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토요판] 커버스토리 / 이인수와 내부자들
사학비리 끝판왕 수원대의 비밀
제2회- 누가 그를 보호해주는가
사학비리 끝판왕 수원대의 비밀
제2회- 누가 그를 보호해주는가
<한겨레> 취재 결과, 2014년 동료 의원을 통해 수원대 비리를 감시하는 국회의원과 저녁 자리를 갖고, 국가정보원 간부를 통해 검찰총장과의 골프 자리를 갖는 등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인맥쌓기는 다각도로 부지런히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연속 국감 증인 채택이 무산되고 19개월 동안의 검찰 수사 뒤 40여건의 고발 사실이 대부분 무혐의 처분된 데에는 이 총장의 막강 인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돼왔다. <한겨레> 토요판이 정계·관계·언론계 등을 망라한 이 총장의 화려한 인맥을 추적한 이유다. 그와 인연이 많은 숱한 인사 가운데 이인수 총장의 사람들로 불릴 만한 ‘내부자들’이 여기에 있다. 화려한 인맥이 낳은 이 총장의 ‘운’은 어디까지일까?
▶ 아들 허위 졸업증명서 발급, 셀프포상금 1억원 불법지급, 수의계약 등으로 100억원 학교공사 부당계약, 판공비 3억여원을 증빙 없이 현금 사용, 해외 출장비 초과 및 중복 사용, 출장 가서 개인 여행 하다가 적발 등. 이인수 수원대 총장과 관련된 비리들이다. 감사원·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사실이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40건의 혐의로 고발돼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약식기소 외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 ‘이유’를 취재했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 머리가 희끗한 이들이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었다. 수원대 해직 교수들이 주축이 된 수원대교수협의회(교협)와 참여연대가 이인수 수원대 총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원영(59) 교협 공동대표는 “사립대학의 학교법인 이사회는 학부모의 피땀 흘린 등록금을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교육 목적에 사용하도록 국가와 사회가 위임한 장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교육부와 검찰은 수원대 이사회 비리에 대해서만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립자의 차남이자 이사회 이사장을 부인으로 둔 이인수 총장은 오랫동안 수많은 불법비리를 저지르고도 아직 건재하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가 맞나”라고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원래 수원대 비리는 일개 사립대 비리였다. 하지만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사돈인 이 총장이 절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딸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역대 수원지검장들이 이 총장을 비호한다는 의혹이 붙으면서 영화 <내부자들>과 <베테랑>처럼 가장 추악한 권력형 비리로 비화됐다”고 했다.
이인수(64) 총장은 감색 양복 차림으로 재판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찍 법원에 도착했다. 형사10단독 이의석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 앞서, 법정이 있는 3층 복도에 올라온 이 총장은 늘어선 사람들과 여유있게 악수를 하며 “안녕하십니까, 아이구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나눴다. 최초 고발로부터 2년여 만에 이뤄진 법정 출석인데다 40여건의 고발 가운데 업무상 횡령 등 혐의 한 건에 대한 재판이기 때문이었을까? 그에게서 긴장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재벌 회장도 아닌 그는 어떤 ‘힘’이 있어서 검찰의 칼끝마저 무디게 하고 3년 연속 국감 증인 채택마저 무산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어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한겨레> 토요판이 추적한 그의 자신감 뒤에는 정계·관계·언론계를 막론한 막강 인맥이 있었다. 이른바 ‘이인수와 내부자들’이다.
동료 ㄱ의원이 만든 함정
#1 2014년 7월24일,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국민티브이(TV)> 라디오의 시사팟캐스트 ‘안진걸의 을아차차’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으로 2013년도 국정감사 당시 이 총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이듬해 수원대 학교법인인 고운학원에 대한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이끌어 냈다.
