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
ⓒ 남소연 |
▲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휴일을 맞은 시민들이 방청석을 채우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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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이 88시간을 넘어섰다. 17번째 주자 정청래 의원의 재기섞인 토론이 이어졌고 휴일을 맞은 시민들도 속속 방청석을 채웠다.
정 의원은 전순옥 의원이 26일 오후 10시 32분부터 27일 오전 2시 3분까지, 추미애 의원이 오전 2시 5분부터 오전 4시 39분까지 토론한 뒤 오전 4시 40분부터 토론자로 나섰다.
"북한이 로케트를 쐈는데 왜 국민의 핸드폰 뒤지려 하나"
정 의원은 자료를 보지 않고 발언을 시작, 1시간 50여 분을 자료 없이 의석을 보면서 발언했다. 정 의원은 "북한이 로케트를 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민의 핸드폰을 뒤지려 합니까?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왜 국정원은 국민의 계좌를 뒤지려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경찰, 검찰, 국정원 등에서 영장없이 국민들의 통신내역을 얼마나 조회했는지 아시느냐"며 "지난 4~5년 간 9000만 건의 내역을 조회했다"며 "여기 계신 의원님들도 국정원에서 영장없이 계좌를 털어봐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정 의원은 "제가 안기부에 끌려가서 양손으로 뒤로 묶인 채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3시간 넘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제가 죽을 공포를 느끼면서 온 몸에 피멍이 들었다"고 과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잠시 목이 메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옮기면서는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국회TV와 인터넷 생중계로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서비스 정신'도 발휘했다. 정 의원은 발언 중간에 "지금 왜 테러방지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셔서 시청하시는 분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참 서비스인으로서 서비스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 정문헌 :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 하지말고 빨리 토론하세요.
- 정청래 : 될 수 있으면 국민들께서 새누리당의 이 극악무도한 행태에 대해서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에서 정문헌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제가 답변하고 있습니다.
- 정문헌 : 빨리 주제 토론하세요.
- 정청래 :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분은 정문헌 의원입니다. NLL 대화록을 무단으로 유출해서 폭로했다가 검찰수사까지 받은 사람입니다.
- 정문헌 : ….
- 정청래 : "저하고 이야기해봤자 손해에요. 정문헌 의원 말은 (국회방송 생중계에) 안 나가요. 토론 빨리하겠습니다.
▲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의제와 무관한 얘기라며 항의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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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은 정부 여당이 테러방지법안 등을 강행하는 상황을 "유신으로 가는 서곡"이라 평가했다. 1972년 10월 27일 사실상 종신 대통령제를 기조로 하는 유신 헌법을 발표하기 앞서 1971년 12월 6일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는데,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하기 위해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이유를 대고 박 대통령이 책상을 치며 을러대는 모습이 유신을 앞둔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정권에 잘못 보이면 가택연금 당하고, 두드려 맞고, 감옥가고, 신문과 방송은 무책임한 안보논리라는 이유로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하고, 국민들의 자유마저 유보해야 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처럼, 테러방지를 위해 국민들의 자유는 일부 유보해야 한다고 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88시간을 넘어선 오전 11시 현재,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도 8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채우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주로 20-30대 시민들이 많고, 중고등학생들도 간간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 의원의 발언에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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