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왼쪽부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박근혜 정부 3년 경제성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하고 있다. 맨오른쪽은 사회를 본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근혜 정부 3년 경제부문 평가 좌담
“민생지수 계속 악화…경제활성화도 경제민주화도 실패”
“노무현정부 민생지수 101.3→이명박정부 100.3→박근혜정부 98.3
경제위기 2008년보다 심각…세계경제 찬바람 버틸 체력 안돼”
“민생지수 계속 악화…경제활성화도 경제민주화도 실패”
“노무현정부 민생지수 101.3→이명박정부 100.3→박근혜정부 98.3
경제위기 2008년보다 심각…세계경제 찬바람 버틸 체력 안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고려대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등 3명의 경제전문가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 국가미래연구원에서 <한겨레>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부 3년 경제성과 평가와 과제’ 좌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면서, 2017년 대선에서 이를 극복할 후보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정부 3년 내내 민생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경제활성화 대책이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했다. 김상조 소장은 “대통령이 단기 성과지표에 집착하다 보니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하성 이사장은 과거 보수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 것에 비유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을 ‘존재하지 않는 8년’이라고 불렀다.
김광두 원장은 현 정부의 대표 정책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재벌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소장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정부의 자화자찬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진보진영과 야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념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광두 원장은 “한국 경제는 부채가 너무 많고, 경직돼 있어 세계경제의 찬바람을 버틸 체력이 안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장하성 이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한계에 달한 수출을 대신해서 분배가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의 문제가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조 교수는 “현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며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체로 골고루 확산되고, 밑에서부터 구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두가지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정수 선임기자(사회)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를 빼고는 경제활성화에 올인했다. 지난 3년간 경제가 살아났는지, 어떻게 평가하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창조경제 가시적 성과 집착
서두르다 보니
재벌 의존 방식으로 변질”
김광두 원장 국민들로서는 결국 민생이 얼마나 좋아졌느냐가 판단 기준이다. 고용·소득·주택·주가·생활비를 종합해 산출한 ‘민생지수’를 보면, 노무현 정부는 평균 101.3, 이명박 정부는 100.3,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98.3(2015년 3분기까지)으로 계속 악화 추세다. 경제활성화 대책이나 경제정책이 잘됐다고 보기 어렵다.
김상조 소장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8분기 연속 성장률이 0%대에 머물다가,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2013년 2분기부터 성장률이 1% 가까이 올랐다. 대통령이 정권 초기 경제민주화에 대해 일정 정도 공약 실천 의지를 가졌으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성장 회복세를 좀더 가속화시키자는 욕심이 생긴 것 같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성장률이라는 단기 성과지표에 집착하다 보니 경제민주화나 경제 체질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했다.
사회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인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경제민주화 자화자찬 이해못해
진보진영도 시대변화 못따라가
분배·소득주도성장 길 열어야”
김상조 지금과 같은 세계경제 상황에서 금융·재정정책 면에서 경기를 단기간에 활성화시킬 유효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확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썼는데 그게 지나쳐서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고 내수를 제약했다.
김광두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계와 국가의 부채를 많이 활용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다 보니 정책의 부조화가 심했다.
사회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창조경제는 어떤가?
김광두 세계적으로 과잉시설이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창업(스타트업)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새 사업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창조경제를 내세운 것은 참 적절했다. 하지만 신규 창업은 소규모 단위에서 하는 것이지, 대기업이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대기업이 이끄는 창조경제를 추진했다.
김상조 2014년 세월호 사태로 경기가 꺾이다 보니, 대통령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초조감이 커진 것 같다. 창조경제가 대기업의 협조를 얻어 전국의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드는 것으로 변질됐다.
사회 경제민주화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최근 경제민주화 성과를 둘러싸고 잘했다는 정부와 낙제점이라는 시민단체 간에 논란도 있었는데?
김상조 국민이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진보진영이나 야당의 평가 잣대에도 문제가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의 관념 자체가 이제 낡은 것이 되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재벌이 돈을 많이 벌던 시절에는 경제민주화를 재벌 개혁으로 한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벌이 성장을 멈추고 현상 유지도 힘든 현 상황이다. 진보진영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세계 경제, 한국 경제의 현실을 앞에 두고 경제민주화의 목표와 수단에 대해 좀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광두 야권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때 제대로 고려를 안 하는 것이 기술변화 문제다. 1등만 잘살게 만드는 기술변화의 특성을 우리가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3년을 평가할 때 야당의 책임도 매우 크다. 야당이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대안을 내놓으면 집권 여당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김상조 변화된 환경 속에서 국민들 삶을 실효성 있게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뉴노멀 시대에 맞춰 좀더 적합한 경제민주화의 목표와 수단을 찾아야 한다.
