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12, 2011
"한국의 보수는 1950년에 머물러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 발표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먼저 절차의 문제가 제기됐다. 교과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 공동연구진’, 교과부 장관 자문기구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역추위), 역사학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다. 9월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 역추위 위원 9명이 사퇴했고, 지난달에는 연구진 위원장직과 역추위원직을 맡고 있는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국사학과)는 ‘비민주성’을 거론하며 사퇴했다.
내용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겁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헌법의 ‘자유민주적 근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석한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정권에 대한 서술에서 ‘독재’가 빠지고 ‘독재화’란 낯선 개념이 등장했다. ‘친일파 청산’과 ‘5·18 민주화운동’ 또한 삭제됐다.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정태헌 교수(한국사학과)를 만나 역사교과서 논란의 핵심을 들어봤다.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그동안 각종 언론과 학회에서 주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태헌 교수는 교과부가 보수세력의 ‘정치논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민주주의’와 ‘남북 평화’를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한국 사회의 보수의 ‘이념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논란은 꽤 오래됐다.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2008년 3월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도서출판 기파랑)’를 발간했다. 당시 ‘현재 교과서에 좌파이데올로기가 주입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집필기준 변경은 사실상 보수진영 학자, 학회들의 주장이 관철됐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어떤 점이 좌파 이데올로기일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유독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역사 교과서 문제가 유난히 불거지고, 근자 들어 수준 낮은 색깔론이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 아니면 평양시장 뽑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갑갑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새로운 집필기준을 발표했다. ‘특정 학회의 의견만 들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 그것을 구실로 해서 장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절차 문제가 기본적으로 걸린다. 이것 때문에 역추위 위원장이 사퇴까지 하게 됐다."
- 보수 대 진보 간 역사관 차이라는 건가.
"아니다. 지금 나는 철저히 보수의 시각에서 말하겠다.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의 정체성과 그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독 ‘친일’, ‘독재’ 개념이나 문제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인다. 생각만큼 북한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한 것 같다. 한국은 기나긴 독재정권의 상황에서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경제발전의 내용도 깊어졌다. 북한과 차별성이 있다면 바로 그 지점이다. 그걸 부각시켜야지 북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이 문제를 자꾸 떼어 놓는다. 독재가 아닌 ‘독재화’라는 낯선 개념을 가지고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설명한다. (우리가 이들 정권을) 처음부터 독재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어느 시점부터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독재’라고 한다. 이분들 논리를 북한에 대입하면 북은 독재가 아니라 독재화라고 해야 하나."
-내용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새로운 집필기준이 강조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제헌헌법부터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는 거론되지는 않는다. 중간에 개헌이 되고 나서 ‘자유민주적 근본질서’라는 말이 등장한다. 영어식으로 보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근본 질서’다. 이는 결코 사전적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이에 대한 강조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항하는 개념이다. 현 정부와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이 북한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자유와 평등 두 바퀴 위에서 형성된다. 정치학자들 대부분이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내용에 미달한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만 하더라도 ‘시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국가, 사회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야 운영되는 거다. 돌아가서 민주주의라는 보편개념을 가지고 설명을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역사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역사적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48년 남쪽과 북쪽이 따로 떨어지고 제헌헌법이 만들어질 때를 돌이켜보자. 경제조항만 놓고 보면 남한과 북한 헌법이 큰 차이가 없다. 무엇을 의미하느냐. 남한과 북한의 지도부가 ‘식민지 경제’라는 동일한 유산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재건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념문제가 안 드러난다. 북한 헌법이 '공산주의' 거론 안 하는 것처럼 남한 헌법 또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강조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이념문제가 두드러지는 계기는 전쟁이었다. 결코 헌법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보자.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대해 가급적 독재로 보고 싶지 않아 한다 해도 이들 정권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적이다’라고 규정하기 힘들 거다. 이승만, 박정희 정부는 그 단계에 필요한 정책과 역할도 했지만 독재라는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상반되는 과정을 밟았다. 그런 독재 정권을 바꾸고 민주화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북한과의 차별성이다. 사실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도 민주화 여부에서 드러난다. 대체로 70년대 중반부터 남북한 경제 격차가 역전되기 시작하는데, 남한은 유신체제로 갔다고 하더라도 이면에는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역량이 넓어져 가는 과정이 있었다.
북한은 거꾸로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이론적 체제로 갔다. 그러니까 민주화는 사회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었고, 그게 남한과 북한의 차이다. 요즘에 (보수세력이) 입만 열면 얘기하는 게 ‘대한민국 정통성’인데 그런 과정 속에서 대한민국 정통성이 살아나는 거다. 현재 남한과 북한이 UN에 가입한 상황이다. 미우나 고우나 빨리 평화적인 관계를 이룩해서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은 세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50, 60년 전처럼 남북대결 논리로 교육시키면 어떤 희망이 있겠나."
-한국의 보수가 북한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건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도 논란이 있었다.
"북이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는 것과 북을 협상파트너로 봐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실적인 문제다. 한국의 보수는 ‘UN이 인정한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에서 ‘유일한’에 방점을 두는데, 지금이 50, 60년대라면 이해한다. 남과 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대립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21세기에 와서 이렇게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 표현은 ‘당시 대한민국이 선거가 이루어진 지역에서의 합법정부’라는 것이고 사실 ‘한반도 내에서 선거에 빠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거다. 그러면 보수를 자처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얘기하는 분들은 ‘빠져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온당한 것 아니냐. 지금 ‘유일한 합법정부’를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사회 보수의 문제라는 건가.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사회의 기반이 됐다. 보수를 자임하는 분들은 변화된 사회를 알고 얘기해야 한다. 지금 (이들의) 말, 인식으로 보면 그 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다. 친일문제도 그런 점에서 나온 발상이다. 해방 후 한국사회가 친일문제 청산이 안됐는데 그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해방 60, 70년 지난 지금, 친일과 무관하지 않은 언론, 학교, 정치인들이 조상들의 친일 사실을 인정하고 털어내는 것이 조상들의 짐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이걸 ‘어쩔 수 없었다’고 피하거나, ‘아니다’고 부정하면 쳇바퀴 도는 거다.
친일문제가 나온다고 해서 법적으로 형사, 민사문제를 거론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후손, 관계자의 생각의 폭이 좁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게 아마 한국사회 보수가 갖는 취약점이라고 생각한다. 518민주화운동도 삭제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국군을 동원해 민간인을 대규모로 살상한 것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건가.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뭘 가지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 전망을 얘기할 것인가. 지난한 세월 동안 있었던 민주화과정을 빼버린 채 독재와 친일 문제를 너그럽게 넘어가려고 한다면,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젊은 사람에게 나라를 지키자고 할 건가. 보수의 근간은 국가와 민족이다. 한국의 보수는 유독 국가와 민족이 약하다."
-역사교과서 논쟁의 핵심에 대해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의 보수사회라고 한다면 자기가 생각하는 보수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체성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50, 60년 전에 ‘북한 때리기’ 하던 그 방식 그대로 세월과 상황이 바뀐 시대에도 하려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된다. 최근의 상황은 보수사회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명박 정부, 뉴라이트 이런 분들이 변화된 한국사회의 보수의 정체성을 채우기는 힘들 것 같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아주 심한 경우 미화하거나 식민사관으로 바라보는, 그런 역사관 속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보수를 얘기할 수 있겠나. 보수가 크게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부산물인 것 같다. 그런 분들이 권력을 가지고서 마치 휘두르다시피 하니까 힘들고 피곤해진다."
먼저 절차의 문제가 제기됐다. 교과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 공동연구진’, 교과부 장관 자문기구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역추위), 역사학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다. 9월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 역추위 위원 9명이 사퇴했고, 지난달에는 연구진 위원장직과 역추위원직을 맡고 있는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국사학과)는 ‘비민주성’을 거론하며 사퇴했다.
내용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겁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헌법의 ‘자유민주적 근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석한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정권에 대한 서술에서 ‘독재’가 빠지고 ‘독재화’란 낯선 개념이 등장했다. ‘친일파 청산’과 ‘5·18 민주화운동’ 또한 삭제됐다.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정태헌 교수(한국사학과)를 만나 역사교과서 논란의 핵심을 들어봤다.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그동안 각종 언론과 학회에서 주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태헌 교수는 교과부가 보수세력의 ‘정치논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민주주의’와 ‘남북 평화’를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한국 사회의 보수의 ‘이념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정태헌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 ||
-역사교과서 논란은 꽤 오래됐다.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2008년 3월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도서출판 기파랑)’를 발간했다. 당시 ‘현재 교과서에 좌파이데올로기가 주입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집필기준 변경은 사실상 보수진영 학자, 학회들의 주장이 관철됐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어떤 점이 좌파 이데올로기일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유독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역사 교과서 문제가 유난히 불거지고, 근자 들어 수준 낮은 색깔론이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 아니면 평양시장 뽑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갑갑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새로운 집필기준을 발표했다. ‘특정 학회의 의견만 들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 그것을 구실로 해서 장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절차 문제가 기본적으로 걸린다. 이것 때문에 역추위 위원장이 사퇴까지 하게 됐다."
- 보수 대 진보 간 역사관 차이라는 건가.
"아니다. 지금 나는 철저히 보수의 시각에서 말하겠다.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의 정체성과 그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독 ‘친일’, ‘독재’ 개념이나 문제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인다. 생각만큼 북한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한 것 같다. 한국은 기나긴 독재정권의 상황에서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경제발전의 내용도 깊어졌다. 북한과 차별성이 있다면 바로 그 지점이다. 그걸 부각시켜야지 북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이 문제를 자꾸 떼어 놓는다. 독재가 아닌 ‘독재화’라는 낯선 개념을 가지고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설명한다. (우리가 이들 정권을) 처음부터 독재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어느 시점부터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독재’라고 한다. 이분들 논리를 북한에 대입하면 북은 독재가 아니라 독재화라고 해야 하나."
