으로 호남 민심이 악화돼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삼성 미래 자동차 공장을 광주에 설립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지만 광주 지역민들은 이를 보는 시각이 매서울 정도로 차갑다. 기존 자동차 공장 라인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백색가전(세탁기, 냉장고) 공장 라인들도 빠져 나가면서 생산기지 공장들이 사라지는 판인데 이런 사정도 알지 못하고 '한방에 역전'하겠다며 현실성 없는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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