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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오전 서울 시내 모습 ⓒ서울경찰청CCTV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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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용합니다. 경찰도 많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공무원들도 특별히 비상근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도 버스도 순조롭게 운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상이 시작됐을 뿐입니다.
뭐 별거 있느냐고 묻습니다. 예, 굉장히 중요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며 ‘최근의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국회법이 정한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천재지변의 경우’,’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국가비상사태랍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6시간 넘게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은수미 의원은 현 상황이 비상사태가 맞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만약 비상사태라면 국가공무원들은 비상근무를 해야 합니다. ‘국가공무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 제28조 ‘비상근무의 목적’을 보면 ‘비상근무는 비상사태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비상사태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발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근거로 ‘전시(戰時),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임박하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경우’에 발령한다고 합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며 주장한 ‘국가비상사태’가 맞다면 지금 공무원들은 야간에도 비상근무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주민센터나 구청, 시청, 정부청사를 가봐도 공무원들은 평상시처럼 퇴근했습니다. 비상사태가 진짜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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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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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비상사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웃으며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5시간이 넘게 목이 터져라 필리버스터를 하는 야당 의원들의 모습은 자신들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모습입니다.
필리버스터를 하는 김광진, 은수미 의원들은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대며 테러방지법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야당 의원들이 무슨 근거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고 있는지 들어봐야 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민주주의 방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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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 12월 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박정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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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12월 6일 박정희는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합니다. 박정희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를 ‘국제 정세의 급변과 북한 괴뢰의 남침 준비 등으로 인한 안전보장상 중대한 시점’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주장과 ‘비상사태’ 상황과 비슷합니다.
<국가비상사태 선언> 1971년 12월 6일
최근 중공의 유우엔 가입을 비롯한 국제 정세의 급변과, 이의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및 북한 괴뢰의 남침 준비에 광분하고 있는 제 양상들을 정부는 예의 주시 검토한 본 결과, 현재 대한민국은 안전 보장상 중대한 차원의 시점에 처해 있다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하여 온 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다음과 같이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 비상 사태를 극복할 결의를 새로이 할 필요를 절감하여 이에 선언한다.
1. 정부의 시책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조속히 만전의 안보 태세를 확립한다.
2. 안보상 취약점이 될 일체의 사회 불안을 용납하지 않으며, 또 불안 요소를 배제한다.
3. 언론은 무책임한 안보 논의를 삼가해야 한다.
4. 모든 국민은 안보상 책무 수행에 자진 성실하여야 한다.
5. 모든 국민은 안보 위주의 새 가치관을 확립하여야 한다.
6. 최악의 경우,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의 일부도 유보할 결의를 가져야 한다.
1971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박정희는 일 년 뒤인 1972년 10월 국회를 해산하고 모든 정치활동과 정당 활동을 중단시킵니다. 박정희의 제왕적 영구집권을 위한 ‘10월 유신’이었습니다.
설마 설마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설마가 당연하듯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당당하게 주장합니다. 국정원의 절대권력을 담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고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처럼 유신을 통해 영구집권을 노리고 있지 않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막기 위한 법이 아닙니다. 국정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장악, 영구집권을 노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노리는 계획일 수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박정희의 모습을 통해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제 우리는 헌법에도 보장된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려는 대통령과 싸워야 합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 국민비상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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