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까지 겹치며 올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폭력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공화당 내부를 포함해 곳곳에 반발이 일면서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재선을 점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민주당 후보인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항마로서는 다소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강력한 변수로 거론되는 이들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며 지원사격에 나선 데다 부인 미셸 오바마는 아예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게 미셸의 입장이었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계 진출 압력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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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에 미셸 필요"
2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은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는 미셸 오바마를 필요로 한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는 이번 시위의 발화점이 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신문은 "미셸 오바마에게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되어 달라고 간청해야 한다"며 "전염병에 의료진이 나선 것처럼 그녀가 정치에 나오는 것도 역사적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백악관 거주자'에게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 부족하다"며 "(미국 선거가 있는) 11월에 바이든과 미셸이 함께 한다면 무적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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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의지 없다지만 '운명론' 거세지면 받아들일 수도
오바마 전 대통령(58%)보다 높은 호감도(68%)로 백악관 생활을 마무리한 미셸 오바마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장 '핫한' 여성 차기 지도자로 꼽혀왔다.
미셸의 강력한 무기는 화려한 언변과 정치적 균형감각이다. 백악관 안주인이라는 미국 주류 중에서도 주류가 됐지만 "나는 매일 노예들이 지은 집(백악관)에서 일어난다"는 충격적인 표현으로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정계 진출 의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지지층에서 커질수록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이미 "미셸이 러닝메이트가 돼 줬으면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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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시위대 지원사격 하는 버락 오바마
남편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측면지원에 나서며 대선전에 발을 담근 형국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수차례 공식 인터뷰를 열고 성명을 내며 인종차별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3일에는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고 "폭력 시위에는 반대하지만, 거리로 나선 젊은 시위대가 자랑스럽다"며 "미국 사회의 분노는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이란 목표를 이뤄낼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엔 조지, 브레나, 아무드였지만 이전에 에릭, 산드라, 마이클이 있었다"며 과잉진압에 사망한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어 '끝이 보이지 않는 비극'을 끝내려면 흑인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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