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이 아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당 대변인직과 부산시당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1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국민들께 사죄드린다. 바른정치 해보고자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당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또한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겠다. 아들 문제뿐만 아니라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도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겠다. 다시 한 번 무릎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적었다.
장 의원의 아들 장용준군은 지난 10일 처음 방송한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으나, 방송 직후 정군이 과거 성매매를 시도한 정황 등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에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외아들이라 더 잘 키우고 싶었다.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 용준이로부터 상처받은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이슈섹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성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무섭게 급등,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하는 2위권을 구축한 가운데 나온 친노그룹의 일성이어서 주목된다.
안 지사는 지난 10일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29%) 전 대표에 이어 2위(19%)에 올랐다. 11%를 기록한 여권의 유력 주자 황교안 권한대행(11%)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사진=페이스북]
9일 곽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안희정 지사? 글쎄… - (1) 죽음을 대하는 자세”라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안 지사가 내 인상에 남은 최초의 때는 노무현 대통령 장례기간 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곽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와 7일간의 장례 기간을 회상했다.
그는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며 “하지만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도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떤 이는 장례 기간 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분을 돌아가시게 한 세상과 권력을 원망하며 포효하기도 했다”며 “안 지사를 그 중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던 그 때 그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한다”며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사랑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 대상이 생사를 넘는 고통 속에 있을 때는 왜 아무런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정신으로 그 애도의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거나 카메라 앞에서 포효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안 지사를 의심하고 있고 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의 첫 번째 근거”라고 말했다.
이 글에 갑론을박 댓글이 이어지며 논란이 커지자, 곽 변호사는 ‘자결’ ‘정치적 탐욕’ 등 표현이 강한 단어를 삭제하는 등 수정했다. 이후 그는 수정한 글도 삭제했다.
그가 처음에 올린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를 통해 공유되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11일 이보다 앞서 국민의당은 안 지사를 향해 “대선후보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정신줄을 놨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대북송금특검과 관련한 안 지사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언론에 “대북송금특검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요구였고 다수였던 그들이 결정한 것”이라며 ‘참여정부 책임론’을 일축했다.
김재두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지사의 발언은) 일본의 역사왜곡과 박근혜정권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다를 게 없다”며 “2003년 대북송금특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핵심세력이 한나라당과 야합해 대북송금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Published on Feb 9, 2017 포스코가 1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남미기업 산토스 씨엠아이를 1000만 달러 가량에 매각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제기했던 바로 그 회사입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이름도 모르는 회사라고 주장했지만, 회사 인수한 직후 축하파티에 직접 참석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포스코가 1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남미기업 산토스 씨엠아이를 1000만 달러 가량에 매각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제기했던 바로 그 회사입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이름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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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 권오준호 포스코와 최순실의 '결정적 장면들'
Published on Feb 9, 2017 포스코. '국민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구설을 낳아온 기업입니다. '최순실표' 청탁도 확인됐지만, 피해자인양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사실상 공모자였던 권오준 회장은 '셀프 면죄부'를 받고 연임에 성공하기까지 했습니다.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된 포스코와 비선실세의 접점을 모아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2월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15차 촛불집회가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주최측인 ‘박근헤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 오후 7시 30분 기준 70만명(연인원)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 40만명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탄핵 지연 움직임이 노골화되자 강추위 속에도 시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본집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인용 촉구와 함께 특검 기간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2월에 특검 활동 기한이 끝나고 내달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면 탄핵은 물 건너갈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며 “오는 25일에는 전국의 촛불이 서울에 모여 반드시 2월 안에 탄핵이 끝날 수 있도록 하자”며 오는 25일 총력 집회를 호소했다.
오지원 민변 변호사는 “박근혜 일당은 특검마저 우롱하고 우기고 버티고 시간을 끌면 우리 국민들이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가 포기한다면 박근혜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와 책임을 면하고 면죄부를 받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예우를 받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검이 연장되지 않았을 때 더 끔찍한 것은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데도 미용사를 부르고 머리를 만진 대통령, 위안부 할머니들의 몇 십년 동안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돈 몇 푼에 팔아버린 대통령,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하고 뇌물을 받고 정경유착을 하고도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대통령이 국민들에 의해 어떤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발언자로 나선 민지홍씨는 “박 대통령과 태극기를 모독하는 극우집단들이 반격을 하고 있다”며 “지금 촛불을 끈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들이 적폐와 함께 계속 살아야 한다. 청와대는 문을 열고, 특검을 연장하라”라고 외쳤다.
