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권한을 확대해 보도 전반에 대한 검열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의혹제기는커녕 사실이라도 특정 후보자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면 제재 대상이 된다. 임시조치와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도 남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지만 선거기간에는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공정보도를 빙자하는 사후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딸의 특혜입학, 부정학점취득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경고’제재를 내렸고, 이를 후속보도한 한겨레, 인용한 환경TV에 ‘주의’제재를 내렸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후보자와 관련한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인터뷰, 근거자료 등을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으로 보도했다”는 게 제재 이유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보도는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 실제 면접을 진행한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뉴스타파가 수차례 반론을 받으려고 노력했음에도 나 의원측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지난 1월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열린 '12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 참석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재심에서도 같은 제재가 나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경고 결정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언론의 검증 기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선거심의 기구가 난립하고 있는 데다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뉴스타파에 제재를 내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기구로 2004년 인터넷언론이 심의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 기구는 최소한 독립기구에서 심의를 맡도록 했다는 점이 다르다.
선거심의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빌미로 언론의 후보자 검증 역할을 못하게 막고 있다. 특히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2004~2014년까지 1229건의 기사에 제재를 내렸다. 의결내역을 살펴보면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잣대로 한 제재가 각각 404건, 159건에 달한다. 폐쇄성도 문제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회의 내용을 일절 비공개로 한다. 인터넷심의위 관계자는 “위원의 독립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는 회의록 공개는 물론 공개방청도 허용하고 있다.
선관위가 덩치를 키우며 선거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권한을 확대해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선관위는 2004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뿐만 아니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신설했고, 2014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신설해 보도에 직·간접적인 관여 수단을 늘렸다. 여론조사심의위는 2015년 언론이 여론조사 관련 보도를 할 때 공표해야 할 사항을 8개에서 12개로 대폭 늘리는 등 규제도 강화했다.
여론조사심의위가 규정을 폭 넓게 적용해 온라인 설문조사도 ‘정식 여론조사’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총선넷은 집중 낙선 대상자를 발표한 뒤 ‘워스트 10’ 후보 등을 뽑는 인터넷 투표를 진행했는데, 여론조사심의위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여론조사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여론조사심의위는 여론조사를 인용한 언론 보도까지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경우 지난 4일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인용한 보도가 최초 출처의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조요청을 받았다. 서울시여론조사심의위 관계자는 “관할지역 소속 언론에 대해 일일이 모니터링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없었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심의제도도 과도한데 선관위가 무리하게 역할을 키우다보니 중복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종이신문이 여론조사 인용보도에 필수항목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해당 보도는 선거기사심의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선거여론조사심의위로부터 3중 제재를 받게 된다. 2012년 총선 때 경기헤럴드 기사에 대해 심의기구마다 다른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거기간 기사 뿐만 아니라 댓글, 게시글에 대해서도 통제가 이뤄져 가장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때 온라인 공론장이 위축된다. 선관위는 선거기간 인터넷실명제 합헌 결정을 이유로 언론사의 익명 댓글창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 제도를 이용해 후보자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게시물 삭제를 빈번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만 새누리당 김을동, 나경원, 박기준 후보 등이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경원, 박기준 후보는 걸면 걸리는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해 관련 게시물을 차단하기도 했다.
▲ ⓒiStock
포털도 예외는 아니다. 19대 총선 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새누리당의 이의신청으로 이례적으로 포털 기사배치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각’결정이 나긴 했지만, 포털에 대한 심의 자체만으로도 과도한 권한 행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오랜 기간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온 네이버는 선거기간 공정성을 위해 후보자에 대한 ‘연관검색어’와 ‘검색어 자동완성’기능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보도에 제재를 할 때는 보도가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제재도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더욱이 댓글과 게시물에 대한 제재까지 이뤄지면서 선거기간 후보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정보가 유통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이는 온라인 공론장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권한을 확대해 보도 전반에 대한 검열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의혹제기는커녕 사실이라도 특정 후보자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면 제재 대상이 된다. 임시조치와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도 남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지만 선거기간에는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공정보도를 빙자하는 사후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딸의 특혜입학, 부정학점취득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경고’제재를 내렸고, 이를 후속보도한 한겨레, 인용한 환경TV에 ‘주의’제재를 내렸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후보자와 관련한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인터뷰, 근거자료 등을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으로 보도했다”는 게 제재 이유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보도는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 실제 면접을 진행한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뉴스타파가 수차례 반론을 받으려고 노력했음에도 나 의원측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지난 1월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열린 '12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 참석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재심에서도 같은 제재가 나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경고 결정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언론의 검증 기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선거심의 기구가 난립하고 있는 데다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뉴스타파에 제재를 내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기구로 2004년 인터넷언론이 심의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 기구는 최소한 독립기구에서 심의를 맡도록 했다는 점이 다르다.
선거심의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빌미로 언론의 후보자 검증 역할을 못하게 막고 있다. 특히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2004~2014년까지 1229건의 기사에 제재를 내렸다. 의결내역을 살펴보면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잣대로 한 제재가 각각 404건, 159건에 달한다. 폐쇄성도 문제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회의 내용을 일절 비공개로 한다. 인터넷심의위 관계자는 “위원의 독립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는 회의록 공개는 물론 공개방청도 허용하고 있다.
선관위가 덩치를 키우며 선거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권한을 확대해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선관위는 2004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뿐만 아니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신설했고, 2014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신설해 보도에 직·간접적인 관여 수단을 늘렸다. 여론조사심의위는 2015년 언론이 여론조사 관련 보도를 할 때 공표해야 할 사항을 8개에서 12개로 대폭 늘리는 등 규제도 강화했다.
여론조사심의위가 규정을 폭 넓게 적용해 온라인 설문조사도 ‘정식 여론조사’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총선넷은 집중 낙선 대상자를 발표한 뒤 ‘워스트 10’ 후보 등을 뽑는 인터넷 투표를 진행했는데, 여론조사심의위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여론조사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여론조사심의위는 여론조사를 인용한 언론 보도까지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경우 지난 4일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인용한 보도가 최초 출처의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조요청을 받았다. 서울시여론조사심의위 관계자는 “관할지역 소속 언론에 대해 일일이 모니터링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없었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심의제도도 과도한데 선관위가 무리하게 역할을 키우다보니 중복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종이신문이 여론조사 인용보도에 필수항목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해당 보도는 선거기사심의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선거여론조사심의위로부터 3중 제재를 받게 된다. 2012년 총선 때 경기헤럴드 기사에 대해 심의기구마다 다른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거기간 기사 뿐만 아니라 댓글, 게시글에 대해서도 통제가 이뤄져 가장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때 온라인 공론장이 위축된다. 선관위는 선거기간 인터넷실명제 합헌 결정을 이유로 언론사의 익명 댓글창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 제도를 이용해 후보자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게시물 삭제를 빈번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만 새누리당 김을동, 나경원, 박기준 후보 등이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경원, 박기준 후보는 걸면 걸리는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해 관련 게시물을 차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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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도 예외는 아니다. 19대 총선 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새누리당의 이의신청으로 이례적으로 포털 기사배치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각’결정이 나긴 했지만, 포털에 대한 심의 자체만으로도 과도한 권한 행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오랜 기간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온 네이버는 선거기간 공정성을 위해 후보자에 대한 ‘연관검색어’와 ‘검색어 자동완성’기능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보도에 제재를 할 때는 보도가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제재도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더욱이 댓글과 게시물에 대한 제재까지 이뤄지면서 선거기간 후보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정보가 유통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이는 온라인 공론장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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