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의원이 정청래의원의 바통을 이어 받고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일정 방해) 18번째 주자로 나서 28일 01시 현재 9시간째를 넘겼다.
진선미 의원은 27일 오후 4시20분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이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 18번째 주자로 등장했다. 진기록과 신기록, 갖가지 에피소드를 낳고 있는 이번 필리버스터는 이제 세간에 관심의 핵으로 떠올랐다.
진선미의원이 가슴을 열 번 쳤다. 진선미의원은 27일 오후 4시20분부터 국회 본회의장 필리버스터 18번째 주자로 나서 28일 01시 현재까지 9시간을 넘기고 있다. |
진 의원은 이에 앞서 자신의 SNS 페이스북 계정에 “제 페이스북에 테러빙자 ‘전국민 감시법’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올려달라”면서 “소통의 진수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사전에 결기를 다졌다.
이어 “저는 이 시간, 테러를 빙자한 전국민 감시법을 막아 헌법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해 국회에 있다. 조금전 정청래 의원이 토론 도중 국정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저 진선미를 테러의심자로 지목하고 다 털어볼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다”고 정청래의원의 다음 주자로서 본회의장 상황도 전했다.
진 의원은 테러방지법 반대토론의 이유에 대해 “그 대상이 진선미, 저 일수도 있지만 지금 이 글을 보고 제 목소리를 듣고 계시는 바로 여러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국민사찰법은 더더욱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진 의원은 연단에 올라 자신의 변호사 시절 일화를 소개하면서 “의뢰인들이 찾아와 하나같이 내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는 말을 하더라. 의뢰인들을 만나보면 이런 법으로 소송까지 당할 줄 몰랐다고 말하더라”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진선미 의원은 이어 “테러방지법에 대한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내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 아이, 내 친구, 내 동료 중 누구라도 이 법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또, 누군가의 자의적인 폭력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지난 2012년 대선 국정원 댓글사건을 들고 나왔다.
이날 필리버스터를 위해 준비한 자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문 등이었다.
진 의원이 읽어 내린 판결문에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글이나 인터넷 댓글 등과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주로 대선 전에 주요 국면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여당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쓴 글과 야당 후보에는 극히 불리하게 쓴 음해성 글들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진 의원은 법원 판결문 중에서도 “피고인들과 심리전단 직원들이 대선과 관련해서도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같은 활동을 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대목과,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장 지시 강조 말씀’을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팀으로 하여금 이같은 불법적인 활동을 지시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대목에서는 비교적 또박또박 읽어 내리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진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이 야당을 ‘종북좌파’라는 말로 규정했다며 국정원 직원들로 구성된 심리전단팀 활동을 진두지휘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부분 “요컨대 국정원장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 여론으로 형성되거나 형성될 가능성이 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지시했다”에서는 목소리 강세를 한껏 높였다.
이와 관련 “테러방지법이 통과됐을 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는 국정원장이 종북 여부도 판단하고 좌파 여부도 판단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테러위험인물인저 여부도 국정원장이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도 테러방지법을 추진했다’는 내용에 대해 “김대중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법은 당시의 야당 의원들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와 민주당의 반대, 그 정부에서 처음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반대로 입법이 좌절됐다”면서 “우리는 이게 왜 안되느냐, 박근혜 정권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중에 한 분 정도는 테러방지법에 문제제기하는 분을 볼 수 없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 2012년 12월 14일 대선 선거 5일 전에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번 사건(국정원 여직원 댓글 조작 발각)이 저를 흠집 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민주당의 모략으로 밝혀지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전제했다.
진 의원은 “검찰 수사로 민주당의 주장이 모략이 아닌 진실로 밝혀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 됐다”면서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국정원의 개혁도, 대통령의 사과도, 새누리당의 사과도 듣지 못하고 오히려 테러방지법이라는 더 어이없는 벽을 마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덧붙여 “박근혜 대통령은 책상을 열 번 쳤다고 한다, 저는 제 가슴을 열 번 치고 싶다”라면서 자신의 주먹으로 가슴을 열 번 쳐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 7시5분부터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시작한 필리버스터가 이날 진선미 의원까지 합산한 시간이 100시간을 돌파하자 이종걸 원내대표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해 의회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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