-내용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새로운 집필기준이 강조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제헌헌법부터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는 거론되지는 않는다. 중간에 개헌이 되고 나서 ‘자유민주적 근본질서’라는 말이 등장한다. 영어식으로 보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근본 질서’다. 이는 결코 사전적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이에 대한 강조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항하는 개념이다. 현 정부와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이 북한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자유와 평등 두 바퀴 위에서 형성된다. 정치학자들 대부분이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내용에 미달한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만 하더라도 ‘시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국가, 사회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야 운영되는 거다. 돌아가서 민주주의라는 보편개념을 가지고 설명을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역사적이라고 생각한다."
©노컷뉴스 | ||
-‘민주주의’가 역사적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48년 남쪽과 북쪽이 따로 떨어지고 제헌헌법이 만들어질 때를 돌이켜보자. 경제조항만 놓고 보면 남한과 북한 헌법이 큰 차이가 없다. 무엇을 의미하느냐. 남한과 북한의 지도부가 ‘식민지 경제’라는 동일한 유산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재건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념문제가 안 드러난다. 북한 헌법이 '공산주의' 거론 안 하는 것처럼 남한 헌법 또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강조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이념문제가 두드러지는 계기는 전쟁이었다. 결코 헌법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보자.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대해 가급적 독재로 보고 싶지 않아 한다 해도 이들 정권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적이다’라고 규정하기 힘들 거다. 이승만, 박정희 정부는 그 단계에 필요한 정책과 역할도 했지만 독재라는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상반되는 과정을 밟았다. 그런 독재 정권을 바꾸고 민주화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북한과의 차별성이다. 사실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도 민주화 여부에서 드러난다. 대체로 70년대 중반부터 남북한 경제 격차가 역전되기 시작하는데, 남한은 유신체제로 갔다고 하더라도 이면에는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역량이 넓어져 가는 과정이 있었다.
북한은 거꾸로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이론적 체제로 갔다. 그러니까 민주화는 사회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었고, 그게 남한과 북한의 차이다. 요즘에 (보수세력이) 입만 열면 얘기하는 게 ‘대한민국 정통성’인데 그런 과정 속에서 대한민국 정통성이 살아나는 거다. 현재 남한과 북한이 UN에 가입한 상황이다. 미우나 고우나 빨리 평화적인 관계를 이룩해서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은 세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50, 60년 전처럼 남북대결 논리로 교육시키면 어떤 희망이 있겠나."
-한국의 보수가 북한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건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도 논란이 있었다.
"북이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는 것과 북을 협상파트너로 봐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실적인 문제다. 한국의 보수는 ‘UN이 인정한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에서 ‘유일한’에 방점을 두는데, 지금이 50, 60년대라면 이해한다. 남과 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대립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21세기에 와서 이렇게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 표현은 ‘당시 대한민국이 선거가 이루어진 지역에서의 합법정부’라는 것이고 사실 ‘한반도 내에서 선거에 빠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거다. 그러면 보수를 자처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얘기하는 분들은 ‘빠져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온당한 것 아니냐. 지금 ‘유일한 합법정부’를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사회 보수의 문제라는 건가.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사회의 기반이 됐다. 보수를 자임하는 분들은 변화된 사회를 알고 얘기해야 한다. 지금 (이들의) 말, 인식으로 보면 그 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다. 친일문제도 그런 점에서 나온 발상이다. 해방 후 한국사회가 친일문제 청산이 안됐는데 그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해방 60, 70년 지난 지금, 친일과 무관하지 않은 언론, 학교, 정치인들이 조상들의 친일 사실을 인정하고 털어내는 것이 조상들의 짐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이걸 ‘어쩔 수 없었다’고 피하거나, ‘아니다’고 부정하면 쳇바퀴 도는 거다.
친일문제가 나온다고 해서 법적으로 형사, 민사문제를 거론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후손, 관계자의 생각의 폭이 좁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게 아마 한국사회 보수가 갖는 취약점이라고 생각한다. 518민주화운동도 삭제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국군을 동원해 민간인을 대규모로 살상한 것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건가.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뭘 가지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 전망을 얘기할 것인가. 지난한 세월 동안 있었던 민주화과정을 빼버린 채 독재와 친일 문제를 너그럽게 넘어가려고 한다면,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젊은 사람에게 나라를 지키자고 할 건가. 보수의 근간은 국가와 민족이다. 한국의 보수는 유독 국가와 민족이 약하다."
-역사교과서 논쟁의 핵심에 대해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의 보수사회라고 한다면 자기가 생각하는 보수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체성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50, 60년 전에 ‘북한 때리기’ 하던 그 방식 그대로 세월과 상황이 바뀐 시대에도 하려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된다. 최근의 상황은 보수사회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명박 정부, 뉴라이트 이런 분들이 변화된 한국사회의 보수의 정체성을 채우기는 힘들 것 같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아주 심한 경우 미화하거나 식민사관으로 바라보는, 그런 역사관 속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보수를 얘기할 수 있겠나. 보수가 크게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부산물인 것 같다. 그런 분들이 권력을 가지고서 마치 휘두르다시피 하니까 힘들고 피곤해진다."
청와대 거수기’ 한나라당, 불통정부 소모품 자처
‘청와대 거수기’ 한나라당, 불통정부 소모품 자처 보수언론 ‘한미 FTA’ 강행처리 협공… 여당 쇄신동력 스스로 상실
한나라당이 흔들린다.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도 불안하다. ‘박근혜 대세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유효기간이 끝이 났다. “이대로는 공멸이다”라는 공감대가 여권을 휘감고 있다. 당 대표부터 소장파 의원까지 ‘쇄신’ 돌림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메아리가 없다. 여론은 시큰둥하다. 변화의 의지도 진정성도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거수기’를 자처한 한나라당은 쇄신 동력을 스스로 상실한 채 ‘먹구름’ 가득한 2012 선거 정국 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편집자 주
“지난 주말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그런 쇄신안은 어림도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한나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 폐지 등이 담긴 ‘쇄신안’을 준비했지만, 언론에 내용이 보도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4년 한나라당 ‘천막당사’ 해법을 연상시키는 식상한 쇄신방안이라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6일 최고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준비했지만, 당사자들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 행사는 취소됐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아무런 사전설명이나 논의 과정도 없이 쇄신 아이디어라고 언론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당의 이러한 논의과정, 논의구조, 이러한 일방적인 당 운영, 이것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겠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홍 대표는 사퇴 압력에 직면한 뒤 쇄신안 발표로 위기를 넘어가려 했지만, 당 안팎의 싸늘한 시선이 부담이다. 20∼40대에게 버림받은 민심의 현주소,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태근 김성식 구상찬 의원은 남경필 원희룡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5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쇄신 연판장’을 전달했다.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며 747 공약 폐기, 검찰 개혁 등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겉으로 보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쇄신 논의가 분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내용도 식상한데다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FTA 문제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수용해 달라진 한나라당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게 집권 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다. 문제는 한미 FTA가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당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은 지난해 12월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 국회 날치기 처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한미 FTA 강행처리의 핵심 당사자로 떠오르고 있다. 남경필 위원장은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쇄신 연판장에 서명한 당사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 FTA 강행처리를 시사하면서 ‘청와대 거수기’ 논란을 촉발시켰다. 청와대 거수기를 자처하면서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한나라당 의원 168명에 보낸 ‘한미 FTA 강행처리’ 촉구 서한은 ‘청와대 거수기’ 논란을 증폭시켰다. “우리끼리를 외치며 철저하게 문을 걸어 닫은 김일성의 선택과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오대양 육대주로 젊은이들을 내보내고 세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문을 활짝 연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분단 반세기를 갓 넘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결정적 요인이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한미 FTA 강행처리 반대세력에 대해 ‘색깔론’까지 언급하면서 반미주의자로 몰아가기도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돌격 앞으로’를 외친다고 집권 여당 의원들이 실행에 옮긴다면 여당이 청와대 ‘행동대’ 역할을 자처하는 꼴이다. 민심은 ‘소통’을 요구하는데 집권여당이 이와 역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MBC 경제부장을 지낸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정무수석은 국회-청와대, 야당-청와대의 관계를 조율하는 자리지 정견 발표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보수언론의 극우 칼럼을 읽는 것 같은 정무수석의 편지는 청와대가 국민을 위한 청와대가 아니라 극우 보수를 위한 청와대임을 자처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쇄신을 외치면서 청와대 거수기 행동을 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보수언론의 압박 때문이다. 한미 FTA 강행처리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강행하는 게 쇄신의 출발이라는 황당 논리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11월 8일자 <한나라, 한·미 FTA 처리를 당 쇄신의 출발선으로>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 쇄신은 ‘지금’ ‘이곳’에서 시작돼야 하고 ‘지금’ ‘이곳’은 한·미 FTA 비준안을 책임 있게 처리하는 집권당다운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동아일보도 11월 7일자 사설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국회 의석을 갖고도 소수 야당에 휘둘리기만 하면서 ‘물리적 충돌 회피’를 금과옥조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 쇄신파의 ‘입으로 하는 쇄신’ 병증부터 치료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서로 쇄신의 대상으로 떠밀던 한나라당이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할 때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까. 한미 FTA ‘날치기 처리’는 1996년 ‘노동법 파동’ 못지않은 국민저항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나라당은 다음 해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이후 자신들이 거의 모든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잘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야당 반대 속에 한미 FTA 날치기 처리를 시도한다는 것은) 결국 한나라당이 한미 FTA 강행처리와 총선 대선 참패를 맞바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경고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353
(미디어오늘 / 류정민 / 2011-11-12)
한나라당이 흔들린다.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도 불안하다. ‘박근혜 대세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유효기간이 끝이 났다. “이대로는 공멸이다”라는 공감대가 여권을 휘감고 있다. 당 대표부터 소장파 의원까지 ‘쇄신’ 돌림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메아리가 없다. 여론은 시큰둥하다. 변화의 의지도 진정성도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거수기’를 자처한 한나라당은 쇄신 동력을 스스로 상실한 채 ‘먹구름’ 가득한 2012 선거 정국 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편집자 주
