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민진미디어 대표)의 재판에서 천안함이 북한어뢰의 공격으로 침몰됐다는 결론을 내린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왔던 학계 및 전문가들이 비과학적 판결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천안함 진실유명은 판사가 아닌 과학자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박사) 등 일부 과학자들은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재판부의 결론에 일일이 반론을 제기했다.
국제학술지에 잠수함충돌론을 게재했던 김황수 교수는 30일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진실을 가리는 것은 한 재판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해당 과학자들이 모여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양판석 박사도 이날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재판이 신상철 대표의 명예훼손 사건이었지만 재판과정을 통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길 기대했던 저는 합조단 보고서와 동일한 판결내용에 실망했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이강훈 변호사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 사고원인을 보다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합조단 조사보고서를 주된 근거로 하는 법원의 판결로서 논란이 잠재워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물기둥을 못봤다는 증인들의 증언에도 물기둥을 목격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함수. ⓒ연합뉴스 |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박사도 물기둥에 대해 “합조단 모델에 따르면 물기둥이 생성되기 약 1.1초 전에 먼저 충격파가 선체에 도달한다”며 “충격파는 물기둥과 마찬가지로 승조원과 선체에 수직으로 전달되므로, 견시병은 물기둥이 생기기 약 1.1초전에 위로 튀어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견시병이 앞만보고 있어서 뒤에서 생성된 물기둥을 보지못했을수도 있다는 재판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양 박사는 “설령 다시 떨어지면서 넘어지지 않았더라도 1초라는 시간은 충격파가 온 쪽으로 직감적으로 몸을 돌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라며 “이런 추론을 근거로 수십미터에 달하는 물기둥이 있었다면 견시병이 놓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또한 좌현 견시병 발목이 빠질 만큼 물이 고여있었다는 것을 물기둥의 정황으로 제시한 재판부에 대해 양 박사는 “작은 양이어도 배가 기울어진 상태라면 물이 한쪽으로 몰려 발목까지 빠질수도 있으므로 배의 상태가 전제되지 않은 물의 양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초병이 본 방향을 임의로 수정 판단한 재판부 결론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책임연구위원을 했던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도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천안함 폭발원점이 초소 기준 230도(서남)인데 초병들은 일관되게 북서, 그것도 북쪽에 있는 두무진 돌출부와 함께 ‘무엇’을 봤다지 않느냐”며 “더욱이 늘 경계하는 곳이라 착각할 수 없다는데 이런 판결문이 가능하느냐”고 반문했다.
백령도 서방 연화리 초소에서 본 사고해역. 사진=조현호 기자 |
노 전 위원장은 “초병들이 붕어요? 엄격하고 적확해야 할 법관의 논리도 버블제트를 맞은 것인가”라며 “내가 두번이나 증인 출석해서 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화약냄새를 맡지 못한 증언을 ‘고속으로 버블가스가 공기중으로 방출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 재판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왔다.
김황수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폭발 화약에 생성된 가스(화약냄새)는 공기중에 방출된 것이 아니라 수중에서 구 대칭으로 방출되고 솟구치는 물기둥과 함께 대기중으로 방출된다”며 “호주 실험에 의하면 물기둥에는 바닷물과 함께 검은 화약재(화약냄새)가 다량 석여 나오고 배 전체를 커버한다(덮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견시병 뺨에 물방울만 튀겼으니 물기둥은 없는 것이고 또한 화약냄새도 없다라는 것이 과학적 합리적 판단”이라며 “재판부는 전혀 이치에 닿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판석 박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화약냄새 대신 대부분 생존장병이 맡았다는 기름냄새에 주목했다. 어뢰폭발이 있었다면 기름냄새와 함께 화약냄새도 동시에 나야 한다는 것이다. 양 박사는 “대부분의 선원이 사고 직후 화약냄새는 없었고 대신 기름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했다”며 “기름이 어뢰에 의해 파괴된 가스터빈 및 주변장치에서 왔다면 당연이 그 곳을 타격한 버블에 있던 화약냄새도 동시에 맡아야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천안함이 충돌했을 가능성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천안함 측부에 충돌선 선수 형상이 없고 충돌선 잔해 미발견 △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KNTDS) 및 선박위치자동식별체계(AIS)에 천안함 5.5마일 이내 항해 선박 미확인 △사건 직후 TOD 영상에서도 천안함 주변 선박 미확인 등을 들어 수상 선박과의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 유투브에 있는 호주 토렌스함 폭발장면. |
이 같은 분석과 관련해 실제로 수상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나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없다. 잠수함 충돌 가설을 언급한 것을 수상함과 충돌 가설과 혼용했다는 지적이다. 수상함은 레이더에 잡히지만, 잠수함은 잡히지 않는다.
이를 두고 양판석 박사는 “수상함과의 충돌은 아무도 제기하지 않았다. 잠수함이면 충돌방향에 따라 천안함이 입은 유사한 형태의 피해양상을 보일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천안함의 피해양상엔 좌우로 작용한 횡방향의 손상흔이 남아있고 이는 수중 폭발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 박사는 “TOD 상의 미상물체가 구명정일거란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구명정이라면 수중에 잠긴 부분이 수면위에 드러난 부분보다 훨씬작아 조류속도보단 바람의 영향을 더 받아 표류속도가 함수 보다 빠르게돼 함수보다 더 좌측에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흡착물질이 폭발물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양판석 박사는 “소위 (천안함과 어뢰의) 흡착물은 수화물이며 수화물은 폭발로인해 생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 박사는 “수중폭발이던 공기중 폭발이던 폭발과정은 폭발후 에너지가 공기를 통해 전달되느냐 아니면 물을 통해 전달되느냐의 차이 뿐이고 최초 폭발생성물은 따라서 동일해야 한다”며 “장약에 불이 붙어 주변 폭발물이 연소되고 외피가 파괴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 계속되는 연소반응에 의해 고온-고압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산화알루미늄을 포함한 이 같은 폭발생성물은 어뢰외피가 터지기 전에 생성돼 외피가 터진 후에야 대기 또는 수중과 같은 외부환경으로 방출된다. 한번 생성된 고온-고압의 폭발생성물은 다이아몬드가 수중에서 단기간에 변질되지 않듯 수화물로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최근 촬영된 국방부 조사본부 천안함기념관에 전시된 1번어뢰의 프로펠러에 붙은 백색흡착물질. ⓒ연합뉴스 |
이와 함께 5년6개월간 신상철 대표의 변호를 맡아온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하여 사고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재판부가 합조단 조사보고서와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결론을 내려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천안함 좌우견시병을 포함해 물기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도 물기둥이 있었다거나 초병들이 목격한 섬광의 방향이 천안함과 유사하다고 한 판단은 실제 증인들의 진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또한 합조단의 조사결과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세가지 중 하나는 수중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와 천안함 선체의 절단 형상이 정성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나 수중 폭발 시뮬레이션이 천안함 절단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백색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국내외 학자들의 검토 결과 매우 불완전한 것이어서 합조단이 내린 결론을 뒷받침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을 법정 증언 및 관련 학자들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 사고원인을 보다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며 합조단 조사보고서를 주된 근거로 하는 법원의 판결로서 논란이 잠재워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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