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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23, 2016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

선거구획정안에 여야가 합의하자마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선거구획정안이 합의된 마당에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한 것 같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야당은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의사방해연설)를 통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에게 무소불위의 칼을 쥐어주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정권 탈환이 불가능하다거나, 민주주의와 자유가 정지될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선거 개입부터 시작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민간인 사찰,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조작, 중국 공문서 조작 등까지 초법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던 국정원의 개혁이 이루이지지 않은 채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9.11사태를 이용해 만들어진 미국의 애국법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오미 울프가 《미국의 종말》에서 <크리스에게 보내는 편지>와 <권력이 독재화하는 데 동원되는 열 가지 조처>를 통해 애국법이 통과된 이후에 나타난 일들을 고발했다.  


나오미 울프는 <크리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은 지난 2006년 여름 2주간에 걸쳐 미국 언론이 보도한 뉴스 머리기사들"이라며 언급한 것들로 그대로 옮겨 적고자 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8년 동안 일어난 일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평행이론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리라. 한국의 파워엘리트의 80% 이상이 미국 유학파인데 이들은 미국의 좋은 점은 절대 들여오지 않고 나쁜 점만 들여오기로 유명하다. 


7월22일 미 CIA 여성 요원, 고문 관련 메시지 공개로 해고. 7월28일, 적대적 전투요원에 대해서는 적절한 재판절차 생략 법안 초안 작성. 7월29일, 법정 포위되다. 7월31일, 대통령의 서명 남발. 8월2일, 법원 명령 거부한 블로거, 수감되다. 8월2일, 정부, 기사의 전화통화 내역에 접근하는 데 성공. 8월3일, 권력으로 빼앗은 투표. 






<권력이 독재화하는 데 동원되는 열 가지 조처>의 도입부에서 나오미 울프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도 대통령 직속의 국정원에 대터러방지를 위한 헤드쿼터를 두는 것이 민주주의와 헌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이들(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피노체트 등) 난폭한 독재자들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동일한 면모를 보이는데, 그것은 '권력을 위한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원칙이다. 이념적 편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권력 관리 전술은 그 차이를 무색케 한다. 이들은 민주사회를 봉쇄하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압한다. 세계 도처의 독재자들은 이와 똑같은 방식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은(유신체제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도)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폭력으로만 권력을 쟁취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독재자 모두 민주주의체제 내부에서 합법적으로 권좌에 올랐으며, 의회를 활용하여 민주적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독재 질서를 구축했다. 또한 매우 신속하게 합적인 수단으로 국가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정교한 이론을 내세우는 지식인들과 정치이론가들의 도움을 받아,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민주주의는 도리어 나라의 힘을 약화시킨다며 국민을 세뇌했다.






다음은 <권력이 독재화하는 데 동원되는 열 가지 조처>의 제목과 최소한의 설명이다. 여야가 합의한 테러방지법을 살펴보면 이 정도의 일까지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지금까지 국정원이 보여준 행태와 이를 이용해 통치를 활용하고 있는 박근혜의 환관정치를 고려하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테러방지법을 다음 국회에 넘기고, 국정원 개혁(셀프개혁은 개혁도 아니다)부터 선행돼야 한다.


1.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켜라 ㅡ 북한의 도발과 올해 중후반부터 본격화될 경제위기, IS발 테러 위협, 북한의 전쟁 개시 등을 떠들어댄다. 미드 <24시>는 이것을 극대화하는데 이용된 보수우파의 정치드라마다.  
2. 비밀수용소를 건설하라 ㅡ 중앙정보부의 부활이 현재의 국정원이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을 비밀수용소로 만들었다.
3. 준군사조직을 육성하라 ㅡ 기존의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를 넘어 서북청년단과 일베충, 폭력배와 다름없는 용역 등이 있다. 
4. 일반 시민들을 사찰하라 ㅡ 대표적인 것이 민간인사찰과 카카오톡 감청이다. 테러방지법 뒤에 숨어 있는 것도 여기에 속하며, 그밖에도 너무나 많아 생락한다. 
5. 시민단체에 파고들어라 ㅡ 416연대와 노조연대를 파괴하고, 프락치를 심는 것 등 이미 실행 중이다. 초법적인 관변단체도 넘쳐난다. 
6.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석방을 꺼리지 마라 ㅡ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 요즘 매일같이 겪는 일이다. 위헌 판정을 받았음에도 차벽을 설치하고, 다시 늘어난 임의동행과 불신검문도 이에 속한다. 
7. 핵심 인물들을 겨냥하라 ㅡ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노무현 죽이기의 노하우를 이용한 문재인과 박원순, 이재명 죽이기가 대표적이다. 한상균의 체포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문재인과 김종인의 갈등성을 증폭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8. 언론 자유를 봉쇄하라 ㅡ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지상파3사의 '땡박화'와 갈수록 보수화하는 JTBC의 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한 소재 북한방송을 자처하며 전쟁위협을 고조시키는 종편의 무더기 허용도 비슷한 맥락이다. 
9. 비판은 '간첩행위'로, 비판하는 자는 '국가 반역죄'로 몰아라 ㅡ 친일수구세력의 특기인 종북 몰이와 빨갱이 타령, 좌파 사냥 등으로 일상화된 상태다. 박근혜와 김무성, 진박의원들의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는 발언들의 홍수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참사 유족들도 이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박근혜가 말한 비정상적인 혼도 여기에 속한다. 
10. 법의 지배를 뒤엎어라 ㅡ 삼권분립도 무시하고 위안부협상처럼 국회비준도 필요없는 박근혜의 행태가 바로 그러하다. 온갖 시행령 통치와 가이드라인 통치도 이에 속한다. 구두계약에도 미치지 못하는 밀약인 위안부협상,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것도 이에 속한다. 








