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전국적으로 '보육대란'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다양한 사회 보장 정책들을 그동안 추진해왔다"며 "영유아에 대한 보육과 양육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정부는 내년도 교육 예산 편성 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 과정 예산은 각 시도교육청이 빠듯한 예산을 쪼개 떠맡아야 할 처지다.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임에도, 정부는 아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지난 5월 시도교육청 예산에서 누리 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청은 내년 지역 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으로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공약이므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교육 복지는 중앙정부가 맡는 게 맞다는 논리도 들어있다.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해에도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겼고, 일부 지자체는 지방채 발행 등 빚을 내 대통령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보다 두터운 사회보장 체계를 만들어가는 흐름을 만들어냈고, 국민과의 약속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까지 우리 복지 제도는 중앙과 지자체 간, 또 각 부처와 부서 간에 칸막이를 높이 세우고 제각각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다보니까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데도 현장의 복지 체감도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 그런 비효율성이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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