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산 잇단 수출 축포
폴란드, 인접 獨 대신 'K-9 자주포' 구매韓 20여년 운용 성능 입증·가격은 절반
노르웨이·호주 등에도 추가 수주 기대
T-50 항공기 印尼·태국·필리핀 등 도입
이라크와 4260억원 정비·군수지원계약
우크라전쟁·신냉전 각국 군비확장 경쟁
韓 무기수출 5년 새 177% 늘어 세계 8위
尹대통령 "세계 4대 방산강국 도약" 공약
특정국가·품목 쏠림 탈피 '다변화' 숙제
최신무기 전쟁에 투입돼 성능 보여줘
동유럽 국가들 안보 불안에 구매 러시
제3국가들 美 제재 우려 러산 계약 취소
거액을 들여 첨단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들은 신뢰성을 가장 중시한다.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고 ‘충동구매’ 식으로 무기를 도입하면, 정치·경제·군사적 부작용이 크다. 각국 정부가 무기의 성능, 가격, 사용 이력 등을 꼼꼼하게 따져 구입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K방산이 많은 주목을 받는다. 북한군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1970년대부터 신속하게 무기를 납품하는 능력을 키운 K방산은 ‘대량 생산, 풍부한 운용 실적, 낮은 가격’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선진국과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이 같은 특성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국산 무기다. 북한 포병을 제압하고자 한국군은 우수한 국산 자주포를 대량 배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1999년부터 K-9 1000여문을 배치했다.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성능이 확인됐고, 운용 경험과 이력도 충분히 쌓이면서 후속 군수지원도 안정적이다. 한화디펜스는 최대 사거리가 100㎞에 달하는 K-9 A3 개발을 추진하는 등 성능 향상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대량 생산을 통해 제작 및 운영유지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출가격은 독일산 자주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이 K-9을 구매한 것도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정비와 군수지원 계약은 방위산업계에서 또 다른 수익원이다. 해외에 판매한 무기의 군수지원 기간은 일반적으로 30년이다. 무기도입비보다 운영유지비가 더 비싼 이유다. 정비와 군수지원 계약까지 수주하면, 부품공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판로가 확대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장기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새로운 수출방식 개척 등 필요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최근 수년간 국제정세가 긴박해지면서 유럽과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최신 무기를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계도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수출을 늘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 무기 수출에서 한국은 8위를 기록했다. 직전 5년(2012~2016년)보다 177% 늘었다. 폴란드 외에도 노르웨이(K-2), 호주(레드백) 등에서도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자주포와 군함 등 특정 분야에 치우친 수출 형태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군용기 시장에서 한국 방위산업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정치·경제적 문제로 미국 F-35나 러시아 전투기를 구매하기 어려운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7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국산 KF-21 전투기나 FA-50 경공격기 성능개량형 수출을 시도해 해외 군용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방위산업의 특성 및 수출전략’ 보고서에서 “방산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상대국을 다변화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출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국제공동개발 등 첨단 기술 수출을 목표로 방위산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 침공 아이러니… 美 무기수출 활황, 러산은 외면
하이마스의 정밀 타격 능력이 확인되자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구매를 적극 추진하는 분위기다. 폴란드는 하이마스 발사대 500기와 대량의 로켓탄을 주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스토니아는 하이마스 발사대 6기와 탄약 등 5억달러(약 6560억원) 규모의 무기를 미국에 주문했다. 라트비아도 3억달러 상당의 하이마스 발사대와 탄약 구매 방침을 밝혔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사거리 300㎞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했던 재블린 대전차미사일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재블린은 지난 20년간 한 국가에서만 대량 구매 주문이 있었을 정도로 수요가 적었으나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많은 나라가 찾는 무기가 됐다.
성능이 검증된 전투기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 테이클린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커질 것이기에 F-16, F-35 등과 같은 무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세계 무기 시장에서 영향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직후 미국 등 서방이 진행 중인 제재를 의식한 제3세계 국가들은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취소하거나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필리핀 국방부는 지난달 10일 “127억페소(약 2994억원) 규모의 러시아산 Mi-17 헬기 16대 구매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산 Mi-17 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선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직후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Mi-17 대신 미국산 헬기 구매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