“(방송이 있기 두세달 전에) 함정 아닌 함정에 걸려들죠. 동료 의원이 저한테 아주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또 저랑 워낙 가까운 의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긴장하지 않고 (국회 앞) 어느 식당에 나갔는데 수원대 총장이 그 자리에 딱 계시는 거예요. 나름대로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 사학비리를 캐고 있는데 이것을 무마하는 그런 역할을 (동료 의원이) 한다는 것은…. 앞으로 저한테 다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 의원은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4년 5월께 이뤄진 이 총장과의 저녁자리를 만든 이는 동료 야당 의원이라고만 밝혔다. <한겨레>가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한 결과, 그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ㄱ 전 의원으로 확인됐다. ㄱ 전 의원이 이 총장과 안 의원과의 부적절한 자리를 주선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ㄱ 전 의원은 17대 때 열린우리당에서 함께 정치를 시작해 내리 3선을 했고 나이도 엇비슷해 무척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ㄱ 전 의원의 정책특보를 지낸 ㅎ씨는 수원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개혁성향으로 분류된 ㄱ 전 의원이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문서 위조, 사립학교법 위반 등 숱한 비리 혐의에 연루된 대학 총장과 이를 고발한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날 자리에서 이 총장은 “억울하다. 교수들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 수원대는 좋은 학교다. 문제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러한 로비 의혹에 대해 수원대는 “ㄱ 전 의원을 통해 저녁자리를 만든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ㄱ 전 의원은 접촉이 불가능한 상태다.
#2 그러나 이러한 해명과 달리 수원대 비리를 파고드는 안 의원에 대한 이 총장 쪽의 로비 시도는 그전부터 다각도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날 방송에서 안 의원은 또 이 총장 쪽으로부터 오랜 접촉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대 재단 책임자, 오너는 총장인데 그분이 1년 가까이 저를 따로 만나자는 로비 아닌 로비를 했어요. 많은 분들을 통해서…. 제가 거부하기에는 상당히 곤란한 심지어 제 초등학교 선생님까지 어떻게 알아내서…. 마치 국정원 수준의 정보력이 있어요. 초등학교 은사님이 저한테 ‘내 얼굴을 봐서라도 수원대 총장님하고 식사 한번 하자’ 그리고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성직자 한 분을 통해서도 ‘내 체면을 봐서라도 식사 한번 같이 하자’ 그러한 로비를 1년 가까이 받아도 제가 한번도 응하지 않았거든요.”
이 총장은 아버지인 고 이종욱 총장 시절부터 집안 대대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결국 1년 가까이 안 의원과 접촉을 원했던 이 총장의 오랜 바람(?)이 동료 의원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실제 이 총장 쪽이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다각도의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얘기는 시민단체 쪽에서도 흘러나온다. 참여연대의 안진걸 사무처장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4년 12월께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환경 쪽 시민단체 원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인수 처남인 최형석 수원대 교무부처장을 만나보라’고 하길래 내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달 뒤인 지난해 1월에는 개인적으로 잘 아는 중앙부처 차관보급 공무원이 전화해서 ‘제발 (수원대 쪽) 만나서 대화 좀 해줘라. 그리고 살살 좀 해달라’고 말하더라. 내 주변 인맥을 다 꿰뚫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대학이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인사의 지인들까지 알아낸다면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3 이와 관련해 검찰총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내가 재임하던 시기 한번은 국가정보원 간부가 골프를 치자고 해서 나갔더니 웬 처음 보는 양반이 나와 있더라. 알고 보니 수원대 이인수 총장이었다.” 국정원 간부가 이 총장을 검찰총장에게 소개해줬다는 얘기다. 이 총장이 국정원 간부까지도 인맥 관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원대는 “안 의원이나 안 처장 등과 관련해 지인들을 통해 청탁을 한 사실도 없다. 국정원 부분도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무산된 흔치 않은 인물이다.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문기 상지대 총장이 아들 김성남 상임이사와 함께 2015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봐도 이례적이다. 왜 김문기는 되고 이인수는 안 될까? 그 결정적 차이의 중심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있다.
