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매일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말의 속뜻과 총선과의 상관성이 점쳐지면서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미묘·복잡·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목거리는 박 대통령의 말만이 아닙니다. '발'도 분명 주목거리입니다. 박 대통령의 발끝이 향하는 곳, 그곳도 총선이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에 참석했는데요. 눈여겨 볼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청와대가 내놓은 보도 자료의 한 구절을 볼까요?
"사회보장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11년에 발의하여 2013년 1월 시행된 개정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해 출범한 사회보장정책에 관한 최고 심의 조정기구로, 회의에 대통령이 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청와대 설명 그대로입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산파는 박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다가 11차 회의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이 발걸음이 뜻하는 바가 뭘까요?
자신의 '옥동자'였는데도 3년 가까이 '사생아' 취급했던 박 대통령이 이제야 발걸음을 놓은 이유는 시기적 특수성입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복지를 본격적으로 챙기기 위해 뒤늦게 사회보장위원회를 찾은 건 아닙니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지 전쟁을 펼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보장위원회 회의 결과를 전하는 청와대 보도자료의 한 구절을 읽어보죠.
"이날 토론에서 일부 위원들은 최근 서울시의 청년 지원 수당 등이 사회보장위원회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되는 것에 대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협력하여 청년들의 일할 능력을 키우고 원하는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원회와의 협의·조정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부 위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누리 과정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중앙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업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렇게 콕 찍었습니다. '청년 수당'을 겨냥하는 한편, '누리 과정'을 부각시켰습니다. 앞으로 청와대가 주도할 복지 의제의 핵심 소재로 이 두 가지를 꼽은 것인데요. 이 두 복지 사안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싸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사안들입니다. 싸움도 목검 승부가 아니라 진검 승부 수준의, 치열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업을 펼치면 그 복지 사업 예산만큼의 교부금을 깎겠다고 선언하면서 전투 레벨을 의도적으로 '업(up)' 시키고 있으니까요.
박 대통령의 복지 행보는 이처럼 전투 모드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복지를 가장 뜨거운 갈등 요인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복지에 대해 '선빵(선제 공격)'을 치고 나온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소극적으로는 연말·연초에 또다시 재연될 누리 과정 예산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야당 소속 단체장이 주도하는 복지 사업에 박 대통령이 직접 저지선을 침으로써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이 총선 이슈가 되는 걸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헌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더 정교하고 교묘한 전략도 깔려있습니다. 바로 역 심판론의 포석 깔기인데요. 복지를 매개로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나 '정략성 복지 사보타지'에 대해 맹공을 퍼부음으로써 지방자치단체 심판론을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사회보장위원회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청년 수당과 누리 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콕 찍어 별도 설명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 수당 사업을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 대표 사례로, 시·도교육청의 누리 과정 예산 편성 거부를 '정략성 복지 사보타지' 대표 사례로 삼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 또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싸움의 당사자로 만듦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또는 원망을 표심으로 조직하려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의도를 새정치민주연합도 간파했는지, 어제 '복지 후퇴 저지 특별대책위'를 꾸렸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발 빠른 대응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특위 이름 그대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복지 전쟁의 성격을 '저지'로 맞추면 공성전이 아니라 수성전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그게 아니라 이게 진실입니다'라고 외치게 되는 겁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 증명하고자 부단히 노력할 그 '진실'의 핵심 내용은 실현 가능성이 될 것이고요. 이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응은 청와대가 짜는 프레임에 갇히게 됩니다. 잘해야 본전인 싸움을 치르게 되는 것입니다.
새정치연합의 정석 플레이는 '가드'를 올리는 게 아니라 강력한 크로스 펀치를 날리는 것입니다. 무상 급식과 같은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 전국적 총선 의제로 삼는 것입니다. 정권과 언론과 어용 단체가 에워싼 성에 갇히는 게 아니라 드넓은 평원에서 진을 펼치는 것입니다.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면대결의 배포와 기상천외의 창의성을 내보일 수 있을까요?