“지난 주말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그런 쇄신안은 어림도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한나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 폐지 등이 담긴 ‘쇄신안’을 준비했지만, 언론에 내용이 보도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4년 한나라당 ‘천막당사’ 해법을 연상시키는 식상한 쇄신방안이라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6일 최고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준비했지만, 당사자들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 행사는 취소됐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아무런 사전설명이나 논의 과정도 없이 쇄신 아이디어라고 언론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당의 이러한 논의과정, 논의구조, 이러한 일방적인 당 운영, 이것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겠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홍 대표는 사퇴 압력에 직면한 뒤 쇄신안 발표로 위기를 넘어가려 했지만, 당 안팎의 싸늘한 시선이 부담이다. 20∼40대에게 버림받은 민심의 현주소,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긴급국민행동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이치열 |
정태근 김성식 구상찬 의원은 남경필 원희룡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5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쇄신 연판장’을 전달했다.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며 747 공약 폐기, 검찰 개혁 등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겉으로 보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쇄신 논의가 분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내용도 식상한데다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FTA 문제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수용해 달라진 한나라당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게 집권 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다. 문제는 한미 FTA가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당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은 지난해 12월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 국회 날치기 처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한미 FTA 강행처리의 핵심 당사자로 떠오르고 있다. 남경필 위원장은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쇄신 연판장에 서명한 당사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 FTA 강행처리를 시사하면서 ‘청와대 거수기’ 논란을 촉발시켰다. 청와대 거수기를 자처하면서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한나라당 의원 168명에 보낸 ‘한미 FTA 강행처리’ 촉구 서한은 ‘청와대 거수기’ 논란을 증폭시켰다. “우리끼리를 외치며 철저하게 문을 걸어 닫은 김일성의 선택과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오대양 육대주로 젊은이들을 내보내고 세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문을 활짝 연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분단 반세기를 갓 넘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결정적 요인이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한미 FTA 강행처리 반대세력에 대해 ‘색깔론’까지 언급하면서 반미주의자로 몰아가기도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돌격 앞으로’를 외친다고 집권 여당 의원들이 실행에 옮긴다면 여당이 청와대 ‘행동대’ 역할을 자처하는 꼴이다. 민심은 ‘소통’을 요구하는데 집권여당이 이와 역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MBC 경제부장을 지낸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정무수석은 국회-청와대, 야당-청와대의 관계를 조율하는 자리지 정견 발표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보수언론의 극우 칼럼을 읽는 것 같은 정무수석의 편지는 청와대가 국민을 위한 청와대가 아니라 극우 보수를 위한 청와대임을 자처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쇄신을 외치면서 청와대 거수기 행동을 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보수언론의 압박 때문이다. 한미 FTA 강행처리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강행하는 게 쇄신의 출발이라는 황당 논리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11월 8일자 <한나라, 한·미 FTA 처리를 당 쇄신의 출발선으로>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 쇄신은 ‘지금’ ‘이곳’에서 시작돼야 하고 ‘지금’ ‘이곳’은 한·미 FTA 비준안을 책임 있게 처리하는 집권당다운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동아일보도 11월 7일자 사설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국회 의석을 갖고도 소수 야당에 휘둘리기만 하면서 ‘물리적 충돌 회피’를 금과옥조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 쇄신파의 ‘입으로 하는 쇄신’ 병증부터 치료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서로 쇄신의 대상으로 떠밀던 한나라당이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할 때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까. 한미 FTA ‘날치기 처리’는 1996년 ‘노동법 파동’ 못지않은 국민저항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나라당은 다음 해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이후 자신들이 거의 모든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잘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야당 반대 속에 한미 FTA 날치기 처리를 시도한다는 것은) 결국 한나라당이 한미 FTA 강행처리와 총선 대선 참패를 맞바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경고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353
달러 폭탄, 중국 아닌 미국에서 폭발한다!
달러의 야누스적인 속성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파워의 쇠락에 주목하면서 달러의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강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달러의 국제 기축 통화 지위를 활용해 부당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지배력의 약화와 세계 경제의 다극화는 "달러의 특이한 지배력과 불편한 긴장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달러의 위기, 혹은 세계 헤게모니로서 미국의 몰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따금 달러화 표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혈안인 모습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의 모습이 단적인 예다. 당시 위기의 진원은 미국이었지만, 정작 그 여파로 달러화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세계 도처에서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열되었다. 그 결과 달러는 초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 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솟았던 것도 그 때였다. 지금도 사정은 유사하다. 유럽 재정 위기가 달러화 유동성의 경색 우려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또 다시 극심한 몸살을 앓은 것이다.
마치 야누스와 같은 달러의 두 얼굴이다. 국제 경제학계의 대가 배리 아이켄그린(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이 <달러 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김태훈 옮김, 북하이브 펴냄)에서 조망하고 있는 달러의 미래 역시 바로 이 점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달러의 몰락에 대한 예측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달러를 둘러싼 통념들은 대부분 틀렸다"고 역설한다.
아이켄그린이 먼저 환기시키는 '환율의 경제학'의 제1원리는 "환율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두 통화의 교환 비율을 의미하는 환율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제 아무리 특정한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려고 해도 그 짝이 되는 다른 통화의 가치가 오르지 않는 이상, 환율이 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달러가 제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달러 이외 다른 통화 역시 문제가 많"은 이상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다른 통화의 문제가 더 크다면 달러의 가치가 오를 수도 있다.
세계 금융 위기, 또 최근의 유럽 재정 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달러의 강세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른바 '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사실상의 기축 통화인 달러의 원활한 유통이 관건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달러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고, 그 결과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달리 의존할 수 있는 대안 통화가 없다는 점도 달러 강세에 일조했다. 이에 아이켄그린은 지난 1970년대 달러의 위기가 언급되기 시작한 이후 "달러는 부전승으로 국제 통화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 왔다"고 꼬집는다.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의 내재적 긴장
그렇지만 달러의 자체 하중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세계 금융 위기의 주범으로서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의 불안정성과 불공정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자금흐름 교란의 원천으로 지목되는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도 이 때문이다.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 군림하는 이상, 나머지 주변국의 위기 예방을 위해서는 준비 자산으로서 달러 비축이 절실했던 탓이다. 또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미국 신용 등급 강등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재정 부실 역시 심각한 문제다. 금과 같은 상품 통화와 달리 법화(fiat money) 체제에서는 정부의 공신력이 관건인데, 재정 부실로 인해 이런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계 금융 위기, 또 최근 미국의 재정 불안 역시 모두 역설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귀착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 자체의 내재적인 긴장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달러의 위기가 목전에 다가섰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켄그린은 19세기 후반 국제 통화 체제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의 이러한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여기서 그는 통화의 세계 지배력이 결국 해당국 경제와 재정의 기초 체력에 의존한다는 데 주목한다. 따라서 달러의 위기는 미국의 기초 체력이 그만큼 약화된 탓이며, 달러의 운명 역시 "미국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금융 위기로 이어진 심각한 정책적 실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여부"에 의존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제 통화 체제의 향방과 관련해 세계 경제의 다극화에 부응하는 통화 체제의 다극화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달러화 일극 지배 체제는 역사적으로 볼 때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오히려 복수 통화 체제가 일반적이다. 여기서 아이켄그린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유로와 위안이다. 사실 유로야말로 달러화 일극 국제 통화 체제에서 비롯된 제약이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보완 수단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유럽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유로가 와해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역내 통합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감안할 때 유로의 붕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위안도 당장에는 자본 통제 등의 영향으로 국제적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감안할 때 국제 통화로의 성장도 마냥 미래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국은 점진적으로나마 위안의 결제 통화 역할을 확대시켜 가고 있고, 상하이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센터 육성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이켄그린은 20세기 초 미국의 달러가 국제 통화로 올라서던 경험을 환기시킨다. "달러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2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배적인 통화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달러, 유로, 위안 등 "세 개의 국제 통화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곧 더 많은 국제 통화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뜻도 된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그는 인구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인도의 루피와 브라질의 헤알 역시 국제 통화의 잠재 후보국에 올린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앞으로 국제 통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이켄그린은 이 경쟁이 "죽음의 경주"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제 통화의 자리가 하나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달러의 몰락 혹은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리를 둔다.
항간에서 거론되는 달러의 붕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다. 하지만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나 달러 위주의 막대한 외환 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달러 붕괴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이해관계도 크다. 두 번째는 시장 심리가 돌변하면서 외국인들이 달러 자산을 투매하는 경우다. 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켄그린은 "달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제 금융 체제를 안정시키는 일에 모든 나라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평가한다.
대신에 그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재정 부실이다. 물론 여기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 즉, 돈을 풀어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식으로 재정을 떠받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경험을 보면, 중앙은행의 지원만으로는 위기를 억제하는데 역부족이다. 결국 강력한 재정 안정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의 지원이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로 변질되면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귀착될 소지가 크다.
