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국회 본회의 참석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내주 최종 확정을 앞둔 검·경 수사권 조정 세부안에 대해 여당이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해당 대통령령에 검찰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 쪽 의견을 취합해 해당 안 협의를 주도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리더십에 의문을 갖는 기류마저 감지된다. 조직 내부 입지 확보에도 시선을 두다 보니 정작 검찰 개혁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것이다.
25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수사권 조정 세부안(시행령)에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실제로 지난달 법무부가 시행령을 발표한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입법예고 40일 동안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제출된 의견만 9000건이 넘는다. 시행령을 법무부 단독 주관으로 설정해 검사의 일방적인 유권해석이 가능해졌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등 권한이 커지면서 사실상 검찰 개혁의 취지가 후퇴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같은 의견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민주당 차원에서 시행령을 다시 조율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 법령 시행을 완료하겠다"는 추 장관의 입장에 여당이 나서 제동을 걸고, 문 대통령도 여당의 의견을 수용한 모양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권에선 수사권 조정 시행령이 진영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자 "추 장관 탓"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추 장관이 시행령 조율 과정에서 검찰 쪽 의견을 지나치게 반영했다는 비판적 시선이 깔려있다. 특히 시행령 핵심 내용에 대한 추 장관의 접근법이 수개월 사이 미묘하게 변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추 장관은 애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마약범죄는 포함시키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지난 5월초만 해도 마약범죄를 직접수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검찰 측 요구에, 추 장관은 '마약범죄는 법률가가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불과 한달 조금 지난 6월 25일의 시행령 초안에는 마약범죄가 경제범죄로 포함돼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 들어갔다.
협의 과정에 밝은 여권 핵심 관계자는 "추 장관도 상식에 맞지 않다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왜 입장이 변했겠느냐"며 "비(非) 검사 출신으로 검사 위주의 조직 내에서 입지 확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마약사건을 유지해야 직제·인력·예산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논리를 만들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 시행령을 재논의했다. 회의 이후 며칠새 시행령 수정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비판 여론을 문 대통령에게까지 전달한 만큼, 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무회의까지 막바지 조율은 계속될 전망이다.
yjh@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