‘이 총장 국감증인 요청’ 안민석 의원
“초등학교 은사, 존경하는 신부가
어떻게 알고 수원대 총장과
식사 한번 하자는 전화를 해
친한 동료 의원이 불러 간 식사
그 자리에 딱 이인수가 와 있었다”
국정원 간부가 검찰총장에게
골프를 치자고 해 간 자리에
이인수 총장이 나와 있었다
국정원 간부까지도 인맥관리를
한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초등학교 은사, 존경하는 신부가
어떻게 알고 수원대 총장과
식사 한번 하자는 전화를 해
친한 동료 의원이 불러 간 식사
그 자리에 딱 이인수가 와 있었다”
국정원 간부가 검찰총장에게
골프를 치자고 해 간 자리에
이인수 총장이 나와 있었다
국정원 간부까지도 인맥관리를
한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천정배 의원은 왜 전화했나
#4 2013년 가을, 국정감사 기간 김무성(65) 현 새누리당 대표가 예고도 없이 교문위원장실을 방문했다. 당시는 교문위 여야 간사가 사학비리와 관련해 이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협상을 하던 시점이었다. 김 대표의 친구인 이 총장이 자신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김 대표가 나서서 ‘친구가 부당한 증인 채택을 당하는 건 아닌지’ 직접 알아보러 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이 총장의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듯한 뉘앙스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사실 김 대표와 이 총장은 3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둘의 인연은 선대부터 이어진다. 김 대표의 장인인 고 최치환 의원이 고운학원의 고 문학동 이사장, 수원대 설립자인 이종욱 전 총장(이인수 총장의 부친)과 잘 아는 사이였다. 최치환은 일제 강점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온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 해방 이후 4·3사건 초기 진압작전을 지휘하면서 무장대 토벌에 나선 후 경찰국장을 거쳐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물. 충북경찰국장을 지낸 문 이사장과는 경찰 재직 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국감 한달 전인 2013년 8월 김 대표의 둘째딸 김현경(33)씨는 수원대 미대 조교수로 채용됐다. 참여연대 등은 30살의 석사학위 소지자인 김씨가 채용된 점, 신규 교수 임용 계획에 5명의 교수를 뽑기로 돼 있었지만 김씨만 뽑힌 점 등을 들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딸이 수원대 교수로 채용되는 대가로 이 총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불발시켰다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었다. 특혜 채용 의혹에다 남편 이아무개(40)씨의 마약 투약 처벌 건으로 동반 마약 투약설까지 휘말려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던 김씨는 결국 지난해말 수원대를 그만뒀다.
#5 국회 교문위는 이듬해인 2014년 국감에서도 이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야 간사가 이인수 증인 채택에 대한 합의를 마쳤는데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김아무개 의원이 여당 교문위 의원들만 데리고 소회의실로 들어가 야당 의원들 기다리는데 수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그러고는 ‘이인수는 죽어도 (증인 채택) 안 된다’고 돌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반복됐다. 새누리당 교문위원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여당의 입장은 “김 대표와 이인수 총장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져 있는데,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이 총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새누리당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당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이인수를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총장의 우군은 과연 여당에만 있을까?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교문위원들이 이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하자 당시 교문위원인 정세균 더민주 의원이 이 총장을 증인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한겨레21>(2014년 11월4일치)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기사는 한 야당 관계자가 “정세균 의원이 안민석 의원에게 ‘내가 이 총장을 잘 안다. 도움도 받고 그랬다’고 말하며 증인에서 빼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이 후원회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6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안민석 의원을 만났을 때 안 의원이 ‘정세균 의원으로부터 (이 총장을 증인에서 빼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안 의원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이었는지 안 의원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이 총장의 비리를 줄기차게 제기하다 나만 당에서 손해를 봤다”며 “여당 대표가 연루된 이 문제를 당이 당론으로 지원해줘야 했는데 당은 뒤로 빠져 있기만 했다”고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학연으로 얽혀 있는 정 의원과 이 총장 사이에는 수원대 감사실장을 맡고 있는 조기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있다. 셋은 모두 고려대학교 동창(71학번)이다. 조 교수는 대학 시절 이 총장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삼익건설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조 교수와 정 의원의 관계도 막역하다. 정 의원과 동향(전북)에 동갑인 조 교수는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때 정세균 캠프 자문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2013년 국정감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조 교수는 정 의원 방에 찾아가 학교 쪽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 쪽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박주선 의원은 이인수에게 우호적?
