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두고 해외에서 "미국이 포기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50개 주(州)가 모두 경제 활동 재개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인구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주를 포함해 남부·서부의 주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자 코로나19 신규 환자를 줄이는 데 성공한 해외의 보건 전문가들이 불안과 못 믿겠다는 눈길로 미국을 지켜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미국 주들이 왜 경제 재개를 계속 확대하고 과학자들의 조언이 종종 무시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수지 와일즈는 "미국이 마치 포기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와일즈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일하러 가야만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이 안 된다"며 "이게 어떻게 끝날지 알기 어렵다.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확산에 제동을 건 유럽에서도 미국의 대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한 공영 방송은 홈페이지에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포기했는가?"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고, 스위스의 보수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미국이 코로나19 (환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메모리얼데이 주말에 미국 해변과 수영장이 인파로 붐빈 것을 언급하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이런 일이 일어나도 놀라울 게 없다"라고 썼다.
유럽의 일부 보건 전문가는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증가가 주요 과학자들의 결론과 때때로 다른 노선을 택한 백악관의 대응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 빌레펠트대학의 토마스 게를링어 교수는 "(미국의) 많은 과학자가 초기에 상황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 실행계획으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를링어 교수는 검사 역량 확충에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을 예로 들었다.
베를린공과대학의 라인하르트 부세 교수는 미국 일부 주에서 환자가 증가하는데도 경제를 가동한 점을 들어 "나는 그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나섰어야 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악관의 간섭으로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버드대학 마크 립시치 교수는 "우리나라의 많은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CDC의 역량이 백악관의 참견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런 훼손이 복구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클랜드대학의 와일즈는 "나는 CDC를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으로 여겨왔다"며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주 새 중국이 취한 조치도 미국과 뚜렷이 대비된다고 WP는 지적했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150명이 넘는 집단발병이 발생하자 당국이 지역을 봉쇄하고 대규모 검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또다시 폐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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