공연을 선보인 가수 김C는 “이 상황에서 불운할 뉴스일 수도 있지만 제 느낌엔 이게 종착역이기보다는 시작에 가까운 것 같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아마 해낼 수 있을 거다. 좌절하지 말자. 이제 시작이니까 포기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종찬 언론노조 MBC지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MBC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계속 해주시되 관심만은 놓지 말아달라. 촛불시민들의 소중한 재산인 공영방송이 한줌도 안되는 청와대 하수인같은 경영진에 의해, 몇몇의 부역자들에 의해 몰락하는 걸 막아달라”며 “국민들께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내부에서도 열심히 싸워가겠다”고 다짐했다.
주최측은 오후 7시 24분께 한 달만에 소등 퍼포먼스를 재개했다. 또 정월대보름을 맞아 ‘퇴진’ 글자가 적힌 연등을 하늘에 띄우기도 했다. 주최측은 “어둠의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 30분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1차 포위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에 이어 2차로 2월 탄핵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 앞까지 행진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소원지’를 태우고 소리꾼들이 액땜 민요를 부르는 대동놀이도 진행됐다.
가수 '뜨거운 감자'의 공연도 이어졌다. 앞서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된 사전집회에서는 대학생노래패연합, 하이미스터메모리, 강허달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공연을 펼쳤다. 각계 단체들은 무대에 올라 18세 투표, 고용승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등을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풍선 모양 조명으로 만든 '퇴진 보름달'을 띄우고 퇴진 소원을 비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는 소등퍼포먼스도 이어진다.
행진은 오후 7시30분 청와대와 헌재 방면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차 행진은 청와대 방면 ▲청운동 주민센터 ▲자하문로16길 21 ▲126맨션 앞 등 세 코스로 진행된다. 행진을 마친 대열은 율곡로에서 합류해 헌재 방면으로 2차 행진을 이어간 뒤 오후 9시께 집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즉각 퇴진·구속, 황교안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와 나팔 불기 등으로 청와대를 압박할 예정이다. 헌재 방향 행진에서는 오후 9시께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의 신속 탄핵'을 촉구하는 소원지 태우기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박 대통령 탄핵반대 단체의 맞불집회도 이어졌다. 헌재의 2월 중 탄핵심판 선고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들은 전국 12개 지역 회원들을 총동원하는 등 촛불집회에 맞섰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12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매서운 날씨에도 노년과 장년층 참가자들은 두꺼운 겉옷과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무장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 부당 탄핵 ▲국정농단 증거조작 ▲언론의 거짓 선동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아니라 '고영태와 그 일당의 사기 사건'이라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또 '탄핵 기각', '특검 해체' 피켓을 든 채 "태극기가 이긴다"며 박 대통령 탄핵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대전, 대구, 부산 등 지역 회원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대거 상경해 21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오늘 촛불집회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온다고 하고, 민주당이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제 촛불집회는 정치집회, 정당집회, 민주당 당원집회"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도 무대에 올라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사심없고 부정부패를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했던 분"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고 노동 현장은 민주노총이 잡고 교육 현장은 전교조가 잡게 된다. 손자 손녀들이 이런 대한민국에서 살게 해서는 되겠는가"라고 외쳤다.
이들은 오후 4시 대한문~을지로입구역~한국은행 앞~숭례문~염천교~중앙일보사앞~대한문 코스로 행진을 했다. 행진을 마친 뒤 2부 집회를 열고 자유발언 등을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촛불·맞불집회 등에 대비하기 위해 196개중대 1만56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김정일에게 보낸 박근혜 친서는 유럽코리아재단 소장이었던 장 자크 그로하가 USB와 출력물 형태로 들고 중국 베이징에 가서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만나 전달했다. 편지는 김정남의 고모부 장성택 라인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고 된 것으로 안다.”
전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주간경향>의 박근혜 편지 보도(1207호) 이후 이 핵심 관계자는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12월 21일,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박근혜 편지가 북에 전달된 것과 관련, 유럽코리아재단이 접촉신고를 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과 관련한 어떤 결과 보고도 없었고, 재단 관계자들에게도 확인해본 결과 ‘그런 서신은 북측에 보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까지는 북측에 그러한 서신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경향>은 이날자 온라인 업로드 기사에 과거 여러 차례 주고받은 북측과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편지 전문을 추가로 공개했다.
