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국회의원, 벌써 3시간 째...긴장감 맴돌아..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필리버스터’가 2016년 국회에서 재현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7시 경 개회된 본회의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가동했다. 오후 9시 30분 현재 첫 번째 타자인 김광진 더민주 의원의 무제한 토론이 진행 중이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된 이후 43년 만에 국회에 등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3일 테러방지법에 대한 상임위 심사기일을 오후 1시 반으로 정했다. 관련 상임위에서 1시 반까지 논의가 끝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직권상정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후 2시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필리버스터를 가동해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로 했다.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게 금융정보나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일뿐더러, 지금 상황이 직권상정 요건인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사태’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북한의 테러 위협조차 직권상정 요건으로 인정하는 순간 언제든지 사실상의 날치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무제한 반대토론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한 소속인원 10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국회 의사과에 필리버스터를 공식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장시간 연설, 계속된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법통과를 막는 방법이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개시할 수 있다. 국회재적 의원은 293명으로 더민주 단독으로 필리버스터를 요청할 수 있다. 

김광진 의원에 이어 같은 당의 은수미 더민주 의원, 유승희 더민주 의원 등도 무제한 토론에 동참할 계획이다.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신청해놓았으며 새누리당에서도 이철우, 박민식, 권성동, 김용남, 하태경 의원 등이 토론을 신청했다. 

당 차원에서 발언시간을 정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몇 명이서 몇 분 할지 미리 정해 두지는 않았다. 의원들 자율에 맡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영기 더민주 원내행정기획실장은 “현장에서 하는 거니 (발언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다”면서도 “중간에 다른 의원들도 해서 우리 당 은수미, 유승희 의원 등이 발언하려면 내일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정이 넘어도 계속 무제한토론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무제한발언을 신청한 의원은 1회에 한하여 토론할 수 있고, 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는 경우 무제한토론은 자동으로 끝난다.

토론을 할 의원이 있는 상황에도 무제한토론을 끝낼 방법은 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의원들이 서명해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동의가 제출된 이후 24시간이 경과한 후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제한 반대토론하는 동안, 정의화(오른쪽) 의장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논의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재적의원 5분의3, 즉 17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무제한토론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석수는 157명으로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등의 도움이 없이는 단독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없다. 108석의 더민주가 법통과를 저지할 마지막 방법이란 뜻이다. 

만약 회기가 종료될 경우 무제한 토론은 중단되고 해당 안건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에 의결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무제한 토론이 일단 시작되면 자정을 넘기더라도 무제한토론 종결선포 전까지 산회되지 않고 회의가 계속 이어진다. 회의 중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여도 회의는 이어진다. 최대한 2월 임시국회까지는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