#7 이 총장의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2014년 1월 수원대로부터 파면당한 도시부동산학과 이원영 교수는 해직 직후 의외의 인물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천정배(62) 국민의당 공동대표였다. 당시 전직 의원 신분이었던 천 의원은 “지금 수원대에서 이인수 총장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다.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내가 총장과 교수님 사이를 중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하면서 천 의원과 안면이 있던 이 교수는 “의원님께서 학교 일에 함부로 나서다가 (의원님만) 괜히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천 전 의원은 “알았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천 의원실 쪽에서는 전화를 건 사실에 대해선 인정을 했지만 선의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자는 뜻에서 전화를 걸었고 이 교수님이 원치 않는 것 같아 바로 끊었다”며 “그 이후에는 교수님에게 전화를 건 일도 이 문제에 관여한 일도 없다”고 했다. 이 총장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2013년께 이 총장의 친척인 송파구의 옛 새정치연합(새정치민주연합) 핵심당원(고문) 배아무개씨의 자녀 결혼식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됐다”고 했다. 천 의원실의 설명과는 별개로 이원영 교수는 “내게 중재 전화를 건 2014년 1월께 천 의원이 한 야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인수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들었다. 일종의 청탁 전화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라고 했다. 천 의원이 이 총장을 위해 중재 시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8 수원대는 “당시 천정배 전 장관은 산학협력단에서 마련한 특강차 본교를 방문했다. 특강 강사는 주로 총장과 상견례 하는 까닭에 이날 천 전 장관과 총장 및 보직교수가 상견례 후 점심식사를 했지만 천 전 장관에게 청탁을 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교문위 내에서 이 총장에 대한 지원사격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이 총장에 대해 국감 증인 채택을 시도한 한 야당 의원은 “2014년 국감 당시 지금은 국민의당으로 간 박주선 의원이 ‘내가 봤을 때 이인수는 좋은 사람인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말해 어이가 없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그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 이 총장은 이름만 알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다. 지난해 이 총장 국감 증인 채택 촉구 성명에 야당 의원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내가 이 총장을 두둔할 이유가 없지 않나”고 설명했다. 이 총장에게 우호적이라는 의원들 가운데 박 의원의 이름이 거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대학총장 한 명을 국감 증인으로 세우지 못하는 사이, 이 총장은 감사원 감사(2011년), 교육부 감사(2014년), 국정감사(2013~2014)가 있던 시점 모두 해외로 외유를 나갔다.
2014년 7월, 수원대 교협·참여연대·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는 이 총장을 업무상 횡령, 배임,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사립학교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 19개월 만인 지난해 11월2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한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이용일)는 40여건에 달하는 혐의 가운데 39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1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6차례에 걸쳐 해직 교수 등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등의 소송 비용 7500여만원을 대학교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에 대해서만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사립학교법상 공무원에 준해 벌금 3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이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와 별도로 수원대 교수협의회 등은 검찰이 19개월간의 수사 끝에 단 한번의 압수수색도 없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만 총장을 약식기소하자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검찰에 항고장을 낸 상태다.
선대부터 인연 맺은 절친 김무성
대학 동창으로 막역한 정세균
현 변호인인 전 수원지검장 박영렬
야권 징검다리로 의심받는 한광옥
든든한 사돈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박희태 딸과 정세균 친구 조기준은
별도 연구실적 없이도 재임용
비리 폭로한 장경욱·손병돈은
봉사점수 미달 이유로 면직처리
1월 대법원은 교수들 손 들어줘
수원대 입장
“안민석 의원 등과 관련해
지인들 통해 청탁한 사실 없다
국정원 부분도 사실무근”
대학 동창으로 막역한 정세균
현 변호인인 전 수원지검장 박영렬
야권 징검다리로 의심받는 한광옥
든든한 사돈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박희태 딸과 정세균 친구 조기준은
별도 연구실적 없이도 재임용
비리 폭로한 장경욱·손병돈은
봉사점수 미달 이유로 면직처리
1월 대법원은 교수들 손 들어줘
수원대 입장
“안민석 의원 등과 관련해
지인들 통해 청탁한 사실 없다
국정원 부분도 사실무근”
박영렬과 한명관, 그리고 강찬우