유럽코리아재단이 비선을 통해 중국 등에서 북측과 접촉한 사실 등을 통일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재단의 전 핵심 관계자는 “재단의 공식사업 이외에 대북접촉 경로 등에 대해서는 통일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 이후 <주간경향>이 접촉한 다른 전 주한 EU상공회의소(EUCCK) 관계자 역시 “상공회의소 산하 유럽코리아재단과 관련한 활동은 재단의 핵심 수뇌부 몇 명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편지가 중국, 마카오 등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김정남을 통해 전달됐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주간경향>은 입수한 하드디스크들을 분석하던 중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발견했다.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들이 김정남과 주고받은 메일이다.
<주간경향>이 단독 입수한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메일은 2005년 9월 17일부터 2006년 3월 31일까지로, 총 22회 오간 내용이다. 박근혜 이사와 북측이 주고받은 편지와 마찬가지로, 입수한 메일은 실제 오간 전체 분량이 아니라 일부분으로 보인다.
“김정일 편지, 김정남-장성택 비선으로 전달”
<주간경향>은 이들 사이에 오간 메일 내용을 분석했다. 비록 전체는 아니지만 입수한 부분만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외국 인사들과 김정남이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교류한 사실은 있지만, 국내 인사와 교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아 있는 첫 메일은 김정남이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에게 보내는 추석 인사다.(2005년 9월 17일) 인사에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어떤 답신을 보냈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두 번째 메일 발송자 역시 김정남으로, 약 40일 뒤에 보낸 ‘제안사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이다. 제안사항이라는 제목은 남아있지만 본문은 깨진 상태다.
본격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메일은 그해 12월 1일부터 오간 것이다.
김정남은 2005년 12월 1일 보낸 메일에서 “명년 2월 23일이 고모부 회갑이다. 한복을 지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고모부란 누굴까.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다. 장성택의 회갑을 맞아 한국에서 한복을 지어 북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요청이다.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이에 대해 “옷감, 재질, 체형 등 구체적 수치가 필요하다”며 장 자크 그로하를 통해 치수 재는 법 등의 설명이 들어 있는 그림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가격대는 전주지방에서 옷을 잘 짓는 집의 최고급 가격이 미화 2400달러이며, 서울의 유명디자이너에게 부탁할 경우 5000달러 이상은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간 답신에서 김정남은 고모부의 신장, 허리둘레, 키와 체중 등이 적힌 구체적 수치를 받아 넘긴다.
12월 15일,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답신에서 “장 자크 그로하가 내일 아침(12월 16일) 출국이라 여기 마무리 일에 한창 바빴다”며 “내년 일원에는 받아볼 수 있도록 한복을 맞추겠다”고 말한다.
일단 확인해야 하는 것은 유럽코리아재단 측과 메일을 주고받은 사람이 김정남 본인이 맞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고미 요지(五味洋治)는 김정남과 2004년 12월 3일부터 2012년 1월 3일까지 8년에 걸쳐 주고받은 이메일과 중국에서 인터뷰를 바탕으로 <아버지 김정일과 나-김정남 독점고백>이라는 책을 냈다. 책은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됐다.
고미 요지가 김정남과 주고 받은 메일은 야후코리아 메일이었다. 반면, <주간경향>이 입수한 유럽코리아재단과 주고 받은 메일은 핫메일(hotmail.com) 계정이었다. 이름은 한글로 ‘김 정남’을 쓰고 있었다. 입수한 김정남 이메일 전체 주소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이 이메일이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돼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런데 한 해킹그룹이 해킹해 문서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해 놓은 이 이메일 계정의 주인은 1981년생 양모씨로 돼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측근 이름으로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메일 곳곳에서는 이들이 단지 온라인으로만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실제 베이징이나 마카오 등지에서 만나 물건을 주고 받았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들어 있다. 앞서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는 “김정남은 장 자크 그로하의 오랜 친구”라며 “중국 베이징뿐 아니라 마카오, 홍콩 등지에서도 장 자크 그로하뿐 아니라 유럽코리아재단 핵심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편지에서 거론된 ‘고모부’는 장성택이 맞을까.
김정남은 “고모부님 체중과 키를 인차 알려드리겠다”며 얼굴색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대로”라고 말한다.
김정남은 “너무 하얀 편은 아니죠?”라며 “그렇다고 김건모씨처럼 시커멓지도 않으시다”고 말한다. 가수 김건모씨를 거론한 것을 보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꽤 조예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정남이 거론한 장성택 생일(2월 23일)이 국내 포털이나 북한 인명록 등에 게재되어 있는 장성택의 생일(1946년 1월 22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성택의 생년은 1946년이므로, 김정남이 거론한 2006년이 환갑인 것은 맞다.
