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해 1년 5개월 재임기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초이노믹스(Choinomics, 최경환이 추진한 경기부양책을 뜻하는 단어)로 대표되는 정책은 부동산 규제 완화다. 일시적으로 부동산 활성화를 보이는 듯했지만, ‘가계부채 1200조’라는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가계부채는 170조여 원 증가했다.
주요 3대 부채액(△국가채무 △공공기관 부채 △가계부채) 규모는 2246조1000억 원에 이른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하자마자 46조원, 2015년 확장 재정으로 8조8000억 원, 재정 보강 및 추가경정예산으로 21조7000억 원을 퍼부었다. 내년 국가채무 비율은 GDP의 40%를 넘길 전망이다. 빚으로 경제를 지탱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정부와 발을 맞춰 왔고 기준금리는 1.5%에 찍혀 있다. 저금리 기조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마땅한 수단도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마저 예고돼 있어 경제 운용의 폭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 연합뉴스 | ||
최 부총리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쓰면 투자 등을 위해 대출이 늘고, 부채도 당연히 증가한다. 그게 바로 ‘저금리 효과’”라며 “늘어난 부채는 주택 등 담보가 있고 개인의 자산이 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의미의 빚이 아니며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동아일보 2015년 12월7일자)고 했다.
이를 위해 전제가 돼야 하는 것은 역시나 경기다. 하지만 경기는 침체돼 있다.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더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내년의 경우 3% 턱걸이도 힘들 것으로 평가한다. ‘저성장의 덫’에 갇힌 탓이다.
최 부총리는 안팎의 우려에 대해 지난 10일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 후반이 됐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라는 주장은 과장됐다. 객관적으로 보면 대내외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 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의 ‘실세’ 장관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부동산 규제 빗장이 풀렸다. 이에 발맞춰 저금리 기조는 지속됐다. 보수 언론들은 ‘초이노믹스’에 대한 뒤늦은 비판에 나선 상태다.
▲ 조선일보 12일자 사설. | ||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사설을 통해 “최 부총리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많은 국민은 실망을 넘어 우려를 감출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가 쪼그라드는 위기 신호와 통계가 쏟아지는 이때 ‘선방론(善防論)’을 읊조리는 부총리는 어느 별에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조선비즈는 전문가 지난 13일 3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의 주택대출 규제완화 정책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답변은 6명(20%)에 불과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13명(43%)으로 가장 많았다.
중앙일보 역시 12일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 5년간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249조원, 56%)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 5년의 증가 속도(143조원, 48%)를 한참 뛰어넘을 전망”이라며 “기업 역시 사상 첫 총 매출 감소와 두 자릿수 수출 감소라는 악재에서 발버둥치는 중이다. 이런 상황을 ‘선방’이라고 한다면 현실 인식이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12일자 사설. | ||
최 부총리가 취임 초기 일정 부분 기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가 소득주도형 성장을 내세워서다. 임금 상승과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에 세금을 물리고 비정규직 임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 방침에 대해 진보 언론도 마냥 부정적 평가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한겨레는 지난해 7월 “새롭게 제시된 가계소득 증대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면서도 “‘기업만 바라보는’ 성장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진보 언론들이 우려한대로 실상은 부채가 떠받친 경제부양책이었다. 효과도 단기에 불과했다. 도리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안 추진에 따라 가장자리로 내몰린 판국이다.
▲ 2015년 9월 19일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 | ||
보수언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 부총리 사이의 ‘불통’을 지적하기도 한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은 지난 9월 “최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야 할 말을 터놓고 다 하는지 의문”이라며 “최측근이라고 해도 갑을 관계는 명확해 보인다. 펀드를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내놓아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두 팔을 들어 반대할 처지는 못 된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후임 인선은 최 부총리만큼 실세가 아닐 뿐더러 뒷수습만 하다 임기를 보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이 든 성배’를 누가 마실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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