불확실성의 새로운 원천으로서 달러 위기
이런 맥락에서 아이켄그린은 미국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해법으로 내세운다. 외환 위기 당시 우리도 익히 체험한 바 있고, 최근 유럽 위기 과정에서도 되풀이되는 논리다. 물론 이로 인한 "생활수준의 정체"라는 대가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그는 미국의 "정책 실수" 가능성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정치적 논리로 인해 내핍의 불가피성이 용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달러의 운명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 문제야말로 가장 치명적 쟁점 아닐까? 아이켄그린은 미국이 실수하지 않는다면 달러의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미국의 실수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한 경쟁력 있는 옵션이 부재한 상황이다. 오바마는 녹색 뉴딜을 미국 경제의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지만, 수익을 좇는 투기성 자본의 새로운 소재(바이오 테크 등)로서만 관심을 끌 뿐 지속적인 번영을 담보할 원천으로서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한편,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주목되는 분배의 재조정 역시 정작 세계 헤게모니에 집착하는 미국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지금은 내부적으로 모순이 응축되고 있는 달러의 위기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또 유럽 위기를 비롯하여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등으로 인해 사실상 복수 통화 체제의 구도 자체가 이미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제 통화 체제 자체의 재건이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위기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던 달러 일극 체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호혜평등의 원칙을 살린 균형적인 체제로 국제 통화 체제가 재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실질적인 의미에서 국제 통화 체제 재건의 축이 되었던 '마셜 플랜(유럽 부흥 계획)'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달러 중심의 현행 체제가 만들어졌지만, 이번에는 다른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도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유럽 위기가 출발점이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오리무중에 빠진 유럽의 재건을 위해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마셜 플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제는 글로벌 유동성의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미국보다 중국 등 신흥 경제 대국이 부각되고 있다. 그간 달러 리사이클링으로 국제 자본 흐름의 불안정성을 유발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위기의 세계 경제를 구원할 주체로서 신흥국의 외환 보유액이 관심을 끄는 것이다. 아마도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선진국과 신흥국, 서양과 동양 간의 적절한 권력 균형에 입각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governance : 지배 구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이 어려운 법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와중에 세계 주요 7개국(G7)을 대신하여 세계 주요 20개국(G20)이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의 불협화음이 큰 가운데 효과적인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달러의 위기, 그리고 유럽 위기가 자칫 각국의 경쟁적 평가 절하, 즉 국제적인 환율 전쟁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세계 금융 위기의 새로운 전개로서 국제 환율 위기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국제 외환 시장이 글로벌 불확실성의 새로운 경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켄그린의 이번 역작은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향방과 관련해 일종의 '누락 고리(missing link)'로 자리매김 되는 달러의 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파워의 쇠락에 주목하면서 달러의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강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달러의 국제 기축 통화 지위를 활용해 부당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지배력의 약화와 세계 경제의 다극화는 "달러의 특이한 지배력과 불편한 긴장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달러의 위기, 혹은 세계 헤게모니로서 미국의 몰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따금 달러화 표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혈안인 모습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의 모습이 단적인 예다. 당시 위기의 진원은 미국이었지만, 정작 그 여파로 달러화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세계 도처에서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열되었다. 그 결과 달러는 초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 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솟았던 것도 그 때였다. 지금도 사정은 유사하다. 유럽 재정 위기가 달러화 유동성의 경색 우려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또 다시 극심한 몸살을 앓은 것이다.
마치 야누스와 같은 달러의 두 얼굴이다. 국제 경제학계의 대가 배리 아이켄그린(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이 <달러 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김태훈 옮김, 북하이브 펴냄)에서 조망하고 있는 달러의 미래 역시 바로 이 점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달러의 몰락에 대한 예측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달러를 둘러싼 통념들은 대부분 틀렸다"고 역설한다.
아이켄그린이 먼저 환기시키는 '환율의 경제학'의 제1원리는 "환율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두 통화의 교환 비율을 의미하는 환율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제 아무리 특정한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려고 해도 그 짝이 되는 다른 통화의 가치가 오르지 않는 이상, 환율이 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달러가 제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달러 이외 다른 통화 역시 문제가 많"은 이상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다른 통화의 문제가 더 크다면 달러의 가치가 오를 수도 있다.
세계 금융 위기, 또 최근의 유럽 재정 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달러의 강세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른바 '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사실상의 기축 통화인 달러의 원활한 유통이 관건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달러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고, 그 결과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달리 의존할 수 있는 대안 통화가 없다는 점도 달러 강세에 일조했다. 이에 아이켄그린은 지난 1970년대 달러의 위기가 언급되기 시작한 이후 "달러는 부전승으로 국제 통화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 왔다"고 꼬집는다.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의 내재적 긴장
▲ <달러 제국의 몰락>(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북하이브 펴냄). ⓒ북하이브 |
실제로 국제 자금흐름 교란의 원천으로 지목되는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도 이 때문이다.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 군림하는 이상, 나머지 주변국의 위기 예방을 위해서는 준비 자산으로서 달러 비축이 절실했던 탓이다. 또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미국 신용 등급 강등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재정 부실 역시 심각한 문제다. 금과 같은 상품 통화와 달리 법화(fiat money) 체제에서는 정부의 공신력이 관건인데, 재정 부실로 인해 이런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계 금융 위기, 또 최근 미국의 재정 불안 역시 모두 역설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귀착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 자체의 내재적인 긴장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달러의 위기가 목전에 다가섰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켄그린은 19세기 후반 국제 통화 체제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체제의 이러한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여기서 그는 통화의 세계 지배력이 결국 해당국 경제와 재정의 기초 체력에 의존한다는 데 주목한다. 따라서 달러의 위기는 미국의 기초 체력이 그만큼 약화된 탓이며, 달러의 운명 역시 "미국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금융 위기로 이어진 심각한 정책적 실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여부"에 의존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제 통화 체제의 향방과 관련해 세계 경제의 다극화에 부응하는 통화 체제의 다극화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달러화 일극 지배 체제는 역사적으로 볼 때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오히려 복수 통화 체제가 일반적이다. 여기서 아이켄그린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유로와 위안이다. 사실 유로야말로 달러화 일극 국제 통화 체제에서 비롯된 제약이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보완 수단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유럽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유로가 와해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역내 통합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감안할 때 유로의 붕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위안도 당장에는 자본 통제 등의 영향으로 국제적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감안할 때 국제 통화로의 성장도 마냥 미래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국은 점진적으로나마 위안의 결제 통화 역할을 확대시켜 가고 있고, 상하이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센터 육성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이켄그린은 20세기 초 미국의 달러가 국제 통화로 올라서던 경험을 환기시킨다. "달러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2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배적인 통화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달러, 유로, 위안 등 "세 개의 국제 통화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곧 더 많은 국제 통화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뜻도 된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그는 인구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인도의 루피와 브라질의 헤알 역시 국제 통화의 잠재 후보국에 올린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앞으로 국제 통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이켄그린은 이 경쟁이 "죽음의 경주"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제 통화의 자리가 하나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달러의 몰락 혹은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리를 둔다.
항간에서 거론되는 달러의 붕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다. 하지만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나 달러 위주의 막대한 외환 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달러 붕괴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이해관계도 크다. 두 번째는 시장 심리가 돌변하면서 외국인들이 달러 자산을 투매하는 경우다. 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켄그린은 "달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제 금융 체제를 안정시키는 일에 모든 나라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평가한다.
대신에 그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재정 부실이다. 물론 여기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 즉, 돈을 풀어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식으로 재정을 떠받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경험을 보면, 중앙은행의 지원만으로는 위기를 억제하는데 역부족이다. 결국 강력한 재정 안정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의 지원이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로 변질되면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귀착될 소지가 크다.
불확실성의 새로운 원천으로서 달러 위기
이런 맥락에서 아이켄그린은 미국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해법으로 내세운다. 외환 위기 당시 우리도 익히 체험한 바 있고, 최근 유럽 위기 과정에서도 되풀이되는 논리다. 물론 이로 인한 "생활수준의 정체"라는 대가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그는 미국의 "정책 실수" 가능성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정치적 논리로 인해 내핍의 불가피성이 용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달러의 운명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 문제야말로 가장 치명적 쟁점 아닐까? 아이켄그린은 미국이 실수하지 않는다면 달러의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미국의 실수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한 경쟁력 있는 옵션이 부재한 상황이다. 오바마는 녹색 뉴딜을 미국 경제의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지만, 수익을 좇는 투기성 자본의 새로운 소재(바이오 테크 등)로서만 관심을 끌 뿐 지속적인 번영을 담보할 원천으로서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한편,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주목되는 분배의 재조정 역시 정작 세계 헤게모니에 집착하는 미국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지금은 내부적으로 모순이 응축되고 있는 달러의 위기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또 유럽 위기를 비롯하여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등으로 인해 사실상 복수 통화 체제의 구도 자체가 이미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제 통화 체제 자체의 재건이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위기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던 달러 일극 체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호혜평등의 원칙을 살린 균형적인 체제로 국제 통화 체제가 재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실질적인 의미에서 국제 통화 체제 재건의 축이 되었던 '마셜 플랜(유럽 부흥 계획)'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달러 중심의 현행 체제가 만들어졌지만, 이번에는 다른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도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유럽 위기가 출발점이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오리무중에 빠진 유럽의 재건을 위해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마셜 플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제는 글로벌 유동성의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미국보다 중국 등 신흥 경제 대국이 부각되고 있다. 그간 달러 리사이클링으로 국제 자본 흐름의 불안정성을 유발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위기의 세계 경제를 구원할 주체로서 신흥국의 외환 보유액이 관심을 끄는 것이다. 아마도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선진국과 신흥국, 서양과 동양 간의 적절한 권력 균형에 입각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governance : 지배 구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이 어려운 법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와중에 세계 주요 7개국(G7)을 대신하여 세계 주요 20개국(G20)이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의 불협화음이 큰 가운데 효과적인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달러의 위기, 그리고 유럽 위기가 자칫 각국의 경쟁적 평가 절하, 즉 국제적인 환율 전쟁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세계 금융 위기의 새로운 전개로서 국제 환율 위기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국제 외환 시장이 글로벌 불확실성의 새로운 경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켄그린의 이번 역작은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향방과 관련해 일종의 '누락 고리(missing link)'로 자리매김 되는 달러의 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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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김진숙 구속영장 청구. 이재오조차 질타
이틀만에 김진숙 구속영장 청구. 이재오조차 질타
인권위 "충분히 치료받은 뒤 조사하라"
2011-11-12 18:22:20
검찰이 309일 동안의 고공농성으로 몸 상태가 최악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지 이틀만에 구속영장을 청구,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부산지검 공안부(최태원 부장검사)는 12일 오후 동아대 병원에 입원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함께 크레인에서 동조농성을 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박성호, 박영제씨와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직부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 등의 구속여부는 13일 오후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동아대 병원은 연행 다음날인 11일 김 위원에 대해 갖가지 검사와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요추와 경추 MRI 검사 등을 실시한 뒤 "검사 결과는 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통원치료로 충분하다. 퇴원해도 좋다"는 진단을 내렸고, 이에 경찰이 연행하려 하자 김 위원측의 강력 항의로 병원에서 변호인 참관하에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이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09일 동안의 고공농성으로 죽밖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위장 등이 크게 상하고 디스크 증세가 악화됐으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김 지도위원에 대한 검찰의 성급한 구속영장 청구에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위원 요청으로 동아대 병원 진료기록을 토대로 건강상태를 검토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입원후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히며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도 경찰과 동아대 병원측에 "환자는 본인이 원하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고 경찰은 심신이 지친 환자가 충분히 치료받고 요양한 뒤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야당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 실세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조차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300일 동안 고공농성하고 내려온 김진숙씨가 도주와 증거인멸이 없다면 몸을 추스를 시간을 주고 구속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공안부(최태원 부장검사)는 12일 오후 동아대 병원에 입원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함께 크레인에서 동조농성을 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박성호, 박영제씨와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직부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 등의 구속여부는 13일 오후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동아대 병원은 연행 다음날인 11일 김 위원에 대해 갖가지 검사와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요추와 경추 MRI 검사 등을 실시한 뒤 "검사 결과는 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통원치료로 충분하다. 퇴원해도 좋다"는 진단을 내렸고, 이에 경찰이 연행하려 하자 김 위원측의 강력 항의로 병원에서 변호인 참관하에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이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09일 동안의 고공농성으로 죽밖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위장 등이 크게 상하고 디스크 증세가 악화됐으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김 지도위원에 대한 검찰의 성급한 구속영장 청구에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위원 요청으로 동아대 병원 진료기록을 토대로 건강상태를 검토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입원후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히며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도 경찰과 동아대 병원측에 "환자는 본인이 원하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고 경찰은 심신이 지친 환자가 충분히 치료받고 요양한 뒤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야당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 실세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조차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300일 동안 고공농성하고 내려온 김진숙씨가 도주와 증거인멸이 없다면 몸을 추스를 시간을 주고 구속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혜영 기자
김문수 "昌은 실력은 있었지만 박근혜는..."
