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마다 대통령실 전언 상이한 보도…대통령 기억도 진실게임?
경향신문 "처음엔 자신 발언 기억못한다 발언"
국민일보 "바이든 말하진 않아" MBC "바이든은 아닌데, 기억못해"
"처음부터 기억 안 난다 했으면 보도에 반영했을 것" 대통령실 답변없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윤 대통령 자신이 '바이든'이나 '이 ××', '국회에서', '쪽팔려서'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매체별 엇갈리는 보도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발언한 내용이 상이하지만, 대체로 '기억을 잘 못 한다'거나 기억을 못 해도 '바이든'이라고는 안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먼저 대통령의 '기억 상태'를 보도한 곳은 경향신문으로, 처음에 윤 대통이 기억을 못했던 것 같다는 전언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27일자 3면기사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확산에 자기 발언 부인하고 언론에 화살…'진실게임'으로 몰아가'에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통화에서 “처음에는 윤 대통령도 자신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외부 전문업체 2곳에 판독을 맡겼고, 들어보니 '이 ××' 발언도 없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을 포함해 그 때 발언 전체를 기억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튿날부터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 분명히 안했다고 기억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이 2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연결에서 “바이든은 아닌게 분명하다”고 한 이후부터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28일자 3면 기사 '[단독] 尹 “'바이든' 말한 적 없어… '이 XX' 발언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 방문 중 터져 나온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말한 적은 없다”고 강하게 말했던 것으로 27일 알려졌다면서 다만 윤 대통령은 “'이 XX' 발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복수의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벌어진 이후 뉴욕 현지에서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며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밝힌 내용은 '바이든을 겨냥한 얘기는 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이 XX들' 얘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MBC도 지난 28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윤 대통령 '기억 안 난다'”'(온라인 제목 '논란에서 해명까지 13시간‥왜? “기억 안 난다”')에서 “윤 대통령은 당시 발언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이든은 아닌데 무슨 말인지는 기억 못한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MBC의 경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기자단에 즉시 전해졌다면, 비속어 발언 보도에 반영될 수 있었다”고 전해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입장을 신속히 전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바이든은 아니라는 근거로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친 결과를 제시하면서 “중요한 건 뭐냐 하면 저희가 바이든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한 여러 작업들이 있었으나 (MBC 등 언론들이) 그런 과정이 없이 저희들에 확인도 없이 대통령의 발언이 기정사실화돼 자막화 되고 그것이 무한 반복됐다, 이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대통령에 직접 확인을 거쳤느냐'는 진행자 질의에 “대통령께서 먼저 바이든을 얘기할 이유가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국회라는 표현은 미 국회라고 표현할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해서 국회라는 표현을 쓸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표현을 쓸 리가 없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렇게 다소 상이한 보도 기류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 자신이 직접 밝혀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2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어디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지, '전부 기억을 못하는지'(경향신문), '바이든이라 말한 건 아니지만 나머지는 기억 못 하는지'(국민일보 MBC),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으면 왜 MBC 등 기자단에 그 얘기를 전달하지 않았는지'(MBC) 등을 대통령실 홍보수석, 부대변인, 대외협력비서관, 대변인실 팀장 등에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SNS메신저를 통해 질의했으나 낮 12시30분 현재까지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이 ××' 발언을 두고 “검사생활 한 10년 하면 그××, 이××란 말이 입에 붙는다”며 “그걸 너무 쉽게 긴장을 푼 거다. 평소대로 (얘기)한 건데 야 이게 이렇게 내가 욕을 먹을 일이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나중에 보니까 큰 일이 돼버리니까 인정할 수가 없는 거겠죠”라며 “말 실수를 한 것 같아서 참 유감이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유의하겠다고 하면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특히 “MBC를 악마화 시키는 것이 지지층이라도 결속시키려는 절박함에서 이러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며 “빨리 있는 대로 사실대로 말씀하시고 유감표명을 하시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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