유럽코리아재단 측과 서신 교환에서 김정남이 ‘부탁’한 것은 한복만이 아니다.
한국 내 유명 역술인들에게 고모부의 사주를 봐줄 것도 의뢰했다.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음력 2월, 6월, 9월을 조심하고 아주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 내년까지만 삼재이므로 지나면 좋으실 것 같다”는 역술인 의견을 전하고 있다.
남겨져 있는 메일에는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만들어 김정남 부부,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에게 보낸 ‘부적’과 관련한 논의도 있다. “새해를 맞아 과거에 쓰던 부적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문의하는 것으로 보아, 2006년뿐 아니라 2005년에도 부적을 국내에서 만들어 중국에 있는 김정남과 북한에 있는 장성택에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간경향>이 입수한 하드디스크 안에는 북측의 요청으로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 유명 역술인 세 사람이 정리한 사주풀이 문서도 들어 있었다. 파일을 근거로 <주간경향>이 접촉한 역술인 ㄱ씨는 “누구라고는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북에서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이라며 10여년 전 마포구 도화동 홀리데이호텔 근방에 있을 때 관련 사주를 들고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아주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는 역술인의 풀이는 7년 후 처형당한 것에 비춰보면 결과적으로 틀린 사주풀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의장을 역임한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지난해 3월에 펴낸 <장성택의 길>에 따르면 장성택은 리제강 등의 견제로 2003년 말부터 ‘혁명화 조치’를 당하고 있었다(2005년 방북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일은 “장성택은 남한에 가서 폭탄주를 너무 마셔 건강을 해쳐서 쉬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05년 말~2006년을 기점으로 장성택에 대한 혁명화 조치가 해제되고, 특히 김정일이 쓰러진 후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장성택-김경희가 핵심실세 역할을 했으므로 위 역술가들의 풀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하드디스크 안에 남아있는 메일은 고모부 한복뿐 아니라 ‘세 여인’이 입을 한복에 대한 논의에서 끝난다.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논의하는 ‘세 여성’은 누구일까.
김정남은 2006년 3월 31일자 편지에서 “세 번째 분이 원하시는 당의(唐衣) 모델입니다. 색상도 같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적고 있다.
편지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 사진 두 장이 첨부되어 있다. 사진 속 여성모델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한복을 구해달라는 이야기다.
김정남과 22차례 주고받은 메일들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수뇌부의 이 ‘비밀교류사업’은 어디까지 보고됐을까.
하드디스크에는 이들이 교류한 시기에 열린 유럽코리아재단 이사회 ‘대외비’ 문서도 들어 있었다.
문화, 체육, 자선활동, 장학프로그램, 북한사업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는 활동보고서에는 김정남과 관련된 사업은 기재돼 있지 않다.
보고된 북한사업에는 ‘2005 북측 경제인 장학프로그램’, ‘제3회 유럽 특허청-중국 특허청 트레이닝 세미나 참석’, 그리고 북한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한 ‘제2회 국제 통화재정세미나’와 기타로 분류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조-불란서 경제협력을 위한 프랑스 북한 경제세미나’만 적혀 있을 뿐이다.
앞의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이사도 알고 있었지만 보안이 필요한 사항이라 구두로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비를 넘어선 ‘톱 시크릿’이었던 것이다.
앞서 박근혜 편지를 다룬 <주간경향>의 기사에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유럽코리아재단 사찰 정황을 담은 내부문건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문건을 읽다보면 국정원뿐 아니라 “미 CIA가 재단을 도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정성장 연구원은 “장 자크 그로하가 김정남과 접촉했으면 당연히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감시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정남이 외부에서 특별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북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유고 상황에 김정남이 후계자로 내세워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한국과 미국, 중국 정보기관이 다 주시하고 있었을 것”아라며 “특히 김정남과 장성택 사이의 국제전화는 이들 정보기관에 의해 100% 도청되고 있었다고 보면 맞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이사의 김정일 서한과 마찬가지로 김정남과의 교류 역시 통일부 등 공식라인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서신 교환이 이뤄지던 시기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이어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종석 전 장관은 “박근혜 이사의 편지도 그렇지만, 유럽코리아재단과 김정남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과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이 전 장관은 관련된 첩보가 보고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 권력구조 특성상 김정남과 고모부 사이에 비선라인이 운영될 수는 있다”며 “다만 국내의 박근혜나 유럽코리아재단 관계는 당시 남북 사이 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시기였고, 정보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NSC까지 올라왔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대선 앞두고 김정남 망명 공작
MB 국정원이 대선을 앞둔 2011년 말부터 왜 유럽코리아재단을 사찰했고, 결국 강제해산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는다.