김문수 "昌은 실력은 있었지만 박근혜는..."
"측근들,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 신비주의로 감싸", "박근혜 필패"
2011-11-13 08:21:41
김문수 경기지사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실력은 검증된 게 없는데 주변에서 신비주의로 감싸고 있고 이건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라고 원색비난하고 나서 반박 진영의 박근혜 때리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13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김문수 지사는 지난 10일 행한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이회창 후보 때도 그랬다. ‘창(昌) 외에 누가 있느냐’고 하다가 대선에서 두 번 졌다. 지금은 더 위험하다. 그때보다 더 도전자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회창 후보는 개인 인기는 적었지만 실력은 있었다. 지금 박 전 대표는 매우 인기가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박 전 대표의 '실력'에 강한 의문을 나타낸 뒤, "모든 사람이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이 자꾸 해석론에 의존한다. 미소의 의미가 뭐고, 옷을 뭘 입었고 머리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게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다 신비주의로 빠지는 양상이다. 민주 정치와 정상적 정치를 넘어섰다. 과거에 그런 것을 두 번이나 겪어 봤는데 나중에 시련을 겪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면 허무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필패를 단언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의 말씀을 들어보면 알 듯 말 듯 모르겠더라"며 거급 '실력'에 의문을 표시한 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인지 말씀 해석론에 매달린다. 한마디로 소통 부족이다. 좀 더 수평적이고 공공연한 국민과의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우리 당은 이회창 후보 때 이미 경고를 받았다. 그게 아주 옛날이나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해석론의 줄에 선 사람들은 폐쇄적 분위기와 신드롬에 빠져서 나 같은 사람이 말을 하면 황당한 사람의 얘기쯤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곤 ‘네 지지율이나 올리라’는 소리 밖에 안 한다. ‘너나 잘 해’라고 입을 막는다. 그런 일 내가 많이 겪었다"며 "박정희 대통령 생전에도 ‘너 뭐야. 네가 한 번 해봐’라고만 하다가, 그런 경직성 때문에 입을 다 막아서 굉장히 아픈 결과가 생기지 않았나. 박 대통령 본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우리나라는 진통이 굉장히 컸다”며 박정희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박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율이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지율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거에도 보면 고건·박찬종 같은 분들도 한때 지지도가 높다가 떨어졌고, 안철수 교수도 순식간에 확 올라갔지 않았나”라며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빗대 자신의 지지율 반등을 자신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영입'을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안 교수가 지금은 반(反)한나라당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 따지고 보면 안 교수는 나보다 훨씬 더 한나라당에 가까운 부모와 출신, 성장 과정, 직업, 언행을 갖고 있다"며 “그렇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어떻게 저기에 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영입이 안 되는 이유는 한나라당 내 기득권 때문이다. 과감하게 자기 자리를 내놓고 오라고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지금 박근혜당이다. 의원들 중 누가 자기 죽으려고 안 교수를 끌어 당기겠나. 그랬다가는 당내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니 가능성 자체를 열지도 않는다"며 엉뚱한 박근혜 전 대표 탓을 했다.
그는 자신의 쇄신론을 당 지도부가 일축한 데 대해서도 “당헌·당규대로 가자는 것인데 그러면 결국 패배한다. 나한테 ‘그런 말 하려면 너부터 지지도 높여 와라. 정몽준 전 대표와 둘이 합쳐도 지지도가 얼마나 되느냐’고 비판한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가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움직이지 않고, 그분의 뜻이 정확하게 뭐냐는 것을 놓고 주변에서 해석이나 하고 있다. 21세기의 코미디"라며 거듭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가 이래서 되겠나. 황당한 상황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최근에 치렀던 대선 중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내년 대선에서 필패하는 구도"라며 "안철수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안정감이 있고 실력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도 아니다. 의사고, 기반도 영남이고, 그분 지지자 중에선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아직도 태평성대다. 박세일이 당을 만들어 봐야 뭐가 되겠니, 김문수가 뭐가 되겠니, 정몽준이 되겠니 그런 얘기만 하고 있다”며 거듭 자신의 주장을 일축하는 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나는 도지사다. 그런데 당에 대해 왜 말을 하느냐 하면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면 나도 어렵고 당도 어렵고 국가도 어렵다. 지금 식이라면 젊은이들로부터 버림받아서 정권이 교체된다. 아니면 총선에 실패해서 나라 전체가 크게 불안해진다"며 "지금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도지사나 제대로 하라’고만 할 게 아니다. 내가 고교 3년 때 3선 개헌에 반대했는데 ‘학생이 공부나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소리를 평생 듣고 산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됐으면 말할 때다.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발언해야 할 때”라며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13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김문수 지사는 지난 10일 행한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이회창 후보 때도 그랬다. ‘창(昌) 외에 누가 있느냐’고 하다가 대선에서 두 번 졌다. 지금은 더 위험하다. 그때보다 더 도전자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회창 후보는 개인 인기는 적었지만 실력은 있었다. 지금 박 전 대표는 매우 인기가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박 전 대표의 '실력'에 강한 의문을 나타낸 뒤, "모든 사람이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이 자꾸 해석론에 의존한다. 미소의 의미가 뭐고, 옷을 뭘 입었고 머리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게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다 신비주의로 빠지는 양상이다. 민주 정치와 정상적 정치를 넘어섰다. 과거에 그런 것을 두 번이나 겪어 봤는데 나중에 시련을 겪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면 허무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필패를 단언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의 말씀을 들어보면 알 듯 말 듯 모르겠더라"며 거급 '실력'에 의문을 표시한 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인지 말씀 해석론에 매달린다. 한마디로 소통 부족이다. 좀 더 수평적이고 공공연한 국민과의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우리 당은 이회창 후보 때 이미 경고를 받았다. 그게 아주 옛날이나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해석론의 줄에 선 사람들은 폐쇄적 분위기와 신드롬에 빠져서 나 같은 사람이 말을 하면 황당한 사람의 얘기쯤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곤 ‘네 지지율이나 올리라’는 소리 밖에 안 한다. ‘너나 잘 해’라고 입을 막는다. 그런 일 내가 많이 겪었다"며 "박정희 대통령 생전에도 ‘너 뭐야. 네가 한 번 해봐’라고만 하다가, 그런 경직성 때문에 입을 다 막아서 굉장히 아픈 결과가 생기지 않았나. 박 대통령 본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우리나라는 진통이 굉장히 컸다”며 박정희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박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율이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지율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거에도 보면 고건·박찬종 같은 분들도 한때 지지도가 높다가 떨어졌고, 안철수 교수도 순식간에 확 올라갔지 않았나”라며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빗대 자신의 지지율 반등을 자신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영입'을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안 교수가 지금은 반(反)한나라당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 따지고 보면 안 교수는 나보다 훨씬 더 한나라당에 가까운 부모와 출신, 성장 과정, 직업, 언행을 갖고 있다"며 “그렇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어떻게 저기에 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영입이 안 되는 이유는 한나라당 내 기득권 때문이다. 과감하게 자기 자리를 내놓고 오라고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지금 박근혜당이다. 의원들 중 누가 자기 죽으려고 안 교수를 끌어 당기겠나. 그랬다가는 당내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니 가능성 자체를 열지도 않는다"며 엉뚱한 박근혜 전 대표 탓을 했다.
