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확진 줄자 등교 목소리..중대본 "시기상조" 단칼에 거절
가장 우려하는 '소리 없는 전파'에 학교가 불씨 될라 경계감
가장 우려하는 '소리 없는 전파'에 학교가 불씨 될라 경계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내외로 통제돼 4월 말 등교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방역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기상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학교가 더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과감하게 개학을 강행한 싱가포르 실패 사례에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방역당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소리 없는 전파'에 학교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또 다른 집단발병) 상황을 전반적으로 봐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고 4월 말 등교에 난색을 보였다.
◇유치원 집단감염에 싱가포르 혼란…인구 580만명에 확진자 2108명
방역당국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개학 논의가 뜨거웠던 지난 3월부터 싱가포르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에서도 "개학 여부는 최근 개학을 한 싱가포르 사례를 유의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강행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며 개학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학교가 일제히 개학한 이후에도 싱가포르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성공적으로 통제할 경우 한국도 유사한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지난달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개학 결정을 철회한 것이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상황을 잘 통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1일 기준 싱가포르 확진자 수는 2108명이다. 전체 인구 수가 580만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3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모든 학교에서 8일부터 5월4일까지 재택학습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의하게 본다고 말해온 싱가포르가 오래가지 않아 자택수업 형식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그런 상황(개학 실패)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수업, 만족도 낮고 능률 떨어져…감염위험에 고개 드는 9월학기제
방역당국은 줄곧 학교 개학에 부정적이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달 7일 정례브리핑에서도 "학교가 코로나19 전파 연결고리의 중요한 감염집단(공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학부모들도 개학에 부정적이자, 정부는 지난 9일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다. 이후 오는 20일까지 다른 학년으로 온라인 개학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원래 지난달 2일인 개학이 미뤄진 지 38일 만에 온라인 수업 형태로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 개학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학습관리 시스템(LMS)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해 화상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개학 첫날인 지난 9일에는 중학교 3학년 21만5901명, 고등학교 3학년 16만3562명 등 총 66만9976명이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했다.
하지만 시행 첫날 접속장애가 발생하는 등 일부 혼선을 빚었다. 이후 시스템 운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수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산에서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세연(47·여)씨는 "학교에서 직접 교사에게 수업을 듣는 것보다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등교를 찬성하기도 어려운 게 학부모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방역 도입 이후로 등교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9월학기제(가을학기제)다.
9월 학기제는 매년 9월부터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전세계 국가들이 이 제도를 운용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처럼 3월 봄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호주 정도다.
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