#9 검찰 수사가 이처럼 ‘역대 최악의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데는 이 총장의 검찰 내 인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수원대학교에서 보직을 맡으면서 이 총장을 자주 봐온 복수의 교수들 얘길 종합하면 “이 총장이 보직교수들 모아 놓고 수원지검장과 어제 만나서 뭘 먹고 뭘 했다는 둥 가까운 사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검찰청사에도 자주 들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실제 역대 수원지검장들은 이 총장과 남다른 친분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의 현 변호인이자 30대(2009.8~2010.7) 수원지검장을 지낸 박영렬 변호사(법무법인 성의)는 2010년 3월, 이 총장을 수원지검의 수사·형집행정지 심의위원장에 위촉했다.(사진) 법학계·법조계·의료계·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된 25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비법률가가 위원장이 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지휘했던 35대 강찬우 수원지검장(2015.2~12)은 2009년 박영렬 지검장 밑에서 차장검사를 지냈다. 강 전 수원지검장은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선을 다한 수사다. 원래 형사부에 있던 사건을 특수부에서 맡아서 수사했다. 교육부 감사 결과 지적된 사안들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행정상의 미비로 인한 문제점이 대부분이었고 범죄의 고의성을 입증할 혐의점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전관 박영렬 변호사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평검사 시절부터 전관 변호사들을 상대하며 수사했다. 더더욱 요즘 검찰은 전관에게 휘둘리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10 32대(2011.8~2012.7) 수원지검장을 지낸 한명관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도 이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졌다. 2011년 8월 수원지검장에 부임한 직후 수원대를 방문했던 한 변호사는 2012년 이 총장의 장모상에도 문상을 와 밤늦도록 자릴 지켰다고 한다. 당시 빈소에서 한 변호사를 본 ㄷ 교수는 “이 총장과 포옹을 하고 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굉장히 막역한 사이로 보였다”고 했다. 특히 한명관 변호사의 사촌형은 고운학원 소유의 고운문화재단 이사장인 한광옥 전 의원이다. 현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인 한 전 의원은 이 총장의 야권 인맥 쌓기의 교두보 구실을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이 총장과는 기관장 모임인 ‘경수사랑’에서 만난 것 말고는 따로 만난 적이 없다. 문상은 기관장으로서 간 것이다. 사촌형 때문에 외부에선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임 뒤 학교를 방문했다는 것과 관련해 한 변호사는 “부임 인사차 갔다”고 했지만 학교 쪽은 되레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바른은 학교법인 고운학원이 해직 교수들과 벌인 총 9건의 민형사상의 소송에서 학교 쪽 변호인으로 9건 모두를 수임했다.
<한겨레> 취재 과정에선 수원지검장을 지낸 현 검찰 고위 간부도 거론됐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총장이 (검찰 고위 간부를 가리키며) 그도 내 사람인데 그가 수원지검장에서 서울로 영전한 건 ‘내가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장 시절 기관장들 모임에서 만났을 뿐 사적으로는 인연이 전혀 없다. 권력자의 이름을 파는 전형적인 호가호위”라고 일축했다.
‘주간조선’ 편집장이 교체된 이유
#11 이러한 상황에서 수원지검 민아무개 검사는 지난해 6월 중순 수원대 비리를 폭로했다가 파면당한 배재흠 교수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학교 쪽이 복직시킬 뜻이 있으니 대화해서 접점(합의)을 찾으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던 것으로 <한겨레>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총장 비리를 폭로해 파면당한 교수에게 사건과 전혀 별개인 복직 운운하는 것은 검사로서 객관성을 잃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총장에게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배경은 사돈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일지도 모른다. 수원대에서 교무처장을 지낸 배재흠 교수는 “총장이 보직교수들을 불러다 놓고 어제 자기가 누굴 만났고 뭘 먹었으며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몇 시간 동안 자랑하곤 했다. 대기업 회장과 언론사 사주, 검찰 간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우리 사돈, 우리 사돈’ 해가며 사돈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얘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학교가 받은 50억원의 기부금을 선뜻 <티브이조선>에 투자한 배경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사돈에 대한 배려일까? 2014년 1월14일에는 교협 발족을 다룬 <뉴스1> 기사가 조선닷컴에 실렸다가 몇시간 후 삭제됐다. 2015년 9월에는 <주간조선>에 ‘대학구조개혁평가 8월 발표…수원대·서경대·청주대·서남대 등 37개 대학 자격미달 등급’이라는 기사(사진)가 실렸다가 주간조선 누리집은 물론 포털에서도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이후 교체된 주간조선 편집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좌천성 인사냐는 물음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의 한 기자는 “주간조선 편집장이 수원대 이 총장과 사장이 사돈지간인 줄 모르고 기사를 내보냈다가 경질되는 것을 보고 오너 일가는 성역임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12 한편, 고운문화재단(이사장 한광옥)은 1990년부터 매년 문화예술인, 언론인, 공무원, 봉사자 등 부문별로 문화상(각 부문 상금 1000만원)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재단이 수여한 고운문화상 시상 내역을 <한겨레>가 입수해 분석해 보니 전체 80여명 수상자 중 검찰·경찰·감사원·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사정기관 공무원들과 조중동·한국방송(KBS) 등 보수언론인들이 18명이었다. 수원대는 “문화인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언론인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에 후보 추천을 의뢰해 별도의 심사를 거쳐 시상한다. 설립자인 고 이종욱 박사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상 중 가장 상금이 많은 삼성언론상의 상금이 2000만원이라는 점에서 관훈언론상의 상금과 맞먹는 1000만원을 특종·기획기사와 무관하게 중견 언론인에게 준다는 것은 ‘특혜’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정부가 제정한 대한민국 공무원상도 승진이나 성과상여금 외에는 별도의 상금이 없다.