그는 자신의 쇄신론을 당 지도부가 일축한 데 대해서도 “당헌·당규대로 가자는 것인데 그러면 결국 패배한다. 나한테 ‘그런 말 하려면 너부터 지지도 높여 와라. 정몽준 전 대표와 둘이 합쳐도 지지도가 얼마나 되느냐’고 비판한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가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움직이지 않고, 그분의 뜻이 정확하게 뭐냐는 것을 놓고 주변에서 해석이나 하고 있다. 21세기의 코미디"라며 거듭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가 이래서 되겠나. 황당한 상황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최근에 치렀던 대선 중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내년 대선에서 필패하는 구도"라며 "안철수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안정감이 있고 실력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도 아니다. 의사고, 기반도 영남이고, 그분 지지자 중에선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아직도 태평성대다. 박세일이 당을 만들어 봐야 뭐가 되겠니, 김문수가 뭐가 되겠니, 정몽준이 되겠니 그런 얘기만 하고 있다”며 거듭 자신의 주장을 일축하는 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나는 도지사다. 그런데 당에 대해 왜 말을 하느냐 하면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면 나도 어렵고 당도 어렵고 국가도 어렵다. 지금 식이라면 젊은이들로부터 버림받아서 정권이 교체된다. 아니면 총선에 실패해서 나라 전체가 크게 불안해진다"며 "지금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도지사나 제대로 하라’고만 할 게 아니다. 내가 고교 3년 때 3선 개헌에 반대했는데 ‘학생이 공부나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소리를 평생 듣고 산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됐으면 말할 때다.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발언해야 할 때”라며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엄수아 기자
Friday, November 11, 2011
이정현 “박근혜, 柳와 비밀협상 없었단다”
유시민 "5년전 박근혜와 비밀협상" vs 박근혜 "사실무근"
유시민 "5년전 박근혜와 비밀협상" vs 박근혜 "사실무근"
유 "합리적 정책 판단능력 없어" vs 박 "사실 왜곡해 악용"
2011-11-11 15:43:52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06년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국민연금법을 놓고 '비밀 협상'을 했지만 막판에 박 전 대표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으나 박 전 대표측이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발단은 유 대표는 지난 8일 <나는꼼수다> 방송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국민연금 고갈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손봐야 한다고 했고, 나는 노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여야 영수회담 등을 포함한 백지위임장을 받았다"며 "국정원 라인을 가동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만나 제안을 했고, 박 전 대표 측 대리인이었던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두 달 동안 2~3일에 한 번씩 직접 만나 2달간 비밀협상을 했다"며2006년 4~6월 박 전 대표측과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 법안 등에 대해서까지 포괄적인 합의를 했지만 결국 결렬됐고 영수회담도 이뤄지지 못했다. 나중에 왜 결렬됐는지 알아봤더니 박 전 대표의 마지막 발언이 '왜 3천억원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우리의 안대로 안 해주느냐'는 것이었다"며 "그 때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협상대표로 나온 사람이 허위보고를 했다 하더라도 산수만 할 수 있다면 여야안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때 합리적인 정책 판단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원색비난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에 대해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2006년 4월~6월 사이에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비밀협상을 했고, 6월 중순에 거의 합의가 되었다 깨졌다고 하는데, 그 당시 박 대표가 테러 당해서 병원에 누워 있었던 사실을 미처 생각 못했나 보다"라며 유 대표 주장을 거짓으로 일축했다.
이 의원은 또 "박 대표한테 확인해보니, 전혀 영수회담 얘기도, 3천억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며 "유 전 장관이 거론한 정형근, 박재완 두 분도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사실을 왜곡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일은 이제 우리 정치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유 대표를 비난했다.
그러자 유 대표는 즉각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정현 의원님, 다시 확인해 보세요. 박근혜 대표와 직접 협상한 게 아니라 대리인 박재완 의원 등과 협상했다니까요"라며 "박근혜 대표가 그런 일 없다고 했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저 말고도 당시 상황 나는 사람이 여럿 있답니다"며 박 전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유 대표는 지난 8일 <나는꼼수다> 방송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국민연금 고갈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손봐야 한다고 했고, 나는 노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여야 영수회담 등을 포함한 백지위임장을 받았다"며 "국정원 라인을 가동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만나 제안을 했고, 박 전 대표 측 대리인이었던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두 달 동안 2~3일에 한 번씩 직접 만나 2달간 비밀협상을 했다"며2006년 4~6월 박 전 대표측과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 법안 등에 대해서까지 포괄적인 합의를 했지만 결국 결렬됐고 영수회담도 이뤄지지 못했다. 나중에 왜 결렬됐는지 알아봤더니 박 전 대표의 마지막 발언이 '왜 3천억원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우리의 안대로 안 해주느냐'는 것이었다"며 "그 때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협상대표로 나온 사람이 허위보고를 했다 하더라도 산수만 할 수 있다면 여야안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때 합리적인 정책 판단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원색비난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에 대해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2006년 4월~6월 사이에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비밀협상을 했고, 6월 중순에 거의 합의가 되었다 깨졌다고 하는데, 그 당시 박 대표가 테러 당해서 병원에 누워 있었던 사실을 미처 생각 못했나 보다"라며 유 대표 주장을 거짓으로 일축했다.
이 의원은 또 "박 대표한테 확인해보니, 전혀 영수회담 얘기도, 3천억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며 "유 전 장관이 거론한 정형근, 박재완 두 분도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사실을 왜곡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일은 이제 우리 정치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유 대표를 비난했다.
그러자 유 대표는 즉각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정현 의원님, 다시 확인해 보세요. 박근혜 대표와 직접 협상한 게 아니라 대리인 박재완 의원 등과 협상했다니까요"라며 "박근혜 대표가 그런 일 없다고 했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저 말고도 당시 상황 나는 사람이 여럿 있답니다"며 박 전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동현 기자
이정우-정태인, "盧가 한미FTA 추진한 이유는..."
이정우-정태인, "盧가 한미FTA 추진한 이유는..."
"보수언론이 반미라 공격하자", "미국식으로 모두 바꾸려 해"
2011-11-11 16:45:55
참여정부때 일관되게 한미FTA에 반대한 두사람이 있다. 참여정부 초기때 청와대에 재직했던 이정우 당시 정책실장과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그들이다.
뒤늦게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바꾼 참여정부 인사나 친노진영과는 달리 어쩌면 '원죄'가 없는 이들만이 한미FTA가 어떻게 추진됐으며 애당초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는가를 가장 객관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잇따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정우 "盧, 보수언론이 반미라고 공격하자 한미FTA 추진"
참여정부 초기에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11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한미FTA를 추진한 이유에 대해 “당시 불경기와 저성장이 오래 지속됐고, 보수언론이 노무현 정부를 반미라고 공격했기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등과 함께 반대했지만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장밋빛 환상이 지배했고 미국 경제 체질의 병폐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어 대통령을 설득할 만한 논리로 무장되지 못했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그러던 노 전 대통령도 퇴임한 후인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미국식 시장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도 상황의 변화를 인정했다. 2008년 11월 한나라당이 협정 비준안을 처리하려 하자, 대통령 자신이 운영하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협정 체결 뒤 금융위기가 발생해 비준보다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두 차례 올렸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정태인 "미국식으로 시스템 바꾸려 했다"
당시 국민비서관이었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10일자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를 그만둔 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부터 일관되게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한미FTA 반대 전도사'로 유명하다.
정 원장은 참여정부의 한미FTA 졸속 협상 비판에 대해 "급하게 한 건 사실이다. 원래 청와대의 목표가 2006년 말까지 다 끝내려고 했었던 거니까. 실제로 협상은 2005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년 2개월 만에 끝냈다. 다만 미국이 비준하지 않아서 여태까지 미뤄졌던 것"이라며 "번역 오류가 아직도 발견되고 그 오류들이 제대로 다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도 다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니까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 역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을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당시 목표에 대해선 "정부가 목표로 했던 것은 미국식으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이 제조업에서 빠르게 추격하니까 우리는 서비스 쪽을 발전시켜야 하고,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있으니까 그걸 한미 FTA로 한꺼번에 풀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구체적 상황에 대해 “당시에 2004년에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나랑 이정우 선생님도 보고서를 썼었다. 당시 양극화가 큰 문제였는데, 2005년 가을에 (양극화 정책과) 동시에 한미 FTA를 추진하는 걸로 청와대에서 결정이 됐다'며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대립적인 정책이다. 한 편으로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건데. 그걸 유일하게 연결시켜 주는 게 수출과 투자가 늘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서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그런데 그 전제가 틀렸다. 전체적으로 사회경제 구조는 양극화로 나가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복지나 다른 정책으로 그걸 막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두 개를 다 중요시 여겼으니까 단순히 두 개를 엮은 것에 불과했다"며 "재밌는 건, 당시에 청와대에 양극화 문제와 한미 FTA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었다. 각자 연구를 해서 대통령께 보고서를 올렸는데, 끊임없이 양 쪽에서 서로 상반되는 얘기가 올라오다가 결국에는 양극화가 2006년 여름을 넘어가면서 없어져 버린다. 그게 상징적이었다. 양극화와 한미 FTA 정책이 동시에 올라갔었는데 양극화를 없애버린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민주당이 ISD를 유일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렇지 않다. 한미 FTA는 미국식으로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다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발표한 것만 해도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에 관한 법률 23가지를 바꿔야 한다. ISD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게 하는 것은 ISD가 아니라 한미 FTA 그 자체다. 민주당 내에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고 싶은 몇몇 사람들이 ISD 폐기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ISD외에는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농민들의 반대가 있고, 통과시켜주고 싶은 민주당 쪽에서도 농업 쪽에서 돈이나 많이 뜯어내자, 이런 목적을 세웠기 때문에 대책이 좀 늘긴 늘었다"며 "그런데 계속 참여정부나 지금 이명박 정부나 똑같은데, 대책이라고 발표한 게 옛날에 국민의정부때 우루과이라운드나 기타 농업 개방 대책으로 만들어 놓은 11조원을 계속 포함시켜서 조금씩 추가하는 상태다. 한 번 농업 기반이 궤멸되면 다시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바꾼 참여정부 인사나 친노진영과는 달리 어쩌면 '원죄'가 없는 이들만이 한미FTA가 어떻게 추진됐으며 애당초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는가를 가장 객관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잇따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정우 "盧, 보수언론이 반미라고 공격하자 한미FTA 추진"
참여정부 초기에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11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한미FTA를 추진한 이유에 대해 “당시 불경기와 저성장이 오래 지속됐고, 보수언론이 노무현 정부를 반미라고 공격했기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등과 함께 반대했지만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장밋빛 환상이 지배했고 미국 경제 체질의 병폐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어 대통령을 설득할 만한 논리로 무장되지 못했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그러던 노 전 대통령도 퇴임한 후인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미국식 시장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도 상황의 변화를 인정했다. 2008년 11월 한나라당이 협정 비준안을 처리하려 하자, 대통령 자신이 운영하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협정 체결 뒤 금융위기가 발생해 비준보다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두 차례 올렸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정태인 "미국식으로 시스템 바꾸려 했다"
당시 국민비서관이었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10일자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를 그만둔 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부터 일관되게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한미FTA 반대 전도사'로 유명하다.