어찌 됐든 이제 복지 전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에 참석했는데요. 눈여겨 볼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청와대가 내놓은 보도 자료의 한 구절을 볼까요?
"사회보장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11년에 발의하여 2013년 1월 시행된 개정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해 출범한 사회보장정책에 관한 최고 심의 조정기구로, 회의에 대통령이 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청와대 설명 그대로입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산파는 박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다가 11차 회의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이 발걸음이 뜻하는 바가 뭘까요?
자신의 '옥동자'였는데도 3년 가까이 '사생아' 취급했던 박 대통령이 이제야 발걸음을 놓은 이유는 시기적 특수성입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복지를 본격적으로 챙기기 위해 뒤늦게 사회보장위원회를 찾은 건 아닙니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지 전쟁을 펼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보장위원회 회의 결과를 전하는 청와대 보도자료의 한 구절을 읽어보죠.
"이날 토론에서 일부 위원들은 최근 서울시의 청년 지원 수당 등이 사회보장위원회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되는 것에 대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협력하여 청년들의 일할 능력을 키우고 원하는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원회와의 협의·조정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부 위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누리 과정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중앙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업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렇게 콕 찍었습니다. '청년 수당'을 겨냥하는 한편, '누리 과정'을 부각시켰습니다. 앞으로 청와대가 주도할 복지 의제의 핵심 소재로 이 두 가지를 꼽은 것인데요. 이 두 복지 사안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싸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사안들입니다. 싸움도 목검 승부가 아니라 진검 승부 수준의, 치열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업을 펼치면 그 복지 사업 예산만큼의 교부금을 깎겠다고 선언하면서 전투 레벨을 의도적으로 '업(up)' 시키고 있으니까요.
박 대통령의 복지 행보는 이처럼 전투 모드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복지를 가장 뜨거운 갈등 요인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복지에 대해 '선빵(선제 공격)'을 치고 나온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소극적으로는 연말·연초에 또다시 재연될 누리 과정 예산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야당 소속 단체장이 주도하는 복지 사업에 박 대통령이 직접 저지선을 침으로써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이 총선 이슈가 되는 걸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헌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더 정교하고 교묘한 전략도 깔려있습니다. 바로 역 심판론의 포석 깔기인데요. 복지를 매개로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나 '정략성 복지 사보타지'에 대해 맹공을 퍼부음으로써 지방자치단체 심판론을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사회보장위원회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청년 수당과 누리 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콕 찍어 별도 설명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 수당 사업을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 대표 사례로, 시·도교육청의 누리 과정 예산 편성 거부를 '정략성 복지 사보타지' 대표 사례로 삼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 또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싸움의 당사자로 만듦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또는 원망을 표심으로 조직하려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의도를 새정치민주연합도 간파했는지, 어제 '복지 후퇴 저지 특별대책위'를 꾸렸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발 빠른 대응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특위 이름 그대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복지 전쟁의 성격을 '저지'로 맞추면 공성전이 아니라 수성전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그게 아니라 이게 진실입니다'라고 외치게 되는 겁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 증명하고자 부단히 노력할 그 '진실'의 핵심 내용은 실현 가능성이 될 것이고요. 이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응은 청와대가 짜는 프레임에 갇히게 됩니다. 잘해야 본전인 싸움을 치르게 되는 것입니다.
새정치연합의 정석 플레이는 '가드'를 올리는 게 아니라 강력한 크로스 펀치를 날리는 것입니다. 무상 급식과 같은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 전국적 총선 의제로 삼는 것입니다. 정권과 언론과 어용 단체가 에워싼 성에 갇히는 게 아니라 드넓은 평원에서 진을 펼치는 것입니다.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면대결의 배포와 기상천외의 창의성을 내보일 수 있을까요?
어찌 됐든 이제 복지 전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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