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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씨가 주민들에게 사드 반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
ⓒ 조정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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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씨가 주민들에게 사드 반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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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성주에 주민등록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외부세력이라고 한다면 대통령도 성주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국무총리도, 국방장관도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성주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들이 외부세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방송인 김제동씨가 5일 오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처계)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24일째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경북 성주를 찾았다. 주민들은 뜻밖의 방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아주며 반겼다.
김제동씨는 어떻게 오게 됐느냐는 질문에 "선·후배들이 하도 오라 해서 왔다"며 "끝까지 못 내려오는 척하다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내려왔다"고 말해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주민들은 김씨가 방문해주길 바랐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꿈이 이루어졌다고 반가워했다.
김씨는 촛불집회에서 발언에 나서 헌법 조문을 하나하나 들며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어머니, 아버지들이 이렇게 아스팔트 위로 나와 있도록 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헌법 1조 1항을 위반한 것이고 그것은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며 "우리 헌법 전체를 통틀어 권력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나머지는 대통령의 권한, 국회의 권한, 행정부의 권한, 사법부의 권한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헌법 3조에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한다'고 되어 있다"며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말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성주의 문제에 대해 외부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 4만5000명 버린 정부, 4500만 명 버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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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씨가 5일 성주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해 한 주민으로부터 선물받은 참외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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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씨가 주민들에게 사드 반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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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씨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성주군에 주민등록지를 두지 않은 사람을 외부세력이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해 "(그런 규정대로라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장관도 외부세력"이라며 "성주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제동씨는 "주민등록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는 주권자들은 누구든지 한반도에 배치되는 무기체계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며 "사드는 주민등록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성주에서 외부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오로지 사드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의 헌법 조문을 들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하거나 '종북'이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한 명의 국민이든, 4만5000명의 국민이든, 4500만 명의 국민이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이고 정부의 책무이고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하고 "4만5000명의 국민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면 4500만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 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김씨는 "대안을 제시하라? 제시하겠다"며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 그런 대안을 제시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대통령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은 외교다"라며 "중국에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말하고 미국에는 중국의 역할을 지켜보자고 하면서 외교적 역할을 잘 해야 한다. 고스톱을 치더라도 내 패를 안 보여줘야 하는데 패를 다 보여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씨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향해 "21세기 안보는 군사안보만 말하는 게 아니라 외교, 경제, 군사를 다 합쳐서 하는 안보를 해야 한다"며 "그런 고민을 하라고 외교부 장관에게 월급을 줬는데 사드 발표하던 날 백화점에 갔다, 하다못해 우리 집에 선풍기 하나 설치하러 온다 해도 집안에 누구 한 명은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김제동씨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가 배치되면 그 앞에 가서 서 있겠다고 한 말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사드 앞이 아니고 북한군 앞이다"며 "사드 앞에 서서 레이더를 가리면 설치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억수로' 겁나지만... 집에 있을 수 없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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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방송인 김제동이 참석하자 한 주민이 "서울엔 김제동 성주엔 이재동, 사드 배치 막아내자'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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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씨가 5일 오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사드 반대 성주 촛불집회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발언을 한 뒤 큰 절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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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또 성주군민들의 행동이 '님비'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기들이 버린 것을 자기들이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지역이기주의"라며 "사드는 여러분들이 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어볼 자유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은 안 해주고 무조건 필요하다고만 한다"고 비난했다.
김씨는 자신이 이런 발언들을 하는 것이 "억수로 겁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죽을 때 쪽팔릴 것 같아서"라며 "어린이들, 중·고등학생들, 할머니의 손자들을 생각하면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성주에 온 배경을 밝혔다.
김씨가 30분이 넘는 시간을 마치 강연하듯이 발언하자 주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역시 김제동"이라고 외쳤다. 김제동씨는 발언을 마친 후 주민들에게 빚을 졌다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김씨는 촛불집회에 앞서 백악관 10만 청원운동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 학생들과 주민들의 저녁 식사를 위해 냉면과 냉국수 50그릇을 전달했다. 주민들은 김씨의 가슴에 리본을 달아주고 '사드 결사 반대'가 쓰인 머리띠를 둘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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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불교사원연합회와 신도회가 5일 오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한반도 평화기원 대법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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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한반도 평화기원 대법회를 가진 성주불교사원연합회와 신도회가 노란 풍선과 파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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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성주불교사원연합회와 신도연합회는 한반도 평화기원 대법회를 갖고 사드 배치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사드 배치를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군민모임 1318'은 성주군민 소식지 '1318+'를 발행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잡지에는 성주군 사드 철회 투쟁 경과와 투쟁위의 주요 결정사항, 투쟁 일정, 1318 카톡방 이야기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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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이 참여하는 SNS '1318+'가 소식지를 만들어 촛불집회에 나온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