정 원장은 참여정부의 한미FTA 졸속 협상 비판에 대해 "급하게 한 건 사실이다. 원래 청와대의 목표가 2006년 말까지 다 끝내려고 했었던 거니까. 실제로 협상은 2005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년 2개월 만에 끝냈다. 다만 미국이 비준하지 않아서 여태까지 미뤄졌던 것"이라며 "번역 오류가 아직도 발견되고 그 오류들이 제대로 다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도 다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니까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 역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을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당시 목표에 대해선 "정부가 목표로 했던 것은 미국식으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이 제조업에서 빠르게 추격하니까 우리는 서비스 쪽을 발전시켜야 하고,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있으니까 그걸 한미 FTA로 한꺼번에 풀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구체적 상황에 대해 “당시에 2004년에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나랑 이정우 선생님도 보고서를 썼었다. 당시 양극화가 큰 문제였는데, 2005년 가을에 (양극화 정책과) 동시에 한미 FTA를 추진하는 걸로 청와대에서 결정이 됐다'며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대립적인 정책이다. 한 편으로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건데. 그걸 유일하게 연결시켜 주는 게 수출과 투자가 늘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서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그런데 그 전제가 틀렸다. 전체적으로 사회경제 구조는 양극화로 나가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복지나 다른 정책으로 그걸 막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두 개를 다 중요시 여겼으니까 단순히 두 개를 엮은 것에 불과했다"며 "재밌는 건, 당시에 청와대에 양극화 문제와 한미 FTA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었다. 각자 연구를 해서 대통령께 보고서를 올렸는데, 끊임없이 양 쪽에서 서로 상반되는 얘기가 올라오다가 결국에는 양극화가 2006년 여름을 넘어가면서 없어져 버린다. 그게 상징적이었다. 양극화와 한미 FTA 정책이 동시에 올라갔었는데 양극화를 없애버린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민주당이 ISD를 유일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렇지 않다. 한미 FTA는 미국식으로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다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발표한 것만 해도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에 관한 법률 23가지를 바꿔야 한다. ISD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게 하는 것은 ISD가 아니라 한미 FTA 그 자체다. 민주당 내에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고 싶은 몇몇 사람들이 ISD 폐기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ISD외에는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농민들의 반대가 있고, 통과시켜주고 싶은 민주당 쪽에서도 농업 쪽에서 돈이나 많이 뜯어내자, 이런 목적을 세웠기 때문에 대책이 좀 늘긴 늘었다"며 "그런데 계속 참여정부나 지금 이명박 정부나 똑같은데, 대책이라고 발표한 게 옛날에 국민의정부때 우루과이라운드나 기타 농업 개방 대책으로 만들어 놓은 11조원을 계속 포함시켜서 조금씩 추가하는 상태다. 한 번 농업 기반이 궤멸되면 다시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태견 기자
Thursday, November 10, 2011
악착같이 버티던 강용석이 최후에 남긴 것
악착같이 버티던 강용석이 최후에 남긴 것(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1-11-11)
성희롱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당했던 강용석 의원이 모욕과 무고, 명예훼손 혐의에서 항소를 기각당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금고이상 (집행유예 포함)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국회의원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강용석 의원은 판결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 강용석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라는 국회의원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부터 당선무효형 선고까지 정말 악착같이 버티던 그의 모습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살펴보겠습니다.
■ 일이 터지면 무조건 오리발 그리고 당당하게 고발해라.
강용석 의원은 ‘국회 의장배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홍대 음식점에서 회식하는 도중에 여성 비하와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중앙일보의 보도로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기사가 나오자 강용석 의원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은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왔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중앙일보의 보도내용이 허위 왜곡보도이며 기사내용과 같은 성적 비하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며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기사를 작성했던 중앙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당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보면 마치 중앙일보가 술자리에서 ‘카더라 통신’을 듣고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여기서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이런 강용석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처럼 모든 의혹과 문제를 강력하게 부인했던 정치인들의 최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인의 관용차 사용과 가사도우미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운행일지와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SLS 그룹 이국철 회장에게 기자 시절부터 매달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엉터리 같은 얘기”라며 부정했지만, 현재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입니다.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수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해당계좌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때는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니 정치자금이 아니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벌금 700만 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이해관계가 없는 수십 명의 대학생이 버젓이 보는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놓고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만났던 정치인들은 얼마나 부정한 일을 저지르고도 깨끗하다고 주장했겠습니까?
저들에게는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오리발 내밀고 자신을 결백한 사람이라고 보이는 행동만이 당연한 정치인의 절차라고 믿는 자들입니다.
■ 국민이 국회의원을 심판해도 국회는 용서해준다.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 이후 한나라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보도자료(라고 쓰고 증거조작이라고 읽습니다)를 비서와 보좌관을 시켜 일일이 의원실에 돌립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반박문과 동일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중앙일보 기사 직후에 국회의원실에 모두 배포되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결백 주장에 대해 SNS와 온라인상에서는 거짓이라는 반박이 나왔지만, 국회의원들은 이 종이 한 장을 통해 강용석 의원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강용석 의원 제명은 불가하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탈당을 시켜놓고도 강용석 의원 보호를 위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결국,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국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방청객을 내쫓고 카메라도 꺼버린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이 강용석을 구제한 이유는 강용석을 제명하면 자신들 중에서 살아남을 자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치] - 강용석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성나라당 명단
국회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국회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믿을 곳은 국민이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믿을 곳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범법자들이었습니다. 결국, 국회는 알고 보면 법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범법자를 구제해주고 범법자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 최후까지 물고 늘어져라. 그것만이 살 길이다.
강용석 의원은 국회의원 제명안이 부결되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10.26 재보궐 선거가 시작되자 ‘박원순 저격수’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정치] - ‘타진요’ 들어가고 강용석 기획 ‘박진요’ 등장
그는 박원순의 학력과 ‘아름다운 재단’을 물고 늘어지면서 ‘박원순 저격수’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뒤에서 열심히 도왔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시민에게 버림받자 이제는 ‘안철수 저격수’로 나섰습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박원순 문제점’, ‘안철수 문제점’이라는 카테고리까지 만들어서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고 나서더니,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제가 누누이 주장했던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2012년 예산 14억을 삭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큰 소동을 벌였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고 하자!
조경태 : “하세요, 하세요.” (지나가는 말로)
강용석 : “당신이 위원장이야? 조경태!”
조경태 : “젊은 친구가 싸○○가 없네”
조경태 : “제가 부산에서 지방대 나왔지만…, 참 거시기합니다”
강용석 : “어느 대학 나왔는데!”
강용석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이슈화를 잘 만들어냅니다. 박원순 학력 의혹 제기부터 자신에 관한 신문기사를 올려놓고 해킹 소동을 벌이더니 이제는 국회에서도 어느 대학을 운운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합법적이며 정당하다고 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어쨌든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으로 잊혔던 자신의 존재를 박원순, 안철수를 통해 부각했고 유죄 판결만 아니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사람은 성희롱범으로 몰리면 얼굴도 못 내미는데 국회의원은 이토록 질긴 생명력(?)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자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 수재라 그런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은 박근혜 의원과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비롯해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대권 주자 1순위 박근혜 의원도 섹시하다고 하는 그에게 아나운서와 일반 여성 성적 비하는 그리 큰일도 아니고 죄인 취급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었을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이 직장을 다녔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걸려 징계를 받아도 충분했겠지만, 그는 멀쩡히 잘 살면서 국회에 등원하지 않았어도 월급도 꼬박꼬박 챙겼고 남을 물고 늘어져서 잊혀가는 자신의 존재도 알렸습니다.
트위터에서 강용석 의원을 뽑아준 마포구민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포구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문제입니다. 이런 자들이 다시 정치판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살아남아 언제고 국회에 금배지를 달고 오기 때문입니다.
강용석 의원은 민주당 조경태 의원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나 집에 가! 국회의원이 트위터에 ‘쫄아’갖고 창피하지도 않아!”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민이 진심을 담아 말하는 트위터에 쫄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진실을 봤던 사람이 있어도 당당하게 ‘난 결백하다’라고 외칩니다. 그들은 자신과 똑같은 범법자들인 국회의원을 존경하고 믿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악착같이 버티면서 최후에 우리에게 남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년 총선에 제2 제3의 강용석이 나올 것이고 이들은 강용석처럼 거짓을 말하고 국회의 보호를 받으며 국민의 세금을 축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내년 총선까지도 강용석은 국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입니다.