그런데 새로 밝혀진 ‘김정남과의 관계’라는 키워드는 의문을 풀 핵심 열쇠일지도 모른다.
2012년 대선 막판, 김정남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적이 있다.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당시 MBC기자)는 SNS 등을 통해서 “국정원이 MBC를 낙점해 김정남 인터뷰를 해 대선 카드로 사용하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지지율이 거의 비슷해지자, 막판 역전카드로 ‘NLL 대화록 공개’를 검토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에 체류하고 있던 김정남을 한국으로 망명시키거나 인터뷰해 NLL과 관련한 불리한 발언을 이끌어내 참여정부 인사인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당시 김정남을 인터뷰한 사람은 방콕 주재 특파원이었던 허무호 현 MBC 사회부장이었는데, 영상카메라가 없었다는 이유로 결국 인터뷰 내용은 방영되지 않았다”며 “김정은의 인터뷰를 했다면 세계적 특종인데도 방영하지 않은 게 의문이 들어 사내에서 전후 사정을 취재해보니 당시 찍어 정보를 건넨 국정원 측이 NLL 관련 발언을 이끌어내려 했는데,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당시 여권에서 대선 막판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판단, ‘NLL 대화록 공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는 것은 보수우파성향 언론인 조갑제씨가 낸 2012년 대선 회고록 <우리 생애의 가장 길었던 날>에도 기술돼 있다.
의혹 당사자인 허무호 부장은 2월 10일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영상팀이 없어 보도를 안 한 것은 사실”이라며 “소스를 입수한 쪽은 국정원이 아니며 정보기관이 언론에 협조하는 것을 봤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이 김정남 망명공작을 추진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북소식통은 “한국 국정원이 김정남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정작 김정남은 한국보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었고, 유럽은 대북정보에 목말라 하지 않았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김정남이 김정일의 아들인 것은 맞지만 다른 고위급 인사들보다 정보가치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특별한 대우를 원했던 김정남과 미국 측의 협상이 결렬됐고, 한국의 경우도 김정남이 요구하는 것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의 갭이 워낙 커서 결국 그 정도까지 비용을 지불하면서 데려오는 것은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코리아재단 사찰과 해산도 김정남의 약점을 잡아내고 김정남을 데리고 올 때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며 “당시 이런 일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폭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열한 공작을 한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당시 국정원에서 했던 공작을 조사해 백일하에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의 김정일 서신, 그리고 유럽코리아재단의 김정남 비선을 통한 대북사업과 관련해 “재단이 포괄적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접촉사안은 통일부에 신고하게 돼 있다”며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북에 다녀오거나 주요 인사와 접촉이 있었다면 신고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주간경향>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장 자크 그로하 소장 등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 국적자인 당시 유럽코리아재단의 핵심 수뇌부들도 김정남 등 북측 인사를 접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남북교류협력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주간경향>의 확인 요청에 통일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포괄적 대북접촉 승인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인 접촉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판단·검토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성택 한복 구입 등 김정남과 서신 교류를 한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주간경향>은 여러 경로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정일 편지, 박근혜 삼성동 비선팀에서 조율” “김정일에게 보내는 편지 관련 결재를 받으러 삼성동 사무실을 갔던 것이 기억난다.”
전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유럽코리아재단 박근혜 이사의 결재는 당시 강남구 신사동 588번지에 있던 한국문화재단 사무실, ‘삼성동팀’에서 이뤄졌다는 증언이다. 관련 서류들이 취합돼 재단 수뇌부 사이에 공유된 것은 하드디스크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를 출력해 삼성동 사무실을 오가며 만났던 인사는 당시 4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비서관이라고 이 관계자는 기억했다. 그는 박근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위즈덤하우스·2007)에 기술된 유럽코리아재단 챕터와 관련해서도, 발간에 앞서 재단과 삼성동팀을 오가며 초안을 다듬는 작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비서관이 술 접대를 좋아해 여러 차례 같이 갔던 기억도 난다”고 덧붙였다. 특검의 출석요구를 받고 있는 안 비서관은 현재 잠적 중이다. 정치권에서 그동안 박근혜 비선라인인 ‘삼성동팀’의 존재와 관련한 설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활동정황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4인방’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진 정윤회 전 비서실장은 2014년 말 국정농단 의혹사건 과정에서 이른바 ‘삼성동 비선팀’과 관련해 “국회가 시끄러우니 조용한 데 가서 페이퍼워킹을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