김광두 경제민주화를 단순히 있는 것을 나눠 먹자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모두가 뒤떨어진다. 기술과 교육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기술변화가 경제변화를 주도하는 시대다. 대기업이 기술에 대한 접근력이 가장 높고, 중소영세기업으로 갈수록 접근 능력이 떨어진다. 교육의 기회도 소득이 낮을수록 떨어진다. 부모가 가난해서 사교육을 못 받아도 공교육을 제대로 받도록 혁신을 하면 더 건설적이다.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
“근속 1년 미만 노동자 33%
OECD서 한국이 가장 심해
불평등 해소 대선 어젠다 될 것”
장하성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을 보면 균형성장, 소득분배, 경제력 남용 방지 등 3가지를 위해서 정부가 규제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경제력 남용과 균형성장은 중시하고 소득분배 문제는 등한시해왔다.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들이 함께 잘사는 것이라면 재벌개혁이나 균형성장은 물론 소득분배 이슈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사회 정부 여당은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야당의 비협조 탓으로 돌린다. 노동개혁법(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기간제근로자법, 파견 범위를 확대하는 파견근로자법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여전한데?
장하성 내가 야당이었다면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대신 국민 삶과 직결된 노동법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한국은 근속기간 1년 미만 노동자 비율이 33%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보다 심한 나라는 없다.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한 상황에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나아진다는 전제가 있어야 법개정에 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은 그대로 두고, 대기업 노조가 누리는 것만 제한한다면, 노동시장 전체로 보면 더 악화되는 것이다.
사회 대기업 노조의 경직성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해법은?
김상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노동시장 안에서만 해결하려면 답이 없다. 한쪽은 과보호를 완화시키고, 다른 한쪽은 보호를 강화해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필요하지만, 노동시장 문제는 한국 경제구조와 산업구조의 재편과 관련돼 있다.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다른 고통과 비용을 축소시켜줄 거시·산업·복지정책과 연관돼야 한다.
사회 연초부터 높아지고 있는 경제위기론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김광두 세계경제에서 저성장과 불확실성이라는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 우리 체력이 버틸 만하냐는 기준으로 보면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첫째로 가계와 국가부채가 너무 많고 부실기업도 많다. 1997년 때처럼 재정정책을 갖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 둘째로, 경제 체질이 유연하지 못하고, 대단히 경직돼 있어, 밖에서 바람이 불 때 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김상조 1997년 외환위기와는 양상이 다른 일본의 L자형 장기침체도 위기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라고 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돈을 풀어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가 모두 성장률이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실물위기다. 그런 속에서 한국은 체질이 더 약화되고, 소득과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조만간 극복할 방법과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장하성 한국 경제가 위기인 책임은 전적으로 박근혜·이명박 정부에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성장률과 1인당 소득 증가가 더 높았다. 보수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렀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 8년’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사회 위기의 해법은 무엇일까?
김광두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개혁이 매우 중요했는데, 집권 3년차인 2015년 8월에 본격화하다 보니 너무 늦었다. 개혁은 집권 초 6개월 안에 추진해야 한다.
김상조 위기를 단시간 안에 벗어날 방법은 없다. 정부는 성장률이 3% 이하인 상황에서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장하성 수출도 여전히 필요한 정책이지만 국내 수요 창출 중심으로 정책전환이 있어야 한다. 내수 성장을 하려면, 소비가 있어야 하고, 소비가 있으려면 소득이 늘어야 한다. 또 소득이 늘려면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껏 분배 이야기만 하면 좌빨, 사회주의라고 공격했는데, 지금이라도 분배가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
김광두 있는 걸 좀더 잘 나눠보자는 것도 생각해야 하지만, 있는 걸 키워서 나누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다음 대선에서 이런 경제위기를 극복할 후보자가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
사회 위기상황 속에서 연초부터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고 있는데.
김광두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찬 바람이 더 세차게 불어오는 것 같다. 소비투자가 더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장하성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찬바람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쏠 때까지는 북풍이었는데, 남한이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뒤 남풍도 함께 불고 있다. 국내 경제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 2012년 대선에서는 핵심 이슈가 경제민주화였다. 2017년 대선을 전망한다면?
김광두 45~55살 세대와 45살 이하 젊은 세대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45살 이하가 투표에 적극 참여하면 다시 경제민주화 이슈가 등장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55살 이상 노인 복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김상조 향후 선거에서는 성장의 과실을 전 사회로 균등하게 빠르게 확산시키는 방법과, 밑에서부터 구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쌍방향 투트랙’을 어떻게 상호보완적으로 만들어가느냐가 핵심이다.
장하성 현 정부의 남은 2년 동안 불평등, 불공정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의, 즉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바로잡느냐는 이슈가 국민들에게 파고들 것이다.
정리 곽정수 선임기자, 박현정 기자 jskwak@hani.co.kr
서두르다 보니
재벌 의존 방식으로 변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진보진영도 시대변화 못따라가
분배·소득주도성장 길 열어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OECD서 한국이 가장 심해
불평등 해소 대선 어젠다 될 것”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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