성희롱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당했던 강용석 의원이 모욕과 무고, 명예훼손 혐의에서 항소를 기각당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금고이상 (집행유예 포함)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국회의원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강용석 의원은 판결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 강용석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라는 국회의원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부터 당선무효형 선고까지 정말 악착같이 버티던 그의 모습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살펴보겠습니다.
■ 일이 터지면 무조건 오리발 그리고 당당하게 고발해라.
강용석 의원은 ‘국회 의장배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홍대 음식점에서 회식하는 도중에 여성 비하와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중앙일보의 보도로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기사가 나오자 강용석 의원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은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왔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중앙일보의 보도내용이 허위 왜곡보도이며 기사내용과 같은 성적 비하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며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기사를 작성했던 중앙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당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보면 마치 중앙일보가 술자리에서 ‘카더라 통신’을 듣고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여기서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이런 강용석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처럼 모든 의혹과 문제를 강력하게 부인했던 정치인들의 최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인의 관용차 사용과 가사도우미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운행일지와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SLS 그룹 이국철 회장에게 기자 시절부터 매달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엉터리 같은 얘기”라며 부정했지만, 현재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입니다.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수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해당계좌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때는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니 정치자금이 아니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벌금 700만 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이해관계가 없는 수십 명의 대학생이 버젓이 보는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놓고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만났던 정치인들은 얼마나 부정한 일을 저지르고도 깨끗하다고 주장했겠습니까?
저들에게는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오리발 내밀고 자신을 결백한 사람이라고 보이는 행동만이 당연한 정치인의 절차라고 믿는 자들입니다.
■ 국민이 국회의원을 심판해도 국회는 용서해준다.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 이후 한나라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보도자료(라고 쓰고 증거조작이라고 읽습니다)를 비서와 보좌관을 시켜 일일이 의원실에 돌립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반박문과 동일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중앙일보 기사 직후에 국회의원실에 모두 배포되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결백 주장에 대해 SNS와 온라인상에서는 거짓이라는 반박이 나왔지만, 국회의원들은 이 종이 한 장을 통해 강용석 의원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강용석 의원 제명은 불가하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탈당을 시켜놓고도 강용석 의원 보호를 위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결국,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국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방청객을 내쫓고 카메라도 꺼버린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이 강용석을 구제한 이유는 강용석을 제명하면 자신들 중에서 살아남을 자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치] - 강용석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성나라당 명단
국회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국회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믿을 곳은 국민이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믿을 곳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범법자들이었습니다. 결국, 국회는 알고 보면 법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범법자를 구제해주고 범법자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 최후까지 물고 늘어져라. 그것만이 살 길이다.
강용석 의원은 국회의원 제명안이 부결되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10.26 재보궐 선거가 시작되자 ‘박원순 저격수’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정치] - ‘타진요’ 들어가고 강용석 기획 ‘박진요’ 등장
그는 박원순의 학력과 ‘아름다운 재단’을 물고 늘어지면서 ‘박원순 저격수’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뒤에서 열심히 도왔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시민에게 버림받자 이제는 ‘안철수 저격수’로 나섰습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박원순 문제점’, ‘안철수 문제점’이라는 카테고리까지 만들어서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고 나서더니,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제가 누누이 주장했던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2012년 예산 14억을 삭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큰 소동을 벌였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고 하자!
조경태 : “하세요, 하세요.” (지나가는 말로)
강용석 : “당신이 위원장이야? 조경태!”
조경태 : “젊은 친구가 싸○○가 없네”
조경태 : “제가 부산에서 지방대 나왔지만…, 참 거시기합니다”
강용석 : “어느 대학 나왔는데!”
강용석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이슈화를 잘 만들어냅니다. 박원순 학력 의혹 제기부터 자신에 관한 신문기사를 올려놓고 해킹 소동을 벌이더니 이제는 국회에서도 어느 대학을 운운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합법적이며 정당하다고 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어쨌든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파문으로 잊혔던 자신의 존재를 박원순, 안철수를 통해 부각했고 유죄 판결만 아니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사람은 성희롱범으로 몰리면 얼굴도 못 내미는데 국회의원은 이토록 질긴 생명력(?)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자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 수재라 그런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은 박근혜 의원과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비롯해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대권 주자 1순위 박근혜 의원도 섹시하다고 하는 그에게 아나운서와 일반 여성 성적 비하는 그리 큰일도 아니고 죄인 취급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었을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이 직장을 다녔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걸려 징계를 받아도 충분했겠지만, 그는 멀쩡히 잘 살면서 국회에 등원하지 않았어도 월급도 꼬박꼬박 챙겼고 남을 물고 늘어져서 잊혀가는 자신의 존재도 알렸습니다.
트위터에서 강용석 의원을 뽑아준 마포구민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포구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문제입니다. 이런 자들이 다시 정치판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살아남아 언제고 국회에 금배지를 달고 오기 때문입니다.
강용석 의원은 민주당 조경태 의원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나 집에 가! 국회의원이 트위터에 ‘쫄아’갖고 창피하지도 않아!”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민이 진심을 담아 말하는 트위터에 쫄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진실을 봤던 사람이 있어도 당당하게 ‘난 결백하다’라고 외칩니다. 그들은 자신과 똑같은 범법자들인 국회의원을 존경하고 믿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악착같이 버티면서 최후에 우리에게 남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년 총선에 제2 제3의 강용석이 나올 것이고 이들은 강용석처럼 거짓을 말하고 국회의 보호를 받으며 국민의 세금을 축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내년 총선까지도 강용석은 국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입니다.
김진표 “FTA반대파 쇼!”…선대인 ‘퇴출운동’ 선언 | ||||||||||
네티즌 “민주당 불신 높은데 매번 핵폭탄…출당시켜라” | ||||||||||
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1.10 12:31 | 최종 수정시간 11.11.10 14:43 | ||||||||||
김진표(경기 수원시영통구) 원내대표는 10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에) 짓밟히는 쇼 한번 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김 원내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대로라면) 국민 경제나 국익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강경파들이 몸을 던져 막으라지만 못 막으면 어떻게 할 건가. 과거에 (몸으로 막은 게)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다 (여당의) 날치기로 끝났다. (몸으로 막다가)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농축수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협상파들은 강경파들의 그런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고 협상파의 중심에 원내대표가 있다”고 절충안을 주도하고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문제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미국으로부터 재협의를 위한 확약을 받으면 비준동의안의 정상 처리가 가능하다”며 “ISD를 폐기하라는 건 FTA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미국과 ISD 협의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ISD 폐기를 실현시킬 확률이 높아지고, 여당으로서도 ISD로 인한 반미 감정이 일 수 있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에 한나라당은 반색하며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내 강경파 공세에 적극 활용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내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민주당 내 온건파ㆍ협상파들은 어떤 경우에도 충돌하지 않고 FTA 문제를 처리하자는 의견인데 강경파의 반 FTA 주장은 내년 총선용으로 여당에 짓밟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총선에 이용하자는 뜻”이라며 “참으로 국익을 도외시하고 당리당략에만 치우치는 반애국적 작태”라고 손학규 대표 등을 맹비난했다. 트위터에는 ‘김진표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은 “한미 FTA 관련해 한나라당 동조하는 김진표 내년 낙선운동 제안합니다. 한미FTA 김진표 같은 사람만 없으면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도 온갖 개혁 발목잡났던 김진표 이제는 솎아내야 합니다”라고 퇴출운동을 제안했다. 선 소장은 “민주당, 내년 총선에서 김진표 공천 주지 말 것을 요구한다. 아니면 정체성에 맞게 한나라당 보내든가. 민주당 소속으로 나오면 낙선운동 벌인다. 스파이만큼 해로운 건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폭풍알티’를 하며 “여러분, 당분간 국회 본회의는 없을 전망입니다. 김진표 퇴출에 힘을 좀 모아주십시오. 저 인간을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미FTA 저지할 수 있습니다. 국회 앞 촛불시위 제목을 한미FTA 저지와 김진표 퇴출을 위한 촛불문화제로 바꿔주세요”라고 호응했다. <경항신문> 김용민 화백의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꼰 만평도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직송 FTA 정육점’에서 김진표 대표가 “썩은 고기지만 ‘상표’만 떼고 먹으면 안전해요”라고 ‘ISD’를 가리키는 모습이다. 뒤에 이명박 대통령이 “신선하다니까!”라고 크게 외쳤고 국민을 상징하는 시장 나온 주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트위터에는 “민주당의 당론은 FTA반대, 재협상으로 알고 있는데. 협상대표인 김진표 의원님은 민주당 당론을 따르지 않는 것처럼 말씀하시니. 국민들이 이 상황에서 민주당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에 "김진표 합의" 라고 검색하면 이분이 왜 합의의 달인인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뭐든 합의 하시는 분이네요”, “김진표는 커밍아웃했으니 너네 고향 퍼런당으로 가길..민주당은 김진표를 출당시키도록..FTA 합의한 민주당 의원들 내년 총선 꿈도 꾸지마”, “김진표가 야당으로서의 정체성까지 팽개치면서 FTA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 배후에 아주 강력한 지원 세력이 없고서야 정치인이 저런 짓 못합니다 FTA로 이득 보는 그런 매국 세력과의 결탁 조사해야 합니다”, “진표야! FTA가 통과되는 순간 촛불은 들불이 될 것이다”, “무늬만 민주당인 김진표같은 놈들은 다 한나라당으로 가라. 개혁성향의 민주당 의원들과 진보정당들 다 해쳐 모여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 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민주당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김진표 원내대표는 계속 찬물을 끼얹는군요. FTA관련 그 분의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은 듯 합니다. 그분이 협상대표를 계속하는 한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질 것”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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