“힘있는 사람을 써내라”
#13 김무성 대표의 딸을 제외하더라도 수원대에는 유독 정계·언론계 인사의 인척들이 교수로 채용된 경우가 많다. 현재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가경씨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둘째딸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박 교수의 2013년도 재임용 신청서를 보면 박 교수는 2013년도 2건의 연주회 말고는 별도의 연구실적이 없는데도 재임용 심사를 통과했다. 같은 음대 교수들이 7건에서 11건의 연주회와 음악회 등의 실적을 제출한 것과 비교해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연구실적이 없는데도 재임용된 경우는 또 있다. 2013년 10월, 조기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제출한 재임용 신청서를 보면 조 교수는 2013년도에 아무런 연구실적이 없는데도 재임용 심사를 통과했다. 조 교수는 이 총장의 측근으로 정세균 더민주 의원과 막역한 사이다. 연구실적이 미비하거나 없는 두 교수가 재임용 심사에 통과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특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연구실적이 미달된 두 교수에게는 관대했던 학교가 총장의 비리를 폭로한 장경욱(연극영화과)·손병돈(정보미디어학과) 교수에게는 가혹했다. 2014년 2월, 학교는 연구실적도 아닌 봉사영역의 점수 미달을 이유로 교협 소속 두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하고 면직처리했다. 올 1월 대법원은 “봉사영역 평가의 세부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인사위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고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교수들 손을 들어준 1·2심 원심을 확정했다. 이상훈 전 공대 교수는 “총장은 권력자의 인척이나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에게 자의적으로 재임용을 해주고 비리를 폭로한 교수들은 재임용을 거부했다. 학교를 사유화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힘있는 친인척을 둔 교수들은 또 있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의 부인 양아무개씨는 무용과 교수고 이사철 전 새누리당 의원의 여동생 이아무개씨는 사학과 교수로 입학관리처장을 지냈다. 기계공학과에 재직 중인 홍아무개 교수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사촌이고 이용근 전 금융감독원장의 딸 이아무개씨는 시각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다. 이러한 경향은 아버지인 이종욱 총장 때부터 이어져 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씨의 조카딸인 홍아무개씨도 교수를 지냈고, 조카인 육동건씨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말까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였다. 당시 교수 지원 자격인 한국건축사 전공도 아닌 육씨는 석사학위만 가진 채로 채용됐고, 10년 동안 근무한 뒤 2009년께 강의 평가와 관련된 문제로 자진 사퇴했다. 한나라당 의원으로 국회 재정위원장을 지낸 나오연 전 의원의 자녀, 5공 실세 장관의 자녀 등도 교편을 잡은 바 있다. 이인수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 취득 직후인 1998년 3월 논문 지도교수인 경희대 김아무개 전 행정대학원장의 동생 김아무개씨가 수원과학대 교수로 채용되는 일도 있었다. 이인수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은 2014년 경희대에서 표절로 확인됐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수원대 교수는 “권력자의 인척으로 특혜를 받으며 임용된 교수들은 총장의 측근으로 교내 보직에 포진해 고속 승진의 혜택을 누렸다”며 “현 총장 일가와 긴밀한 관계인 이들이 총장의 비리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라고 했다. ㄷ 교수는 “정계나 권력자와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데 힘써온 이 총장은 심지어 교직원들에게 집안 친척 중 힘있는 사람을 써내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 총장의 ‘우산’은 과연 언제까지 그를 보호해줄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한겨레> 토요판은 사학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수원대를 비롯한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더 많은 제보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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