아예 IS에게 테러를 해달라는 듯한 박근혜에 비해, 현 시대의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지그문트 바우만이 《모두스 비벤디》에서, 2004년 10월 영국 BBC2 채널(한국의 KBS2에 해당하지만 정반대의 길을 간다)에서 방영한 <악몽과 같은 권력 : 공포정치의 부상> 시리즈를 인용하며, 공포와 위험을 무한대로 부풀려 '안전에 대한 공황적 증세'를 만연시키는지 보여줬다. 그 결과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제한하고 축소시키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위험들 가운데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상당수는 "정치인들이 과장하거나 왜곡한 환상이다. 전 세계 정부와 경비업체, 국제적 대중매체들을 통해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유포된 암울한 환각"이다. 이런 환각이 빠르게 퍼져 엄청난 위력을 갖게 된 이유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든 거대 사상들이 신뢰성을 잃은 시대에 정치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도구는 괴물 같은 적에 대한 공포를 퍼트리는 것뿐이다." 

국가권력이 개인 안전 국가를 정당화하기 시작했음은 9.11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이미 많은 징조를 통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뉴스가 충분히 이해되고 뇌리에 깊이 박히기 위해서는ㅡ그리고 정치인을이 대중의 실존적 불안을 정치적으로 새롭게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맨해튼의 건물이 무너지는 충격을 몇 달이고 계속해서 느린 화면으로 수백만 대의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다시 느낄 필요가 있었다.

……빅토르 그로토비츠는 "국가권력의 친구, 테러리스트라는 정곡을 찌르는 적절한 제목의 연구에서, 1970년대 후반 서독 정부가 적군파의 불법 테러 행위들을 이용한 사례들을 분석했다. 1976년에는 서독 시민의 7퍼센트만이 개인의 안전을 중요한 정치적 사안으로 생각한데 비해, 2년 후에는 상당수의 독일인들이 실업이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보다 개인의 안전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2년 동안 서독인들은 텔레비전에서, 빠르게 팽창 중이던 경찰력과 정보기관의 위업을 다루는 영상을 지켜보았다. 아울러 테러리스트들과 벌이는 전면전에서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며 점점 더 대범해져 가는 정치인들의 경매 입찰 소식도 돌았다…본래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던 서독 헌법의 자유주의 정신이, 과거라면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을 국가 권위주의로 슬명시 대체되었다.

……대테러 캠페인 낳은 가장 분명한 결과는 공포가 빠른 속도로 사회 전체에 스면든 것이었다. 캠페인이 표적으로 선언한 테러리스트들은 그런 캠페인 덕분에,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을 떠받치고 있는 가치들을 약화시키려는 자신들의 목표를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달성했다.    







테러방지법을 막아야 할 이유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아도 수없이 제시할 수 있다. 김정은보다 믿기 힘든 박근혜의 환관정치를 배제한 채,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직전에 북한과 평화협상을 한 것도, 중국과 만나 북한 제재를 의논하는 것에서 보듯, 국제적 외톨이로 전락한 박근혜의 환관정치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새누리당과 쓰레기 언론들의 행태는 반국가적이고 반민주적이어서 역사와 정의, 평화의 법정에 세워야 할 정도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도 조사할 방법도 없고, 아직까지 최고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사라진 7시간'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도 영구미제로 남을 것이며, 청와대와 정치검찰의 공동작전으로 무력화시킨 '정윤회 문건'과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 규명도 불가능해진다. 국정원의 표적인 이재명 시장은 정치공작에서 살아남기 힘들고, 무죄가 선고된 주신씨의 병역의혹을 되살려 박원순 시장까지 낙마시킬 수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허용해야 한다. 정말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이유가 너무나도 많다. 나라가 망해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35%의 반민주적 행태를 종지부 찍으려면 깨어있는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물론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이런 지랄 같은 세상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반드시 투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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